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친구들 1
줄리언 반스 지음, 한유주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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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12, 홈스는 모리아티의 팔에 안겨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홈스도 모리아티도 저자의 성급한 손끝 아래 끝없이 추락했다. 찰스 도일의 부고를 한 줄도 싣지 않았던 런던의 신문사들은 존재하지 않는 탐정의 죽음을 실망스러워하는 항의기사를 잔뜩 실었다. 탐정의 인기는 저자 자신도 당황스럽고 역겨울 정도였다. 아서에겐 이 세계가 미쳐 돌아가는 듯 보였다. 아버지가 얼마 전 땅에 묻혔고, 아내는 죽어가고 있는데, 시티의 젊은이들은 셜록 홈스 씨의 죽음을 애도하며 모자에 상장을 달고 있었다.

그렇다. 이 작품은 셜록 홈즈라는 위대한 캐릭터를 탄생시킨 아서 코난 도일의 이야기이다. 당시에도 셜록의 인기가 얼마나 엄청났던지 작품 속에서 캐릭터가 죽은 것만으로도 신문사들이 항의기사를 쓸 정도였단다. 물론 셜록 홈즈는 여전히 지금에도 영화, 드라마 등으로 사랑 받고 있는 캐릭터이다. 그러니 그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코난 도일의 이야기라니, 그것도 줄리언 반스가 그려낸 작품 속에서, 기대가 되지 않을 수가 없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아서 코난 도일과 조지 에들지라는 두 인물의 이야기이다. 조지 역시 실존 인물로 인도계 혼혈 영국인 변호사이다.

작품은 전체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 시작들에서는 이들 두 인물의 어린 시절을 그리고 있다. 꼼짝 않고 앉아 있지 못하는 기운 넘치고 고집 센 아이였던 아서는 상상력이 풍부했고, 어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그는 의사로 생계를 꾸려가면서 본격적으로 글도 쓰게 된다. 단편들이 장편소설로 성장했으며, 결국 셜록 홈즈라는 위대한 캐릭터를 통해 유명한 소설가가 된다. 목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조지는 상상력이 부족했고, 어떻게 친구를 만드는지 몰랐던 어리숙한 아이였다. 인도계 혼혈이었던 탓에 어릴 때부터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고, 그들 가족은 지속적으로 협박 편지를 받으며 괴롭힘에 시달린다. 유명한 소설가와 이름없는 변호사, 게다가 성격도 너무 다른 이 두 사람이 과연 어떻게 만나고,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 점점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다른 젊은이들은 인생에서 일과 즐거움을 구분한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후자를 꿈꾸며 전자에 매달린다. 그러나 조지는 법에서 일과 즐거움을 동시에 찾을 수 있다. 그는 운동경기에 참여하거나, 보트를 타러 가거나, 극장에 가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럴 욕구도 없다. 그는 술이나 맛있는 음식, 경마에도 아무런 관심이 없다. 여행에도 별로 취미가 없다. 하지만 그는 철도법에서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았다.

아서와 조지의 이야기가 번갈아 교차 진행되다가, 2부 결말을 동반한 시작에 이르러 어느 순간 조지의 이야기가 비중이 높아진다. 말과 소, 양 등 가축들이 훼손되는 사건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데, 정말 희한하게도 그 사건의 범인으로 조지가 주목 받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만다. '기차 탑승객을 위한 철도법' 책을 발간하고 매우 소박하고 규칙적으로 살고 있는 사무변호사 조지. 근면, 정직, 검약, 자선,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만을 믿고 배워왔던 그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자유인으로 태어난 영국인인 조지는 정상적인 삶을 이어가는 것이 당연한 권리이지만, 인도계 혼혈이라는 점은 그를 매 순간 발목 잡아 넘어뜨린다. 그가 이 사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자면, 사람들의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 흉기가 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 무섭기까지 하다. 조지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아서와의 교집합은 전혀 없이 1, 2장이 모두 끝나 버렸다. 그가 교도관에게 너덜너덜한 염가판 '바스커빌의 개'를 읽고 훌륭하다고 생각했다는 것 정도의 그들의 교집합이 될까. 아뭏든 이들 두 사람이 만나려면 2권을 읽어보아야 할 것 같다. 2권에서 본격적으로 이들이 만나게 되는 사건을 그린 3장과 이후 그들의 말년을 그리고 있는 4장까지 다 읽어보아야 숨겨진 비밀을 풀 수 있을 것 같다. 1권은 전체 스케치를 위한 밑그림일 뿐이라 채색된 전부가 궁금한 나는 벌써부터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특히나 두 사람이 '그레이트 웨얼리 잔학행위'라는 사건을 계기로 영국 사법제도와 권력의 횡포에 맞서 뭉치게 되는 스토리가 너무 기대가 된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시리즈 첫 번째는 항상 두 번째 작품을 위한 미끼처럼 만들어서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투덜대곤 했었는데, 이 작품은 진짜 이야기는 2권에서 보여준다며 낚아도 어쩐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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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4-30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권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감상을 잘 정리하셨군요. 홈즈 패러디라고 하지만, 단순한 추리소설은 아닌 것 같습니다. 2권을 받는 행운이 올 거라 믿습니다. ^^

피오나 2015-05-01 23:47   좋아요 0 | URL
ㅎㅎ 감사합니다. 처음에 생각했던 거랑 조금 다른 전개더라고요. 1권이 분량에 비해 두 인물이 전혀 만나지 않아 당황스럽기도 했고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