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봉 로망
로랑스 코세 지음, 이세진 옮김 / 예담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꿈의 서점에 대한 꿈을 꿔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마음껏 읽을 수 있고, 가질 수 있고, 그리고 그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추천할 수 있는 일이란 대부분은 서점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이루어 지는 것이니 말이다. 이 책은 오직 좋은 소설만 파는 서점 오 봉 로망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들은 서점에 입고할 도서 선정에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좋은소설위원회'를 조직하고, 서점에서 판매할 소설의 목록을 결정하는 일을 한다. 아무 종류의 책이나 마구, 아무에게나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엄선된 양질의 도서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서점'의 역할이 된다면, 정말 꿈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싸구려 탐정소설에 들어온 기분이겠지. 안 그래, 그 갈? 진부한 인물, 어디서 본 듯한 조잡한 스토리. 가엾은 르 갈, 좋은 문학의 애호가께서 욕을 보시는군. 좋은 소설이 아니지? , 그들은 '좋은'이라는 말을 특히 강조했소. '절대로 좋은 소설은 아니야'라면서...."

그런데 과연 '좋은 소설'이란 무엇일까? 에 관한 의문은 든다. 과연 객관적인 가치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야기는 마치 추리소설처럼 시작한다. 대학 교수인 폴 네옹은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었다 돌아온다. 네 아이를 둔 엄마인 안 마리는 이해할 수 없는 교통 사고를 당한다. 작가인 르 갈은 늘 가던 산책 길에서 의문의 사람들에게 협박을 당한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좋은소설위원회'였다. 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들을, 엄밀하게 말하자면 좋은 소설을 추천하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걸까.

"자기가 어떤 책을 사고 싶은지 알고 서점을 찾는 사람들, 곧장 직원에게 가서 머빈 피크의 <지옥의 티투스>를 주세요, 라고 말하는 사람들. 자기가 찾는 책이 서점에 없다고 해도 놀라지 않는-오히려 그 반대라면 놀랄지 모르겠지만-사람들. 원하는 책을 손에 넣는 데 사흘이 걸리든 일주일이 걸리든 개의치 않기 때문에 서슴없이 책을 주문하고 가는 사람들. 그렇지만 미리 사려고 했던 책이 아니더라도 서점을 나가기 전에 두세 권 고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우리 고객이에요."

딸을 잃고 실의에 빠져 소설에서만 위안을 얻던 프란체스카는 역시 오로지 삶의 기쁨이 소설뿐인 서점 직원 이방을 만나, 오직 좋은 소설만 파는 서점 오 봉 로망을 열기로 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형태의 서점이 있고, 대부분 비슷하게 운영이 되고 있으니 서점을 새로 연다는 건 자체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서점은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었다.  8명의 위대한 소설가를 선정해 그들 각자에게 600권의 추천도서를 받아 '신간'이 아닌 '추천도서'로만 서점의 목록을 채울 생각을 하다니,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뛰어난 작가들로만 구성된 위원회의 모든 것은 세상에 철저하게 비밀로 부쳐져 있다. 과연 그들은 외부로의 압력으로 부터 좋은 소설을 지키고, 꿈의 서점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내가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사내 도서관을 운영했었는데, 당시 내가 도서관 운영 담당이었다. 당시에 회사 사람들로부터 "좋은 책" 좀 추천해달라는 소리를 참 자주 들었었다.  재미있는 건 그 "좋은" 이라는 의미가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뜻이라는 거였다. 책을 많이 읽는 누군가 에게는 '자신이 미처 몰랐던 새로운 작가의 발견'이 좋은 책이었고, 책을 전혀 읽지 않는 누군가 에게는 '시간 때우기 쉽도록 지루하지 않은 것'이 좋은 책이었다. 풀리지 않는 연애 때문에 스트레스 받던 누군가 에게는 연애 심리 상담 서적이, 직장 상사에게 스트레스 받아서 이직을 고려하던 누군가 에게는 처세술과 관계를 알려주는 서적이, 다이어트에 관심 많던 누군가 에게는 최신 다이어트 서적이 필요했고, 자신에게 딱 필요한 그 책이 그들에게는 언제나 '좋은' 책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렇게 그들 각자의 상황과 성격에 맞추어 책을 추천해줬고, 책을 읽고 나서 그들의 만족스런 소감을 들을 때 마다 괜히 뿌듯해지곤 했었다. 그러니 '좋은 소설'이 무엇인지는 객관적인 기준보다는 주관적인 판단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책과 만나는 일은 정말, 완전하게, 개인적인 교감의 시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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