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빌스 스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5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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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 경찰청 7층 강력반에는 두 명의 스타플레이어가 있다. 우선 톰 볼레르, 그는 다들 휴가를 떠나는 기간에 조차 늘 자리를 지키고, 경찰청 내의 모든 사정을 훤히 꿰고 있었으며 맡는 사건마다 거의 다 해결했다. 상관 입장에서도 듬직하고 탐낼 만한 부하 직원이었으며, 흠잡을 데 없는 전적을 가졌고,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았다. 게다가 반론의 여지가 없는 뛰어난 리더십까지 있었으니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아마 강력반 역사상 최연소 경정이 될 거라고 누구나 생각한다. 그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나머지 한 명은 해리 홀레, 그는 외톨이에 술고래이지만 톰 볼레르를 제외하고 강력반 최고의 형사이다.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에다, 툭하면 무단결근을 일삼는 그는 상사인 비아르네 묄레르가 병적일 정도로 자기 목을 걸지 않았더라면 진작 해고되었을 만한 문제아이기도 하다. 그가 그렇게 뛰어난 형사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그런 그의 능력을 알아봐주는 상사가 없었더라면 그는 그저 술집을 전전하며 망가져서 살았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생각이다.

 

  

 

"마침내 우리가 한 팀이 되어 기쁘기는 하지만 약간 슬프기도 해. 왠지 알아? 내가 슬픈 건 호적수를 잃었기 때문이야. 우린 비슷해. 무슨 뜻인지 알지?"

누구나 인정하는 완벽한 엘리트 형사와 모두들 혀를 내두르는 삐딱한 문제 형사가 한 팀이 되어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요 네스뵈는 그러기 위해서 시리즈 처음으로 작품의 배경을 여름으로 설정했다. 범죄에 한해서는 비수기인 시기라 강력반 직원의 절반이 휴가 중인 7월이다. 대부분의 근무자 명단이 휴가 중, 휴가 중, 병가 중... 이라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는 인원들로 팀을 꾸릴 수밖에 없는 골치 아픈 휴가철. 오슬로에는 연쇄 살인이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강력반에서 연쇄 살인을 수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오로지 해리 홀레 뿐이다. 묄레르는 해리에게 도와달라 요청하고 그렇게 해리는 볼레르와 한 팀이 되어 수사를 하게 된다

해리 홀레 vs 톰 볼레르

이번 작품에서는 주인공인 해리 홀레 만큼이나 톰 볼레르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그는 여느 작품에서 보아온 평범한 악당이 아니라 다소 복잡한 인물이다. 기존 시리즈인 레드 브레스트와 네메시스에서는 볼레르가 그저 우리의 주인공에 반대되는 악역처럼 보여졌다면, 데빌스 스타에서는 단순히 그를 악이라 치부하기에는 뭔가 아쉬울 정도로 그의 행동과 신념에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것이 보여진다. 덕분에 캐릭터는 더욱 풍부해졌고, 갈등은 구체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으며, 위기는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너와 내가 늘 경찰청에 일등으로 출근하는 거 알아, 해리? 이상하지? 제일 늦게 퇴근하는 것도 우리 둘인데 말이야."

해리와 볼레르는 주변 사람들의 평판도 극과 극이지만, 외모에서도 뚜렷하게 대비되는 인물이다. 볼레르는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좌우 균형이 잘 잡혀 있는 잘생긴 남자이다. 꼿꼿한 자세 덕분에 실제 키보다도 훨씬 커 보이고,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자신감과 지속적인 가라테와 근력운동으로 단련된 몸매 또한 그를 미남으로 보이게 만들고 있다. 그에 비해 해리는 190정도의 장신에 짧게 깍은 금발 머리, 나이 들어 보이는 동시에 또 어려 보이기도 하는 파란 눈, 날카로운 콧날. 부드러운 굴곡을 이루면서 남성적인 눈이나 코와 또렷한 대조를 이루는 입술에 결코 전형적인 미남이라고는 할 수 없는 얼굴이다. 특히나 충혈된 두 눈과 다크 서클, 핼쑥하게 푹 꺼진 뺨을 가지고 코는 빨갛고,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그는 얼핏 보면 노숙자나 마약 중독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나 다른 두 사람은 서로를 싫어하지만, 각자 속으로는 서로의 어떤 부분만은 인정한다. 해리는 볼레르가 일을 할 때 얼마나 효율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지 깨닫고,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일을 완벽히 해내는 맹수를 볼 때의 존경심 같은 기분을 느낀다. 볼레르는 해리가 목표 지향적이고 똑똑하고 창의적이며, 정신력도 강하고 도덕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형사로서의 그는 존중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재미있는 건 이런 다른 두 사람의 공통점도 있다는 것이다. 바로 두 사람 모두 경찰청에 항상 일등으로 출근하고, 제일 마지막에 퇴근한다는 것. 그들은 친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수사에만 헌신하며,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각자 자신이 믿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가끔은 그것이 집착처럼 느껴질 정도로 목표지향적이다.

