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그레이 1~2 세트 - 전2권 -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또 다른 이야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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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전작이 여주인공 아나스탸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면, 이번에는 오로지 남자주인공인 '그레이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3부작은 현재까지 전세계를 통틀어 총 판매량이 1 2,500만부를 넘어섰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었었다. 오죽하면 로맨스 소설이라면 근처에도 가지 않는 나 같은 독자까지도 구매하게 만들었을까 말이다. 사실 전세계 출판계를 뒤흔든 기록 때문에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고, 스릴러 매니아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나도 '여성' 독자였던 지라 이 작품을 그저 외면할 수는 없었던 탓이다. 예상했던 대로 이 작품은 어찌 보면 너무도 뻔한 로맨스 공식에 따라 스토리가 진행되는 게 아닌가 싶게 시작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압도적인 남자 주인공 그레이 덕분에 전혀 평범하지 않게 이야기가 전개되었고, 로맨스 소설을 거의 처음 접했던 나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작품으로 기억에 남았다.

 

같은 장면이 인물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것은 당연하게도 매우 흥미롭다. 나는 그가 이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는 속으로 다른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나는 그 행동을 이렇게 해석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를 수도 있고 말이다. 로맨스 소설 계에서 시점을 바꾸는 형식의 진행이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니라 팬 서비스의 일환이라고들 하지만, 로맨스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인 나로서는 책을 읽는 내내 설레었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러니까 같은 장면을 읽어 내는 아나와 그레이의 시선은 이렇게나 다르다.

 

먼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아나의 시선이다. 아나와 그레이가 처음 만나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다.

"인터뷰 허락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레이 씨."

"나야말로 즐거웠어요."

그는 무척 정중하게 대답했다.

내가 일어서자 그도 같이 일어서서 손을 내밀었다.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있어요, 스틸 양."

도전인지 협박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언제 우리가 다시 만난다고? 다시 한 번 그와 악수하며 우리 사이에 흘렀던 그 이상한 전류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데 또 한 번 놀랐다. 아마 긴장햇던 탓이겠지.

"안녕히 계세요, 그레이 씨."

나는 그에게 목례했다. 유연한 운동선수 같은 우아한 동작으로 그는 물을 활짝 열어주었다.

"제대로 문을 나가는지 확인해야 할 것 같아서. 스틸 양"

이 장면이 이번 작품 <그레이>에서 그레이의 시선으로는 이렇게 표현되고 있다.

"인터뷰 허락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레이 씨."

"나야말로 즐거웠어요."

나는 대답했다. 솔직한 심정이었다. 누군가에게 이처럼 매혹된 것은 오랜만이었다. 기분이 심란해졌다. 여자가 일어났고 나는 그녀를 만지고 싶은 마음에 손을 내밀었다.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있어요, 스틸 양."

여자가 작은 손을 내 손 안에 맡기자 나는 나직하게 말했다. 그래, 이 여자를 내 오락실에서 플로거로 재미있게 해주고 가져야겠어. 이 여자를 묶고 기다리게 해야지..... 나를 필요로 하게 만들고, 신뢰하게 하고. 나는 침을 삼켰다. 그럴 일은 없어, 그레이

"안녕히 계세요, 그레이 씨."

여자는 목례를 하더니 손을 빨리 뺐다. 너무도 빨리.

이 여자를 이런 식으로 보낼 순 없었다. 이 여자가 떠나고 싶어서 필사적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기분이 언짢았지만, 사무실 문을 열 때 좋은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제대로 문을 나가는지 확인해야 할 것 같아서."

재미있지 않은가. 너무도 잘생긴 그레이 덕분에 정신이 산란했던 아나는 자신이 방에 들어오면서 넘어질 뻔 했던 실수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지만, 그녀에게 이상하게 호기심이 생기고 매혹이 된 그레이는 그녀의 실수 따위 중요하지 않았지만, 오로지 그녀를 조금이라도 붙잡아두려고 하는 중이었다. 이 순간만 해도 그런 그레이의 마음을 아나는 상상도 못했지만 말이다.

 

사실 처음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읽을 때, 너무도 평범한 아나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처음 만난 순간부터 반한 것처럼 보이는 그레이가 그다지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그저 로맨스 소설의 공식대로 이 두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곧 연인으로 발전하겠구나 싶었을 뿐이다. 게다가 부족할 것 없이 엄청난 부와 너무도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는 그레이의 성적 취향이 상상도 못했던 식으로 표출이 되기 시작할 때는 뜨악한 마음마저 들었다. 이거 뭐야. 무슨 삼류 로맨스 작품 아니야? 싶었을 정도로 당황스러웠으니 말이다. 그래서 더욱 전작을 읽었던 독자들이라면 이번 작품이 멋진 선물이 될 것이다.

<그레이>는 이 시리즈에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1,2권 전체와 <50가지 그림자, 심연>의 초반 상황을 그레이의 시각에서 풀어내고 있다. 여자 주인공의 시점에서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소할 수 있다. 특히 그레이가 거의 매일 밤 꾸는 악몽의 실체와 아나에 대한 그레이의 솔직한 속마음, 그리고 그레이가 하는 일에 대한 부분은 나도 전작을 읽으며 궁금했던 터라 궁금증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전작인 50가지 그림자 시리즈를 읽지 않았더라도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이 작품만 먼저 읽더라도 이들의 특별한 로맨스에 푹 빠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너스로 <그레이> 한국판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은 바로 숨겨진 표지이다. 겉 표지를 벗겨내면 극중 그레이가 사는 곳인 시애틀의 아름다운 야경이 마술처럼 펼쳐진다. 미국판이나 영국판에서는 만날 수 없는 선물이라고 하니 책을 읽게 되면 꼭 숨겨진 표지도 확인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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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oon 2015-09-26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책표지 뒷면에 이런것이..
앞으로 모든책의 뒷면도 확인을 해야 할듯 하네요.. 감사!
그레이의 시선으로 50가지 그림자라..
제겐 참 특별한 선물이랍니다.
2권이 얼추 끝나가는데 그러고나면 다시금 50가지 그림자가 손에 들려있을듯 하네요!
제가 아는 최고의 로맨스에 기쁨을 남겨봅니다!

피오나 2015-09-26 23:52   좋아요 1 | URL
요즘은 이렇게 책표지를 벗겨냈을때 숨겨진 표지들이 종종 있더라구요^^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전작인 50가지 그림자를 다시 들추게 되었어요ㅋㅋ

jjoon 2015-09-27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면서 자꾸자꾸 책의 뒷표지에 눈이 가더라고요...
지금 다시 50가지 그림자에 손을 대고 있답니다..
네번째 인데도 쭈삣거릴만큼 기분이 새롭네요..
그레이가 묘사해 놓은 부분과 겹쳐 생각나는건 이제 제게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답니다!
이 심쿵거림을 어찌해야 할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