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 비밀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비밀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실수를 저지른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그 실수 때문에, 혹은 과거의 어느 순간이 발목을 잡아, 스스로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그런 비밀을 남보다 잘 감추고 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믿고 싶은 진실이 과연 사실인가.에 있다. 누구나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게 마련이니까. 이 작품은 모르고 살았다면 좋았을,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면서 일어나는 드라마를 그리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 주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그렇지만 당사자가 나는 아니었으면 싶은 그런 일들 말이다.

세 명의 딸을 둔 세실리아는 오늘도 정신 없는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다 문득 언젠가 친구와 함께 주웠던 베를린 장벽 조각을 찾으러 다락방에 올라가고, 그곳에서 우연히 낡은 편지 봉투를 발견한다. 편지 봉투에는 남편 존 폴의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의 아내 세실리아 피츠패트릭에게

반드시 내가 죽은 뒤에 열어볼 것

그녀는 생각도 하기 전에 그 자리에서 편지를 뜯어보려고 하지만, 마침 전화벨이 울렸고, 그렇게 다락방에서 내려오자마자 정신 없이 흘러가는 일상생활에 뛰어들게 되어 남편의 이상한 편지는 냉장고 위에 올려놓고 우선 일들을 처리한다. 중요한 주문을 처리하고, 아이들을 학교에서 데려오고, 저녁에 먹을 생선을 사오고... 가정 주부들의 일상이란 뻔하지만, 그렇게 뻔해서 오히려 빈틈없이 꽉 찬 일상에 틈을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저녁을 차려주고 나서야 그녀는 그 이상한 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남편은 그렇게 감상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편지는 아주 오래전에 쓴 게 분명했는데, 왜 그는 죽음을 생각했던 걸까? 그러다 그녀는 그저 웃음을 터뜨린다. 그저 몇 년 전에 갑자기 어울리지 않게 감상적이 된 존 폴이 이런 편지를 썼던 거라고. 그러니까 신경 쓸 일은 절대 아니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어진 남편과의 전화 통화에서 그녀는 발견한 편지에 대해 이야길 하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던 남편은 예정보다 3일이나 먼저 집에 도착한다. 거기다 폐소 공포증 때문에 다락방에 올라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그가 자신이 잠든 사이에 편지를 찾으러 다락방에 올라갔던 걸 알게 되자 그녀는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었던 그 편지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고 결국 뜯어서 읽어보고 만다.

이런 세상에, 존 폴. 대체 이 편지가 뭐기에 그런 거야?

, 이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말았다. 때론 알지 못하고 지나가는 게 더 나은 일도 세상엔 많다. 편지에는 남편이 저질렀던 끔찍한 일에 대한 고백이 담겨 있다. 그것이 만약 세상에 알려진다면 그녀의 가정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인생도 엉망진창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일 앞에서 그녀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옳은 일을 하고 싶지만, 밝히자니 가족들이 다칠 것이고, 그저 침묵하기엔 진실의 무게가 너무 크기만 하고 말이다. 이럴 때는 독자인 나도 세실리아가 되어 함께 고민에 빠져들고 만다. 정의를 위할 것인지, 내 가족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인지. 그 어떤 것을 선택해도 행복할 수만은 없으니 말이다. 예전에 티비에서 인생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다. 두 가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진 주인공이 '그래, 결심했어'라며 그 중 한 가지를 선택하면 그에 따라 그 후 벌어질 인생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다. 아마도 그 프로그램이 당시에 인기가 많았던 이유는, 재미로 웃음을 주기 위해 만드는 상황이 우리네 인생과 너무도 닮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내가 결코 알지 못하고 지나가버리는 수많은 사실과 그날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달라졌을 꽤 많은 일들을 영원히 알지 못하는 채로 살아간다. 어쩌면 사소한 나의 선택 하나로 순식간에 모든 것이 바뀌었을 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지금 나의 모습이 현재의 모습과 아주 많이 달라졌을 지도 모르지만, 그렇지만 우리는 한 번에 단 한가지의 선택 밖에 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세실리아, 테스, 레이첼 모두 각자가 처한 상황 속에서 고민하고 분노하고 고통 받으며 살아가지만, 이들이 어느 순간 마치 퍼즐처럼 연결되는 것처럼 실제 우리네 인생도 사실 우리가 모드는 큰 그림 속에는 하나의 퍼즐 조각에 불과한 건지도 모르니 말이다. 일주일 동안 벌어지는 엄청난 충격과 파국의 스토리가 마무리되고 나서, 덧붙여진 에필로그는 이 긴 이야기보다 더 충격적이다. 왜냐하면 우리 인생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아주 많다는 걸 이제 나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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