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 크로니클 셜록 시리즈
스티브 트라이브 엮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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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년 가까이 손꼽아 기다린 <셜록:유령신부>가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특히나 이번 크리스마스 특별판(실제로는 크리스마스가 지나서 개봉하는 바람에 신년 특별판이 되었지만;;;;)이 기대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극장에서 개봉을 한다는 것과 현대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셜록이 원작의 빅토리아 시대로 돌아간 버전이라는 데 있다. 애초에 원작을 재해석해서 스마트폰을 하는 셜록과 블로그를 하는 존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감각적인 인물로 재해석한 것이 BBC의 셜록이었기에, 이번 스폐셜 에피소드는 그야말로 셜록 시리즈의 팬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은 것이다. 그동안 숱하게 변주되어 왔던, 그러니까 우리가 익히 알던 셜록 홈즈의 모습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것을 보면,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창조한 현대의 셜록이 그만큼 매력적이고 임팩트가 강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셜록 크로니클 원서를, BBC에서 출간하고 바로 구입을 했었기에 작년 12월에 이 책을 볼 수 있었는데, 영어를 줄줄 읽어대지 못하더라도 하드커버 전체 올 컬러에 묵직한 무게감의 화보로서도 엄청난 퀄리티였기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방대한 분량의 읽을 거리 또한 가득이었기에, 어서 한국판이 나오길 기다렸었고, 그렇게 만난 셜록 크로니클 한국판은 완벽한 퀄리티로 기다림을 보상해주었다. 원서와 거의 한치의 오차도 없을 만큼 멋진 퀄리티를 고스란히 뽑아내어 책장에 나란히 두면 어떤 것이 원서이고, 어떤 것이 번역본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잘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셜록 케이스북 때도 그랬지만, 비채의 빵빵한 사진 퀄리티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이 책은 촬영 현장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장면들과 가감없는 배우들의 모습과 제작 전후의 스토리, 그리고 대본 전개, 캐스팅, 세트, 의상, 소품 등에 이르는 전반적인 모든 것까지 마치 셜록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책이다. 물론 기존에 출간되었던 셜록 케이스북도 소소한 볼거리들과 깨알같은 정보들이 가득했지만, 케이스북에 비해서 크로니클은 두 배 이상의 엄청난 분량과 커다란 판형의 폼나는 하드 커버와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시크릿 화보들까지 풍성해 그야말로 셜록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래서." 스티븐이 덧붙여 말한다. "이 병적으로 자기중심적이고 약간 자폐증이 있는 사이코 패스와 비현실적으로 착실하고 근면한 군인이, 극단적으로 대조적이어서 평생 만날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이 만나, 서로 존경하며 플랫을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끝이 나는 장면을 찍게 된 겁니다..."

첫 번째 페이지를 펼치면 셜록의 대사가 두 페이지 가득 채워져 있는 대본부터 만날 수 있는데, 정말 대사량이 어마어마하다. 새삼 배우란 대단하다는 생각,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셜록이 왜 그렇게 중독성 있는 마성을 뿜어냈는지 납득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셜록 시리즈를 한 번이라도 봤다면 알겠지만, 대사의 속도도 엄청나게 빠르지 않다. 마치 속사포 랩이라도 하듯이. 이 책에는 그 엄청난 양의 (게다가 논리적인!) 대사가 가득한 대본이 꽤 많이 실려 있으니, 그 또한 이 책을 읽는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이 대본들 덕분에 단순한 화보집이 아니라 마치 스토리가 있는 소설처럼 읽히기도 한다는 말이다.

 

작가를 위한 바이블은 매우 흥미롭다. 이것은 파일럿 에피소드를 만들고, 이것을 90분짜리 세 편의 시리즈로 만든다는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캐릭터 성격을 요약해놓은 것인데, 실제로 이렇게 배우들이 캐릭터를 탄생시켰으니 말이다.

셜록은 원작대로 오만하고, 자신이 원할 때는 얼음처럼 냉담하지만 까불고, 현대적이고, 재미있게 표현할 것. 이라고 되어 있다. 무엇보다 빅토리아 시대에서 동면에 들었다가 2009년에 깨어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명심할 것. 이라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여기는 존에 대한 설명이 훨씬 더 긴데, 그도그럴 것이 기존에는 존의 역할이 매우 약소해서 마치 책 여백에 끄적거린 낙서 신세로 전락하기 일쑤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를 훨씬 중요한 3차원적인 인물로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존은 딱 부러지게 이해하긴 더 힘들지만 하나하나가 다 중요한 인물.이라는 설명으로 시작하는데, 방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작가 여러분은 존을 통해서 모험을 살릴 필요가 있고, 역시 존을 통해서 셜록을 알 필요가 있다. 최대한 셜록과 존을 묶어두어야 하고, 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할 것! 이라는 부분 말이다

 

 

"대단원의 일부는." 베네딕트의 말이다. "누가 자신을 구해줬는지, 그게 무슨 의미인지, 그리고 그게 자신들의 관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셜록이 깨달은 것이죠. 셜록은 이 침착한 사격에 대한, 도덕성으로 똘똘 뭉친 군대 경력이 있는 사내에 대한, 자존심과 원칙의 사내에 대한 윤곽을 그리기 시작하고, 존이라는 사내가 파트너이자 사건기록자이자 친구가 되리라는 걸 깨닫는 순간, 뺨을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이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고, 자신을 구해준 사내가 유죄판결을 받도록 할 뻔하기도 한 것이고요."