그렇게 그들은 영웅과 악당, 선과 악이라고 명확하게 하나의 면만 가지고 있는 인물이 아니다. 번역자님이 '볼레르가 해리 내면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거울이자 쌍둥이'라고 표현하신 것처럼, 이들 두 사람은 한 쪽이 있어 나머지 한 쪽이 더 강해지려고 하거나, 빛과 그림자처럼 서로의 존재가 필수불가결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볼레르는 이 작품에서 해리 덕분에 처음으로 통제력을 상실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다. 해리는 볼레르 덕분에 끔찍하게 싫어하는 인간에게서도 존경할만한 부분을 느끼게 된다. 해리의 평소 성격으로 미루어 짐작 컨대 이건 대단한 발전인 셈이다.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제안

해리는 음주 문제에 무단결근, 권력 남용, 상부 명령 불복종, 조직에 대한 불성실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경력의 소유자이다. 겨울 내내 홀로 엘렌 살인사건을 재수사하면서 그는 점점 더 사건에 집착했고, 한 달 전에 갑자기 나타나 볼레르에 대한 허무맹랑한 비난을 늘어놓고는 사라져 폭음을 시작했다. 묄레르는 그의 무단 결근을 감추기 위해 그를 휴가 처리했지만, 휴가 기간도 끝났는데 해리는 여전히 나타날 기미를 안 보이고 있었다. 겨우 그와 전화 통화 후에 사건 현장에 투입시키지만 그는 취한 상태로 현장에 도착했고, 출근도 금요일마다 했으며, 상사의 지시를 어기고, 이후로 현장에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고 술이나 퍼 마시는 중이다. 묄레르는 더 이상 해리를 감싸주다가는 자신이 더 이상의 책임을 회피할 수 없겠다는 판단에 결국 해리의 해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3주 뒤에 총경님이 휴가에서 돌아와 서명만 하면 끝인 것이다. 게다가 그가 5개월동안 엘렌 사건에 매달려 고군분투하면서 결국 미치기 직전의 정신상태가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라켈과의 관계도 삐걱거리는 중이었다. 해리가 막판에 약속을 깬 것이 세 번째가 되자 라켈은 복수에 대한 욕망 때문에 다른 건 다 될 대로 되라는 거냐고 그를 비난한다. 하지만 해리에게 엘렌은 단순한 동료가 아니었으니 그는 그녀의 비난에 맞설 만한 명분이 없다.

  

 

 

"일자리를 하나 제안 받았어. 과연 거절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

그러던 와중에 함께 팀을 이루게 된 볼레르가 그에게 제안을 한다. 아마도 그것은 법에 어긋나는 일이며, 일단 그 일을 하게 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 한번 발을 담그면 다시는 그 잉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치명적인 제안인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볼레르와 해리가 나누는 대화가 꽤 여러 번 등장하는데, 볼레르의 생각은 꽤나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라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는 기존에 범인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두 번이나 총을 뽑았고, 두 상대 모두 목숨을 잃었다. 그가 자기 방어를 위해 총을 발사한 것으로 다들 알고 있지만, 해리는 알고 있다. 그가 '일부러' 총을 꺼내들었다는 것을 말이다. 볼레르는 해리에게 솔직하게 말한다. 그들에게 합당한 응징을 했을 뿐이라고. 그들과 자신이 한패라는 게 밝혀질까 두려워서 죽인 게 아니라고.

"해야 하는 게 아냐. 해야 하는 건 없어, 해리. 이건 무엇을 원하느냐의 문제야... 난 그저 더 많은 정의를 원할 뿐이야. 모든 사람을 위한 정의."

