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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2 - 밥 먹어야지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평점 :
우리 집 강아지 토토가 아주 어렸을 적에, 종일 집에 혼자 두는 것이 걱정이 되어 회사가 끝나자 마자 집에 달려가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놈이 집 안을 아무리 뒤져도 안 나오는 것이었다. 어라, 대체 어디 갔지? 혼자 밖에 나갔을 리는 없고, 어디 숨어 있나..로 시작했지만, 점점 보이지 않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말았다. 그 짧은 몇 분 사이에 온갖 생각이 다 머릿속으로 지나간 것이다. 설마, 도둑이 와서 우리 토토를.....!!!! 아냐, 말도 안돼. 그냥 낯선 사람에게 당할 토토가 아니지. 하지만 이 놈은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아무에게나 덥썩 안기곤 하니 그럴 수도.... 온갖 허황된 상상이 머릿속에서 춤추다 한 순간 딱 하고 멈춰버렸다. 토토를 찾은 것이다. 옷방 한 켠에 미처 개지 못하고 흐트러져 있던 옷들이 한군데 쌓여서 그럴듯한 옷 무더기를 만들었고, 그 속에 쏘옥 들어가서 자고 있다 깬 것이었다. 푹 잠이 들었는지 내가 들어오는 소리를 뒤늦게 듣고는 그제야 부시시 눈을 뜨고는 꼬리를 흔들던 모습이라니. 대체 어떻게 이 옷들을 하나로 모아서 그 속에 쏙 들어갈 생각을 했을까 어이가 없어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강아지나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에피소드들이 일상의 잔잔하고도 소소한 즐거움으로 남고는 한다. 이번 <콩고양이> 두 번째 이야기는 배경이 겨울이라 그런지, 유독 따뜻한 것을 좋아하는 우리 토토가 떠올라서 더 애틋하게 읽을 수 있었다.
'팥알이와 콩알이가 생애 처음 만난 겨울'이 두 번째 이야기의 테마이나 보니, 감기에 걸리는 에피소드도 있고, 추위를 피해 폭신폭신하고 따뜻한 곳만 찾아 다니고 고타쓰를 유독 좋아하는 것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고양이랑 강아지 등의 동물은 몸에 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추위를 덜 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그게 사실이 아닌지 우리 집 토토도 집에서 유독 따뜻한 곳만 쏙쏙 찾아 다니곤 한다. 찬바람 드는 창문 근처보다는 침대 곁에, 맨 바닥보다는 두툼한 카펫을 깔아놓은 곳으로, 이불이라도 덮고 앉아 있노라면 어느 샌가 옆에 와 있기 일쑤이고 말이다. 사람의 체온을 좋아하는 동물이라 그런지 언제나 몸을 딱 붙이고 앉아 있길 좋아하는데, 그게 겨울에는 유독 심하다 보니 강아지도 겨울인 걸 아는 구나, 추위를 타는 구나 싶었던 적이 참 많았다. 그런 소소한 공감들이 가득 그려진 에피소드들이 많아 절로 팥알이와 콩알이에게 감정 이입이 되기도 했다.
할아버지 내복씨 곁의 잠자리를 사수하고 싶지만, 마당이 추울까 방에 들여놓은 닭이 무서워서 살금살금 몰래 방에 진입하는 팥알이와 콩알이도 너무 귀엽고, 밤눈 어두운 닭 덕분에 몰래 잠자리에 들어왔지만, 다음날 아침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입구를 지키고 앉아 있는 꼬꼬 닭 덕분에 이불 속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땀만 삐질 대는 건 정말 너무 귀여웠다. 이번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고양이 주인님과의 에피소드보다는 할아버지 내복씨와 마담 북슬, 그리고 집동자귀신 아저씨와의 이야기들이 실려 있어 첫 번째 이야기와는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까칠한 마담 북슬은 더욱 사나워(?)졌고, 집에서 존재감 제로인 아저씨가 선보이는 의외의 활약(?)은 흥미진진하고, 생긴 것 과는 달리 너무도 마음 따뜻한 할아버지 내복씨는 겨울에 더 빛을 발한다. 매일같이 한파 주의보에 몸도 마음도 시린 이 계절, 팔알이와 콩알이와 함께 알콩달콩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건 어떨까. 아무 페이지나 쓱 펼쳐도 네코마키의 심플하고 위트 있는 드로잉은 시선을 사로잡고, 천방지축 팥알이와 콩알이의 활약은 중독성 있게 자꾸만 빠져들게 만들어준다. 게다가 이들과 함께 북적대는 가족의 풍경은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더욱 공감되고, 미소짓 게 해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