캐스팅에 관한 비하인드도 흥미로운데, 사실 처음에 베네딕트의 어머니는 아들의 코가 셜록과 아주 달라서 셜록이 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어톤먼트>에 출연한 그를 보고는, 보자마자 감이 잡힌 듯 완벽해 보인다고 생각한다. 베네딕트는 셜록 홈스 소설을 읽으며 성장하지도 않았고 스토리를 다 알지도 못하지만, 등장인물과 장르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고, 대본을 읽어보자 정말이지 셜록 홈스 숭배자들이 썼다는 것이 바로 느껴졌습니다. 라고 말한다. 이걸 보면 그가 얼마나 영리한 배우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그 동안 수많은 배우들이 셜록 홈즈를 연기해왔었기에,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개성을 가진 21세기의 괴짜 셜록을 탄생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마틴에 관한 일화도 재미있다. 마틴은 평범한 것도 한 편의 시로 만드는 사람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그는 평범하게 보이는 사람이고, 매우 평범한 사람인 척하는 데에 전문가이고, 실제로 존 왓슨은 아주 평범한 사람이라는 거다. 게다가 마틴이 연기하는 방식이 베네딕트의 연기 방향을 바꾸기 시작하기까지 했다고 이들은 말한다. 셜록 시즌이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마틴 역시 베네딕트처럼 엄청난 스타는 아니었지만, 영화 호빗 시리즈를 통해 시리즈 중간에 더욱 부각이 되면서 숨겨졌던 그만의 매력이 셜록에서도 더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 책에는 이렇게 캐스팅 뒷 이야기뿐만 아니라, 베네딕트와 마틴이 각자의 캐릭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서로의 파트너 쉽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까지 실려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들어준다

 

스티븐은 이게 두 사람의 관계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처음에는 셜록이 존을 일종의 습득물로, 일종의 애완동물쯤으로 여겼어요. 두 사람의 관계에 그런 요소가 어느 정도는 있죠. 존은 셜록이 영원히 살 수 없는 존재이고, 스스로 위험에 빠진다는 걸 상기시켜줍니다."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죠." 마크의 말이다. "하지만 존은 셜록을 인간답게 만들어 불쾌해 보이지 않도록 하죠. 셜록은 다른 모든 사람들을 멍청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친한 친구조차도 말입니다. 하지만 셜록의 친구는 셜록의 탁월한 정신에 대한 시금석이 되고, '굿모닝'이라는 인사조차 건넬 줄 몰랐던 사람에게 다른 사람들과 교제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이렇게 배우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듣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오직 크로니클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정보들이라 더욱 소중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제작자와 감독, 존의 블로그를 맡아 쓴 작가, 특수효과 전문가, 의상 디자이너, 메이크업 아티스트 들의 뒷이야기와 BBC <셜록> 제작팀의 은밀한 기록보관소는 물론, 대본과 삭제 컷, 콘셉트아트, 스토리보드까지 엄청난 볼거리와 읽을 거리들이 잔뜩 무장하고 있으니 셜로키언들에겐 최고의 선물과도 같은 책이다

 

 

셜록 시즌1(Sherlock) |2010.07.25~2010.08.08|

1화 분홍색 연구

2화 눈 먼 은행가

3화 잔혹한 게임

 

셜록 시즌2(Sherlock) |2012.01.01~2012.01.15|

1화 벨그레이비어 스캔들

2화 배스커빌의 사냥개들

3화 라이헨바흐 폭포

 

셜록 시즌3(Sherlock) |2014.01.01.~2014.01.12.

1화 빈 영구차

2화 세 사람

3화 마지막 서약

 

, 그리고 1 2일에 스폐셜 버전이 극장판으로 공개되고,

대망의 셜록 시즌4 2016 4월 촬영 예정이라고 한다

 

 언젠가 셜록 홈즈에 관한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실제 법과학자, 과학 수사 요원들의 인터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셜록 홈즈가 없었다면 오늘날 법과학도 없었을 것이다. 홈스는 최초의 과학 수사 요원이다. 그가 썼던 방식을 지금도 활용한다. 그는 백 이십 년이나 앞선 과학 수사의 선구자였다. 범죄 수사를 새로운 경지에 올려놓았다. 그는 현대적인 법과학자이다."라고 말이다. 여기서 다들 눈치채셨는가. 이들은 모두 셜록 홈스가 소설 속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실존 인물인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작가보다 캐릭터가 더 많이 언급되고, 더 유명한 경우가 가끔 있긴 한데, 셜록 홈즈가 아마도 그 중 최고가 아닐까. 사실 실제로 셜록 홈즈가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경찰들의 수사 방식은 주먹 구구식이라 현장을 보존하고, 증거를 찾는 다는 생각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로지 목격자를 찾는 데만 집중했고, 현장은 경찰과 구경꾼들로 훼손되어 증거를 찾을 수도 없었던 것이다. 코넌 도일의 목표는 과학 수사 방식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법과학자들은 셜록 홈즈가 처음 등장했던 주홍색 글씨를 두고 지금의 수사 방식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라고 말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렇게 대단한 인물을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빅토리아 시대에서 21세기 현대로 완벽하게 옮겨놓았다. 그랬던 그가, 빅토리아 시대로 갔을 때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혹시, 그동 안 셜록 시리즈를 한 번도 보지 못했더라도 걱정할 것 없다. 셜록 크로니클 한 권이면 시즌마다 90분 분량의 세 편씩, 9편의 시리즈를 모두 본 것처럼 완벽하게 마스터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셜록의 팬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고, 대체 왜 잘생기지도 않은 베네딕트 컴버배치라는 배우가 인기가 있는지 궁금한 분들에게도, 오로지 영화 매니아라 셜록:유령신부를 기다리고 있을 분들에게도, 이 책은 꼭 필요한 필수 아이템이다.

가격이 비싸다고? 노노. 책을 직접 본다면 절대 비싸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책 값의 값어치를 하고도 남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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