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어느새 6개월이 훌쩍 지나, 벌써 13기 신간평가단 활동이 모두 완료가 되었다.
알라딘 신간평가단만의 특별한 매력은 바로 매월 초 추천도서를 작성하기 위해 신간들을 열심히 뒤질때가 아닌가 싶다. 새로 출간되는 신작들의 정보를 파악하기에도 참 좋고, 몰랐던 소식을
듣게 되는 소소한 기쁨도 있었다.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내가 추천했던 도서가 선정되었던 적도 있고, 나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도서를 받게 된 경우도 있었는데, 알라디너들의
관심사가 이렇구나. 라는 걸 알게되는 점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그래서
실제 선정되지 않은 도서를, 추천도서 목록에서 골라서 구매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겼으니 말이다.
자, 그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13기를 정리해보자.
파과 - 모든 과일이 파과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소재에서 이렇게나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지다니, 멋지다.
결괴 - 오직 히라노 게이치로만이 들려줄 수 있는 행복의 파시즘에
관한 장광설이야말로,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
10만분의 1의 우연 - 반드시 일어나는 우연은 결국 필연이다. 가슴 한 켠이 묵직해지는
잔상이 남는 작품!
천국보다 낯선 - 짐 자무시의 흑백 화면 만큼이나 매혹적인 여정, 이장욱의 그림 같은 묘사는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블랙스완그린 - 영화 <빌리엘리어트>의 감동을 문학으로 만나는 기분, 풋풋하고, 설레고, 가슴아픈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이야기의 매혹!
누군가 당신에게 지금 당신은 행복하냐고 물었을 때, 망설임 없이 행복하다고
대답할만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세상에 대한 불만도 없고,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는 사람은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이번 작품 <결괴>에서 '악마'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희대의 살인마는 가장 불행해 보이는 인간을 골라 그에게 질문을 던진다. "너는 '행복'한가, 아닌가?" 라고. '행복'하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고. 가짜 행복을
갈구하지 말고, 억지로 행복 하려고 애쓰지 말고, 스스로
불행하다는 걸 시인만 한다면 '행복'의 제국에서 열등 민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거였다.
전반적으로 이야기는 천천히 진행되는데, 가독 성이 좋아 굉장히 빨리
읽힌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현대 사회에서 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노골적으로 독자에게
던진다. 악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그 가장 밑바닥까지 깊이
들어가는 작가의 방식은 인간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잔인한 악마 성을 마주하게 만들어 독자들을 꼼짝 못하게 한다.
살인 사건이 벌어진 뒤로 이어지는 페이지마다 인물들의 장광설이 다소 현학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만큼 곳곳에 포진하고 있지만, 사실 진정한 이 작품의 재미는 바로 그런 부분에 있다. <악의
반대가 선이 아니고, 악의 반대는 행복이다>라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그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깊이 있는 질문은 매우 흥미롭다. “행복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현대사회의 시스템” 자체에
대해 말하고자 했던 의도가 작품에 얼마나 드러났느냐 보다는 이야기라는 매개체로서의 재미에 집중해도 좋을 것 같다.
그의 어떤 작품보다 술술 빨리 읽히지만, 분량은 매우 많고,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그걸 따라가는 형식이지만 주제는 매우 철학적이라 독자로서는 그저 재미있을 따름이다. 매번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신간 취합과 선정에 고생하셨을 알라딘 담당자님과 파트장님~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