범인에게 정황 증거만 있거나, 범인이 정신병자 행세를 하거나, 그들이 빠져나갈 구석은 너무도 많고, 결국 그렇게 그들은 몇 년 후에는 석방되어 인간쓰레기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간다고. 아무도 더는 책임지고 불쾌한 일을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사회가 감히 실행하지 못하는 위생 작업을 하는 거라고 말이다. 법률 제도만으로는 안 되는 살인범들을 청소해서, 범죄자들로부터 오슬로를 지켜야 한다는 그의 말은 매우 그럴듯하다. 사실 법의 맹점은 누구나 알면서도 차마 손대지 못하는 금기의 영역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저 정의를 위해서였을 뿐이라는 그의 제안은 상당히 유혹적이다. 왜냐하면 해리에게는 현재 다른 대안이 전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나이는 마흔이 다 돼가는데 알코올 중독에 직업도, 가족도, 돈도 없는 처지가 되기 일보 직전이니 말이다. 볼레르와 함께 일할 바에야 그냥 자신을 자르라고 말했던 그였기에, "그 자식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 대신 다른 사람을 투입하세요."가 그의 성격이었기에, 해리가 그 제안에 어떻게 대처하는 지를 지켜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해리 홀레의 알몸과 마주하다

이 작품이 해리 홀레 시리즈에서 꽤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해리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라는 점일 것이다. 데빌스 스타가 시작할 때의 해리는 점점 더 자기파괴적인 성향 속으로 파고 들어가 거의 무너지기 직전의 상태이다. 그는 꿈꾸기 싫어서 잠들지 않으려고 할 정도로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여자의 입이 뒤틀리고 벌어지며 무언의 비명을 지르는 것을 꼼짝할 수 없는 상태에서 지켜봐야 하는 악몽은 그를 계속 괴롭히던 꿈이기도 하다. 암묵적인 비난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어릴 때는 동생 쇠스였는데, 이제는 엘렌이고, 어느 날에는 엄마가, 혹은 라켈의 모습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악몽에 시달려 땀이 범벅이 된 채로 잠에서 깨는 해리의 모습은 이번 작품에서 여러 번 반복되어 보여진다. 그 악몽 속에서 우리는 해리가 왜 엘리베이터를 타기 싫어하는 지 알게 되고,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곤 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서 그가 지닌 책임감의 무게와 죄책감의 부피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알코올 중독자에게 인생이란 취기와 그 사이사이의 맨 정신으로 이뤄져 있었다. 취했을 때와 맨 정신일 때, 둘 중에서 어느 쪽이 진짜 삶인가 하는 철학적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 답이 뭐든지 간에 어차피 그로 인해 삶이 더 나아지거나 더 나빠질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알코올 중독자의 기본적인 삶의 법칙(지독한 갈증)에 의하면 좋은 것을 포함한 모든 것은 조만간 사라진다.

그리고 또 이번 작품에서 해리는 여러 번 알몸으로 등장한다. 물론 이것이 영상화 되어진 창작물도 아닌데 알몸이 무슨 상관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요 네스뵈가 굳이 여름을 배경으로 이 작품을 쓴 이유 중에 어쩌면 해리의 알몸을 보여주기 위한 것도 있을 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가 누구에게나 가장 개인적인 모습이니 말이다. 발가벗은 상태는 가장 정직한 모습이기도 하다. 뭔가를 감출 수도,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애쓸 수도, 자신의 모습을 꾸밀 수도 없는 상태이니 그야말로 한 사람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정..한 모습일 수밖에 없다. 해리는 카밀라 로엔의 침대 기둥 위의 펜타그램을 발견하고 집에 와서는 옷을 벗고 알몸으로 침대에 들어가거나, 나흘 째 금주를 하던 중 냉장고 앞에 서서 짐 빔을 바라볼 때, 혹은 모든 사건이 해결되고 나서 옷을 찢듯이 벗어 던지고 욕실로 가서 샤워를 하려고 할 때 독자들 앞에 알몸으로 등장한다. 여기서 누군가는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대느라 작품 속에 등장하는 해리의 알몸을 상상하며 므흣해할 수도 있겠지만 (당연히 그것도 나쁘지 않다;;) ,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자주 알몸으로 보여진 다는 것이 이 작품에서 그가 지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바닥'까지 내려와있다는 걸 의미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경찰이 아닌 해리 홀레의 모습이 상상이 되는가? 친구인 외위스테인처럼 택시 운전을 하는 모습은? 그 동안에 해왔던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완전히 다른 일을 하는 해리 홀레의 모습은 전혀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어쩌면 실제로 그런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만큼 해리는 절벽 끝까지 내몰려 있는 상태이다.

