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의 거짓말 : 성서 편 명화의 거짓말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 / 북폴리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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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그림' 시리즈의 저자 나카노 교코 교수의 매혹적인 명화 해설서 두 번째 작품이다. 그리스신화를 다룬 명화를 소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성서를 주제로 한 명화에 초점을 맞추어 천지 창조, 아담과 이브, 카인과 아벨 이야기를 담은 구약에서부터 수태고지와 세례자 요한, 예수의 십자가 처형과 최후의 만찬 등을 다룬 신약 이야기를 나누어 성서의 주요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같은 이야기라도 시점을 바꾸면 선악이 뒤바뀔 수 있다. '삼손과 들릴라'에서도 거한 삼손이 유대인이었기 때문에 들릴라는 악녀 취급을 받았다. 만약 들릴라가 유대인이었다면 적을 사로잡은 장한 투사라며 그녀를 칭송했을 것이다. [구약성서] '외전'에 바로 그런 이야기가 짝을 이룬 것처럼 실려 있어 흥미롭다.

바로 유딧 이야기다.

유딧은 수많은 소설과 희곡, 오페라와 오라토리오에 등장했고 그녀에 대한 해석은 조금씩 달라졌다.

바로크 시대의 남성 화가, 알로리가 그린 유딧을 보자.

 

같은 시기에 여성 화가 아르테미시아도 유딧을 그렸다고 하는데,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남성 화가의 그림에서는 살인의 리얼리티를 추구하지 않고, 유딧의 미모를 찬미하기 위한 그림처럼 보인다. 여성 화가의 그림에서 유딧은 진정한 영웅의 풍모다. 범행 현장의 피와 땀 냄새까지 느껴지는 듯 실제로 남성의 목을 버걱버걱 뼈까지 깍아 낼 것만 같은 설득력을 지닌다. 저자는 이를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남성이 생각하는 '좋은 녀석'이 여성의 입장에서는 전혀 매력 없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여성이 생각하는 '멋진 여성'도 남성에게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누구나 공감할만한 해석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단순히 명화를 소개하고 해설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림 속에 숨어 있는 배경과 의미를 읽어주고 있어 매우 흥미롭게 읽힌다. 단순히 유명한 작품들만 소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그림에는 숨겨진 사연들이 있어 풍부한 이야기 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예를 들자면, 아기 예수의 탄생 에피소드를 다룬 보티첼리의 "동방박사의 경배"는 등장 인물들이 화가의 후원자들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마치 유명인과의 기념 촬영을 위해 타임슬립을 한 것처럼 말이다. 또한마리아 막달레나를 주제로 한 명화를 소개하며

남성의 기호와 여성의 자아도취가 뒤섞여 그녀가 젊은 여자이고 창부였으니 아름다울 것이라고 이미지가 증식했다고 해설하고 있다. 저자의 돌직구가 유쾌하기 때문에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종교화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겐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는 영화 "E.T.", 예수를 배반하는 제자 유다 이스카리옷 이야기는 록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예수의 열두 제자들의 이야기는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대표작 "7인의 사무라이", 마리아 막달레나 이야기는 서머싯 몸의 단편소설 ""를 끌어와 해석하고 있어, 단순히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준다. 나카노 교코 식 명화 읽기는 이렇게 직설적이고, 거침없고 스토리가 풍부해서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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