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석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너 부산에서 짱이었냐?"

"통이다."

"?"

 

부산 주먹의 전설 이정우의 파란만장한 서울 진출 기를 그린 이 작품은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던 화제의 웹툰이다. 요즘은 영화나 드라마, 혹은 웹툰이 소설로 출간되는 경우가 많아 이 작품도 비슷한 경우겠거니 했는데, 특이하게도 이 작품은 웹툰이 먼저가 아니라 소설이 먼저이다. 1998년 당시 유니텔에서 연재되었던 것을 시작으로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하루 방문객 240만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남기며 온라인에서 연재되었던 소설이 바로 그 시작이다. 그러다 2012년 만화가 백승훈 작가와 작업을 시작해, 이 작품은 만화의 형태로 세상에 다시 선보이게 된다. 2013년이 끝나갈 무렵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 1위에 오르는 화제를 낳으며 인기를 모았고, 그렇게 해서 16년 전 PC통신 게시판에 올렸던 소설이 만화를 거쳐 소설로 출간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렇게 알려진 웹툰 『통』은, 2012년 말 51화로 시즌 1을 마무리하고 현재는 인기리에 시즌 2를 연재 중에 있다고 한다. 웹툰에서는 심의 때문에 담지 못했던 장면들까지 이번 작품에 실려 있다고 하니, 웹툰을 재미있게 보았던 이들이라면 소설로도 만나보면 좋을 것 같다.

부산에서는 '' ''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작품의 제목인 ''은 한 조직에서 싸움을 가장 잘하는 주먹 짱을 의미하는 부산 및 영남 지역 사투리인 셈이다. 주인공 이정우는 부산에서 통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서 돈을 뺏거나 왕따시키는 짓을 하는 게 아니라, 그저 교실 맨 뒷줄 창가에 앉아 아이들을 통제하는 절대 법이었다. 그러던 그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3개월만에 서울로 전학을 오게 되면서 문제가 시작된다. 그저 조용히 지내길 원했던 그를 학교의 일진들이 가만히 놔둘 리 없었고, 정우의 엄청난 주먹 실력은 삽시간 소문이 퍼진다. 전한 온지 며칠 만에 1학년은 물론 2,3학년 전체의 판도를 바꾸어 버린 것이다.

 

"너희들은 미운 시기야. 이건 시기란다. 누구나 그런 때가 있지. 너희들은 개성이 강해서 조금 눈에 잘 띄는 것뿐이야. 이 시기만 지혜롭게 넘기면 너희들은 아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어."

 

친구들하고 어울리며 내키는 대로 살고, 선생님, 부모님께는 반항하고, 주먹 쓰고 싸우면서 쾌감을 느끼는 것들은 모두 한때 지나가는 시기라고 말하는 강덕중 선생님과 유치하지만 따뜻한 윤정임 교생 캐릭터도 인상적이다. 문제학생들을 다스리는 그렇고 그런 학창시절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캐릭터들의 진심이 느껴져서 어딘지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게 만들었다. 이정우 또한 무작정 싸움만 잘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한번 믿는 친구에게는 진심으로 의리를 지키고, 관계없는 다른 학생들에게는 피해줄 생각이 없는 인간적인 인물이라 계속 마음이 간다. 무언가 분출하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은 그런 질풍노도의 시기가 누구에게나 있지만, 이들은 그 시기를 조금 더 재미있게, 열정적으로 견뎌내고 있다. 게다가 치기 어린 남자들의 로망과 여자들의 우상인 히어로에 환상까지 적절하게 잘 버무려져 마치 웹툰을 읽을 때처럼 속도감을 주는 소설이다. 웹툰에 열광하는 이들의 마음을 조금 알 것도 같을 정도로 말이다.

웹툰 시즌1에서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학교 내·외 일명 일진들과 신경전을 벌이다가 조직 폭력배를 무너뜨리며 교생 선생님이 희생되는 일을 계기로 주인공인 이정우와 친구들이 새 삶을 다짐하며 이야기가 끝이 났다. 그리고 여기까지가 소설 통의 스토리이다. 현재 연재되고 있는 웹툰 시즌2는 대학교를 배경으로 이정우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고등학교 시절과 다름없는 교내 풍경과 복수를 다짐하는 조직 폭력배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한다. 그리고 업데이트가 될 때마다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상태이다.  '남자라면 공유하라' 며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이 작품은 복잡한 스토리텔링이나 엄청난 교훈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캐릭터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만한 인물들의 고뇌로 단순해 보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땀 냄새 나는 남자들의 이야기라 그들만의 세계에 관심이 없는 여자독자들에겐 재미가 없지 않을까 싶을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한번 책장을 잡기 시작하면 끝까지 내리 달려가게 만드는 속도감이 있다. 나도 앉은 자리에서 책 한 권을 금새 읽었을 정도니 뭐. 지루할 틈 없고, 속도감 넘치는 작품이라 열대야에 시달리는 무더운 여름 밤에 읽으면 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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