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홍의 황금시대 - 긴 사랑의 여정을 떠나다
추이칭 지음, 정영선 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은 얼마 전에 탕웨이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중국의 천재작가 샤오홍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1930년대 격변의 중국을 배경으로 샤오홍. 루쉰, 딩링 등 당대를 대표하는 지성인들과 사랑, 우정을 나누었던 그녀는 10년의 시간 동안 100여 권의 작품을 남기었고 30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천재 여류작가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까지 닮은 전혜린이 떠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도 한때 전혜린의 유고 수필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끼고 살았던 적이 있던 터라, 샤오홍의 일대기도 매우 궁금했다.

 

가부장적인 집안의 분위기로 어린 시절 억압받은 삶을 살았던 샤오홍은 항상 자유를 갈망하게 된다. 연로한 할아버지만 그녀를 아꼈을 뿐, 어머니나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외로운 신세였던 것이다. 그녀는 자라면서 점점 죽을 힘을 다해 낡은 악습과 투쟁하고자 한다. 여자로 태어난 것이 운명이라 말하는 고모에게, 자신은 운명에 순응하고 싶지 않다며, 여자로 태어난 이상 평생 동안 남자의 말만 들으며 살아야 한다는 건 동물이나 다를 바 없다고 항변한다.

우리는 평생 그렇게 남의 말만 들으면서 살 수 없어요. 항상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자신이 하고 싶은 길을 가야만 해요. 우리 세대에서는 불가능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다음 세대, 또 그 다음 세대는 가능할 수도 있어요. 우리가 세대를 이어 용감하게 일어나 그들에게 저항하기만 한다면 가능할 수 있다는 말이에요.

고모와 이모는 샤오홍이 하는 말을 다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들 역시 영원히 남자의 말에 복종하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해낼 수 없는 일이지만 너라도 여기서 나갈 수 있게 도와주겠다며 샤오홍이 몰래 도망쳐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렇게 그녀는 집에서 정해준 약혼자와의 혼사를 거부하고 스무 살에 집을 나온다. 그리고 하얼빈에서 샤오쥔을 만나게 된다. 그를 만날 당시 샤오홍은 임신한 상태로 남자에게 버림받아 여관방에 갇혀 있는 신세였다. 샤오쥔은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들은 혹독한 가난과 추위를 견디며 사랑을 나눈다. 샤오홍의 삶에서 그녀를 거쳐간 많은 남자들이 있었지만,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사람은 샤오쥔과 루쉰이다. 그들 모두 그녀를 문학의 길로 안내했다. 샤오쥔의 영향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대문호 루쉰에 의해 문단에 진출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사실 샤오홍의 연애 생활보다는 그녀의 작품과 글을 쓰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이 작품은 작가로서의 뜨거웠던 삶보다는 주로 거침없고 자유로운 사랑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어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는 내내 계속되는 전란 속에서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며 글을 써야 했던 그녀가 직접 보고 겪었던 것을 작품 속에 그대로 담아내어 진정 성을 더했고, 당대의 대문호 루쉰, 딩링과 같은 중국의 지성인들과 나눈 우정을 나누며 글을 썼다는 그녀의 작품 세계에 대해 점점 더 궁금해진다.

나는 사랑을 너무 힘들게 하는 것 같아. 매번 누군가를 사랑하면 최선을 다해서 모든 걸 다 쏟아 붓지. 마치 이 생애의 모든 힘을 다할 셈으로 말이지.

 

어릴 때부터 자유연애를 갈망했던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은 부모님께 받지 못했던 사랑으로 인한 애정 결핍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어릴 때 충분히 받지 못했기에 사랑에 대한 갈망이 유난히 강했고, 누구라도 그녀에게 조금의 애정이라도 보이면 달려들어 맹목적인 사랑을 퍼부었던 것이다. 그렇게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보상을 얻고자 했지만 상대방이 주는 마음이 진심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었기에 상처도 많이 받게 된다. 현실에서는 사랑에 연약한 여인이었지만, 작품에서는 진실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묘사해 강한 호소력을 지녔다고 하니 더욱 강한 여운을 남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샤오홍은 작가로서의 뜨거웠던 삶뿐만 아니라 거침없고 자유로운 사랑으로 1930년대에 볼 수 없었던 신여성으로 기억되는 인물이다. 샤오홍은 글을 쓰는 이유가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아마도 그래서 그 많은 고생을 이겨내고,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강인함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1930년대 항일과 혁명이라는 환란의 중국 역사 속에서 인간 내면의 세계를 따뜻하고 담담하게 탐구한 샤오홍, 그녀의 작품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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