'누가' '어떻게'보다 더 중요한 ''의 영역

요 네스뵈의 작품에서 항상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동기'이다. 주도 면밀하게 계획한 살인사건에서 범인은 법의학적 증거들도 모두 없애고, 피살자의 사망 시간에 확실한 알리바이도 세우고, 살인 무기도 모두 버리지만 사실상 절대 없앨 수 없는 것 하나가 바로 동기이다.

  

 

"관객에게 한 인물을 소개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그 인물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가장 은밀한 소망과 꿈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거요. 한마디로 그의 동기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거지."

첫 번째 살인 사건, 카밀라 로엔의 눈꺼풀 안에는 별 모양의 작고 불그스름한 다이아몬드가 발견된다. 그리고 그녀의 침대 기둥 위에는 악마의 별이라 불리는 펜타그램이 그려져 있다. 두 번째 실종 사건, 리스베트 발리의 손가락에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있었다. 세 번째 다시 살인 사건, 바바라 스벤센의 한쪽 귀에 하트 모양 안에 오각형 별 모양의 붉은 다이아몬드가 있는 귀걸이가 있다. 그리고 그녀가 근무하던 법률사무소 건너편 텔레비전 가게의 먼지 쌓인 모니터 위에서 역시 펜타그램이 발견된다. 미모의 여자들이 죽어나가지만, 피해자들 간의 연관성은 전혀 발견되지 않고, 범인은 현장에 다이아몬드를 남겨 이 사건의 키가 '펜타그램'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사건에 동기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동기가 있어야만 범인에게 다가갈 수 있다. 그러니 이들은 바로 동기에서 사건의 수사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하나의 캐릭터를 창출할 때도 시작은 그 인물의 동기가 무엇인지 에서부터 이다. 그는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왜 그런 말을 했고, 그 모든 것에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니 말이다. 이 작품에서도 매순간 인물들은 동기를 찾는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왜 사람을 죽였는지, 왜 펜타그램 표식을 했는지 말이다. 작품이 시작할 무렵 해리가 근거 없이 볼레르에 대한 자신의 의심을 총경에게 이야기 했을 때, 총경은 볼레르가 엘렌을 죽인 동기가 무엇일지 생각해봤냐고 묻는다. 볼레르는 엘렌 사건의 진상에 대해 추궁하는 해리에게 자신 같은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 동기가 뭔지 궁금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피살자를 이어줄 만한 단서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범인에게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동기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볼레르가 함께 일을 하려면 마음을 열어야 하지 않겠냐며 알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 물어보라고 했을 때, 해리는 네가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가 뭔지 알고 싶다고 묻는다. 어떤 일을 하게 만드는 것, 무언가를 추구하는 것과 그 이유. 그러니까 어떤 행동에 대한 동기. 작품의 후반부에 해리가 또 사고를 치고 볼레르가 자신이 직접 수습하겠다고 말할 때, 총경은 미친 놈에게도 동기가 있다며 해리가 그런 행동을 하게 된 동기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리가 범인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던 계기 또한 ''를 알아냈을 때 라고 말한다. 이 작품의 시작과 끝은 바로 ''의 영역이다.

다들 알다시피 데빌스 스타는 오슬로 3부작의 완결편이다. 세 작품 모두 배경이 오슬로에만 집중되어 있고, 레드브레스트에 서 시작된 엘렌 옐텐 사건이 네메시스를 거쳐, 이번 작품에 이르러 비로소 끝이 나기 때문이다. 무려 2년 동안 해리를 괴롭히던 프린스의 존재가 세상에 밝혀지는 순간과 펜타그램의 비밀과 연쇄 살인의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의 희열이 비슷한 무게인지는 잘 모르겠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가 이 작품에서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리 홀레 시리즈를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다고? 그렇다면 순서에 상관없이 이 작품부터 시작해도 된다. 과거에 이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왜 그것이 인물들을 괴롭히고 있는지 몰라도 작품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 이 작품의 매력에 일단 빠지게 되면 출간된 시리즈들을 죄다 찾아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단점은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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