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럼 다이어리
에마 치체스터 클락 지음, 이정지 옮김 / 비채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개의 언어 능력은 두 살짜리 아이와 유사하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는 개에게 '명령'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건네야'한다. 왜냐하면 그들도 아이들처럼 제대로 표현만 못할 뿐이지 대부분의 말을 알아듣기 때문이다. 무슨 개가 사람 말을 알아듣냐고 타박할 사람도 있겠지만, 개를 키워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어느 정도 공감할 것이다. 왜 우리가 이들을 가족처럼 여기는지, 동물처럼 대하지 않고 사람처럼 대하게 되는지 말이다. 가끔 사람에 지치고 시달려서 위로 받고 싶을 때, 묵묵히 우리 집 개가 내 옆에 기대 앉아 주는 것만으로도 든든할 때가 있다. 개는 주인과 함께 어떤 공간에 있을 때 절대 떨어져 있지 않고, 어떻게든 몸을 기대거나, 붙어 앉아 있는다. 이런 조건 없는 애정이야말로 개와 주인간의 돈독한 관계를 형성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나는 거의 평생을 강아지와 함께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릴 적부터 강아 지와 친숙하게 지냈던 편이라 그들의 언어에도 관심이 많은데, 그래서 이번 <플럼 다이어리>라는 책을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 막 깔깔대며 읽었던 것 같다. 우리 집 토토도 플럼 처럼 이렇게 우리 가족들과 살아가면서 매 순간, 특별한 상황에서 이렇게 생각하고 느끼고 있지는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플럼이라는 강아지가 일 년 동안 꾸준히 자신의 일상을 일기를 쓰고, 저자인 에마가 일러스트를 그린 그림일기인 이 책은 그녀의 블로그 '플럼독'에 꾸준히 연재되기도 했었다. <에마가 그림으로 살짝 도와주기는 하는데, 글은 전부 제가 쓴 거라고요>라는 플럼의 주장이 그럴듯한 것이 사람이 읽어도 흥미진진한 개의 일상이 너무도 실감나게 보여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런 식이다. 

 

5 26일 일요일

다들 외출한 지난밤, 나는 철저히 혼자 남겨졌다. 혼자 남는 것도 싫지만, 애초에 내가 왜 같이 갈 수 없는지를 몰겠다. 그들은 '라이도3'를 틀어놓고 나갔다. 라이도4라니!! 우리집 라디오에 채널이 그거 하나인가, ! 물론, 내가 평소 시사문제에 관심이 많긴 하다. 하지만, 하염없이 그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이 마당에 뉴스가 다 무슨 소용이람.

 

집에 혼자 남겨진 개의 일상, 주인과 산책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들, 그들 친구들끼리의 관계, 주인인 에마가 많은 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곁에서 도움이 되려고 얼쩡거리다 구박과 짜증을 견뎌야 했다는 얘기는 어쩐지 짠하기도 했다. 잠깐 쉬었으면 해서, 뭐라도 도움이 되려고 얼쩡거린 건데, 바빠서 지쳐있는 에마의 눈에는 귀찮게만 느껴졌을 테니 말이다. 개와 함께 하고 있는 우리네 일상에서 흔히들 만날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하고.

 

우리 집 토토도 가끔씩 개밥을 거부할 때가 있었다. 플럼이 차라리 종이를 씹어먹지 ''밥은 못먹겠다며 아픈 척을 하는 모습 위에 토토의 모습이 오버 랩되면서 배를 잡고 웃었다. 밥을 안 먹으려고 할 때마다 닭고기며 통조림이며 챙겨주었던 내 모습과 에마의 모습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개 사료도 다양한 맛과 영양을 함유한 것으로 골고루 나오면 좋으련만.. 내가 봐도 매일 같은 사료를 먹는 개들의 식생활이 불쌍해 보일 때도 있었고 말이다.

 

 

 

특히나 플럼이 깜찍한 이유는 바로 책 냄새를 좋아하고, 서점을 사랑하는 개이기 때문이다. 물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개를 좋아할 가능성이 높다'는 건 플럼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런 이유 때문에 책을 사랑하는 개라니, 너무 기특하고도 사랑스럽지 않은가. 나는 이 책을 읽어가며 점점 플럼이 개인지, 사람인지 구분이 안되어 간다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실제 생활에서 토토라는 개를 키우면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13년이나 나와 함께 지낸 우리집 식구. 토토. ^^

 

 

동물을 좋아하는 것에는 항상 그에 따른 책임이 필요하다. 단순히 예뻐하고 귀여워하는 것만으로 동물을 키울 수는 없다. 해마다 늘어나는 유기견, 유기동물들에 대한 문제가 뉴스로 보도될 때마다 개를 키우는 입장에서 참 화가 나고, 마음이 아프고 했었는데, 어리고 작은 동물을 이제 막 키워보려는 이들에게도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다. 플럼의 일상을 큭큭 거리며 따라가다 보면, 개도 엄연히 생각이 있는 존재이며, 그들 또한 존중해주어야 하는 가족이라는 점을 자연스레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 책은 예쁜 판본과 사랑스러운 일러스트, 그리고 재기발랄 한 플럼의 시각으로 쓰여진 일기까지 너무너무 맘에 드는 책이다. 개나 고양이, 혹은 그 외의 다른 동물을 한번이라도 키워본 이들이라면 다들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특히 플럼과 비슷한 류의 개를 키우는 친구들에게는 꼭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실, 우리집 토토에게도 읽으라고 보여주고 싶긴 하다. 어쩐지 토토가 플럼의 일상을 보며 뭐라고 한마디 툭 던질 것만 같아서 말이다.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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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5-03-27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희집강아지 이름도 토토예요.^^
이런 우연이~~

피오나 2015-03-27 01:17   좋아요 0 | URL
어머낫!반가워라.토토를키우고계시군요^^

보슬비 2015-03-27 22:47   좋아요 0 | URL
네. 닥스훈트 만 14살 된 토토예요. ^^
나이도 비슷해서 더 반가웠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