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만 낳으면 엄마가 되는 줄 알았다 - 아이와 함께 커가는 엄마들의 성장 육아 에세이
파워 오브 맘스 지음, 구세희 옮김 / 북라이프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왜 아이를 낳는 걸까.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가 아닐까. 라고. 왜냐하면 그 누구도 자신의 어린 시절을 또렷하게 기억하지는 못할 테니 말이다. 자식을 통해서 나는 이 맘 때 목을 가눴고, 내가 이렇게 옹알이를 하고, 걸어 다니기 시작했고, 내가 저런 눈으로 엄마를 보았겠구나. 하며 자신이 보지 못한 자기를 다시 보게 되는 것이다. 부모가 되면서 다시 한번 더 자식이 되어, 내 부모의 소중함과 가치를 깨닫게 되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부모들이 내가 속을 썩일 때마다 한숨처럼 내뱉던 그 말, "너도 너랑 똑같이 닮은 자식 새끼 낳아봐라. 그때는 내 마음 알 거다."라는 대사가 비로소 체감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당연하게' 늘 곁에서 보살펴주고 무한정한 사랑을 주기만 하는 존재가 엄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 엄마의 입장을 알게 된 이후로는, 가족 누구에게도 이해 받지 못한 채로 오로지 희생만 해야 했다니 어찌 보면 부당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당연히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는 그냥 처음부터 엄마인 줄 알았는데, 엄마도 이렇게 힘들게 나 키웠어?

 

 

 

아직은 엄마의 입장에 서보지 못했지만, 주변 친구들이 모두 한참 육아에 빠져 있는 터라 보고 듣게 되는 이야기들이 많다. 아이를 낳으면서 출산의 고통 때문에 지옥과 천국을 맛보게 된다는 이야기부터, 모유수유 전쟁 때문에 밤잠을 이룰 수가 없어 다크 서클이 어디까지 내려와있다는 사연, 시도 때도 없이 울고, 보채는 아기 때문에 정말 어떤 날은 아기를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눌러야 한다는 엄청난 고백까지.. 물론 엄마가 된다는 건 행복한 일이자 하나의특권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막상 엄마가 되고 난 이후 현재의 삶이 각자 꿈꿔온 것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그 어떤 초보 엄마도 그런 상태를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는 걸. 왜냐하면 미쳐버릴 것처럼 힘들다가도 아기의 방긋 웃는 미소 한 방이면 그 모든 것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싹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경험해보지 않은 이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그런 마술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들이 매번 하소연을 할 때마다 공감하고, 토닥여 주면서도 그들의 천사 같은 아기들을 보며 행복해하는 모습도 함께 보여 마냥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그저 하루아침에 살림과 육아에 능수능란해지는 슈퍼우먼은 세상 어디에도 없으니, 차차 익숙해지고 좋아질 거라고 응원해주기만 했다.

 

언젠가 엄마들에게 각자의 삶에서 힘든 점이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엄마들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죄책감, 남들과의 비교, 육체적 정신적 질병, 외로움, 누적된 피로 같은 것들이었다. 그밖에 "아이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자신의 심적 고통을 참아야 하는 것.". "가족을 위해 끝없이 헌신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극심한 두려움을 느낀 것." 같은 대답도 있었다. 어려운 점에는 가족들이 요구하는 엄마의 희생, 자살 충동, 한 번에 너무 많은 일을 감당해야 하는 것, 끊임없이 느껴지는 무거운 책임감, 타인의 따가운 시선, 힘든 결혼 생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무 생각이 없는데도 남들은 내가 당연히 할 줄 알리라 생각하는 것." 같은 것들이 있었다.

 

우리 엄마는 아직도 내가 뱃속에 있을 때의 태동이 어땠는지를 기억하신다. 하도 요란하게 엄마 배를 발로 뻥뻥 차서 길을 걸어가다 깜짝 깜짝 놀라서 멈춰야 했다면서 말이다. 처음으로 젖을 떼려고 할 때 어떤 방법을 썼고, 그게 싫어서 아기였던 내가 어떤 얌체 같은 행동을 했었는지, 등에 엎고 시장에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이 북적대는 틈이 싫어서 사람들을 하도 꼬집어대서 미안해했다는 사연까지.. 엄마는 그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아직 생생하게 내가 아기였을 때의 기억을 가지고 계셨다. 매우 유순한 편이었던 동생과 달리, 나는 어딜 가도 맘에 드는 걸 사달라고 떼쓰며 보채는 고집쟁이였던 터라 엄마를 매우 힘들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엄마의 얼굴에는 자연스레 미소가 번져있다. 이런 게 바로 엄마라는 존재의 위대함인 것이다. 평생을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면서 살았지만, 절대 억울하지도 그 시절이 불행하지도 않았다고 생각하시는 것 말이다.

 

 

엄마라면 한 손으로 분유를 타고 한 손으로 요리를 하고

한쪽 발가락으로 장난감을 치우는 정도는 다 하잖아?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 일, 청소해놓아도 바로 난장판이 되어 버리는 집, 한 번에 너무 많은 일을 한 꺼 번에 감당해야 하는 우리의 엄마들. 하지만 자식들, 남편을 포함해서 가족들은 엄마니까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우리의 엄마들도 평생 나를 그렇게 키워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뭐든 그저 '당연한' 일이란 없다.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족들이 매번 따뜻한 밥에, 깨끗한 공간에서 지낼 수 있었다는 걸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곧 누군가의 엄마가 될 이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자기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잊지 말아야 하고, 육아를 하는 전쟁 같은 이 상황 또한 언젠가는 지나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엄마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멋지고, 행복한 일인지 충분히 느끼고, 그 상황을 즐기며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파워 오브 맘스에 올라온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글들을 모은 책이다.파워 오브 맘스는 2007년에 생긴 미국 엄마들의 온라인 커뮤니티(www.powerofmoms.com)로 현재 200만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엄마들의핫 플레이스.  육아에 관련한 다양한 노하우 및 아이를 키우며 생긴 여러 가지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는데, 육아 전쟁과 사회 활동 그리고 가사 생활에 시달리는 엄마들의 진솔한 글들은 미국 뿐만 아니라 국내의 상황과도 그다지 다르지 않기에 수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나 이제 막 아기를 만나, 육아전쟁에 돌입한 아무 것도 모르는 초보 엄마라면 너무도 큰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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