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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서 좋아 - 도시 속 둥지, 셰어하우스
아베 다마에 & 모하라 나오미 지음, 김윤수 옮김 / 이지북 / 2014년 6월
평점 :
케이블 채널인 올리브TV에서 방영하고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공동주거 프로젝트-셰어하우스’ 에서는 가족이 아닌 10명의 싱글이 한집에 모여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셰어 하우스란 다수가 한 집에서 살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은 각자 따로 사용하지만, 거실, 화장실, 욕실 등은 공유하는 생활방식을 의미한다. 1~2인 가구가 많은 일본, 캐나다 등의 도심에 많으며, 국내에서도 꽤 많은 이들이 셰어하우스 형태로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그에 맞추어 <셰어하우스>, <나는 셰어하우스에 산다> 등의 책도 발간되어 신개념 주거양식인 셰어하우스가 일종의 붐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자면 대학교 앞 하숙집이나 고시원, 실버 타운도 셰어하우스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으니, 우리에게 그다지 낯선 주거형태도 아닌데다, 갈수록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전, 월세값 폭등 등의 이유로 아마 앞으로 더 많은 형태의 셰어하우스가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 물론 한 집에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모여 동거하는 형태의 주거 문화가 모든 이들에게 익숙한 것은 아니지만, 전셋값, 월세 등의 부담을 줄이려는 대학생들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니 확실히 경제적으로는 이점이 많은 주거 형태라고 할 수 있겠다. 쾌적한 공간에 보증금 없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과 안전문제나 정서적인 차원에서도 혼자 사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인 것이 사실이고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1인 싱글 가구 453만 명의 시대에 접어드는 요즈음, 그러니까 1인 가구가 현재 전체 인구의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2035년경에는 3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는데 말이다. 그런데 셰어하우스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혼자 살기 싫어서’라고 하니, 이건 뭐 1인 가구 시대의 역설이기도 하다. 최근 보도된 뉴스를 보자면 전국적으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임대 전문업체도 30여 곳에 이르고 있고, 개인 사업자까지 합치면 현재 2000여실인 셰어하우스 규모가 내년엔 5000여실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한다. 입주자는 주로 20대 후반~30대 중반의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이고, 이 중 10%가량은 외국인이라고 한다. 아마도 저렴한 비용으로 비교적 장기간 함께 살면서 안정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게 목적이라 젊은 층에 더욱 어필하는 것 같다.
이 책에서는 굉장히 구체적으로 "셰어하우스"의 실상을 실제 거주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들려주고 있다. 아무래도 생전 모르는 타인과 생활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사 분담부터 소소하게 부딪힐 수 있는 많은 일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셰어하우스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거기다 이런 독특한 주거 형태가 생기게 된 사회적 배경부터 셰어하우스가 어떤 유형별로 나뉘어져 있는 지까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어서 1인 싱글 가구인 이들에게는 좋은 정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셰어하우스에서 지낸 경험을 토대로 <21세기형 마을 공동체 사회>라는 라이프 스타일을 그려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환경을 스스로 재구축하고 다시 '타인과 서로 돕는' 커뮤니티를 만들 수는 없을까? 타인과 사는 일에 익숙한 우리는 수고하며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는 일에도 익숙하다. 21세기형 마을 공동체 사회를 만드는 일을 어디까지나 꿈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혼자지만 외롭지 않고, 함께지만 똑같지 않은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셰어하우스! 친구보다 가깝고 가족보다 자유로운 셰어 메이트라는 새로운 친구 형태! 가족이든 가족이 아닌 타인이든 새로운 방식으로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셰어하우스라는 이색적인 주거 형태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1인 주거시설의 ‘틈새 상품’으로 등장한 셰어하우스가 일본의 경우처럼 좀 더 확산되어 혼자 사는 외로운 이들에게 따뜻한 온정을 나누어줄 수 있는 주거 형태로 자리잡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