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1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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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는미쓰다 신조란 이름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작가시리즈와 방랑 환상소설가 도조 겐야를 화자로 한도조 겐야시리즈를 집필했다. 밀실살인으로 대표되는 본격추리의 틀에 토속적이고 민속학적인 괴담을 접목시킨 독특한 작풍으로, 국내에서 출간된 도조 겐야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다. 특히나 도조 겐야 시리즈가 재미있는 건 정교한 트릭이 돋보이는 본격추리 방식에, 비현실적인 괴담을 접목시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에 있다. 그래서 이야기는 종종 웃음을 유발시키기도 하고, 등골이 오싹해지게 만들기도 하면서 종횡무진으로 달려나간다. 미스터리미스 요소가 돋보이면서도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괴기스러운 배경은 극에 더욱 매력을 부여해준다. 미야베 미유키가 그려내는 에도시대의 풍경도 흥미롭지만, 미쓰다 신조가 그려내는 쇼와 시대 (쇼와6년에서 쇼와32)의 시대적 분위기도 미스터리라는 작품의 성격을 너무도 잘 보여주어 극적인 재미를 더해준다 하겠다. 미쓰다 신조가 애초에 이 시리즈를 구상할 때 <호러풍의 미스터리, 또는 미스터리풍의 호러가 아니라,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읽는 내내 호러인지 미스터리인지 알 수 없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했는데, 의도에 부합되는 완벽한 작품인 셈이다.

 

<도조 겐야 시리즈>

 

 

시리즈의 주인공 도조 겐야는 도조 마사야라는 필명으로 괴기환상소설이며 변격탐정소설을 발표하는 작가이다. 옛날부터 괴담, 기담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수 있는 독특한 캐릭터인데, 이곳 저곳을 여행하며 글을 써 유랑하는 괴기 소설가로 불리기도 한다. 이번에 그가 구로 선배를 통해 소식을 알게 되어 방문한 깊은 산골 마을에선 또 어떤 괴기스러운 사건이 생길지 초반부터 흡입력이 엄청나다. 이번에는 도조 겐야를 담당하는 여성 편집자 소후에 시노가 여행에 동행하는데, 도조 겐야 만큼이나 엉뚱한 매력을 선보이는 그녀와의 알콩 달콩한 에피소드들도 유쾌하다.

 

 

도조 겐야 시리즈의 특징 중에 하나가 바로 얽히고설킨 인물 관계 도라 할 수 있는데, 책의 서두에 인물들은 정리가 되어 있으니, 마을 별로 신사만 정리해보았다. 간단히 배경을 설명하자면,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깊은 산골에 마을이 네 개 있다. 처음으로 개척된 사요 촌에 이어, 모노다네 촌, 사호 촌, 아오타 촌 순서로 말이다. 남북으로 펼쳐진 땅 중 북쪽 오 분의 사에 논과 거주 지역이 집중돼 있고, 남쪽 오 분의 일에 신사가 있다. 북쪽하고 남쪽 지역 사이로 미쓰 천이라는 강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굽이굽이 돌며 흘러, 이 물을 전답에 끌어 쓰고 또 마을의 생활용수로도 스는 터라 하미의 네 마을에서 대단히 중요한 강이지만, 홍수며 가뭄 같은 재액을 마을에 가져다 주는 것 또한 이 미쓰 천이라는 것. 네 마을의 유지를 위해선 물이라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들은 기우제를 지내고, 물의 정령인 미즈치 신을 모신다. 의식은 네 마을의 네 신사를 순서대로 돌면서 진행이 되고, 신을 모시는 의례에 소홀함이 있었다간 엄청난 노여움을 살 위험이 따르므로 이것은 이들 마을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제의라는 것이다.

 

미즈치 님에 대한 압도적인 공포라는 게 대체 뭡니까? 실제로 사람이 죽은 사례가 있어서 그런 건가요?”

그에 관해 뭐라 말할 수 없이 불가해하고 기묘한,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해줄 테니 들어보라고.”

 

23년 미쿠마리 신사의 선대 신관인 다쓰오가 제의 중에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후 모도다네 촌의 미즈치신사 신관인 다쓰키치로는 제의 중에 물속에서 사람의 팔과 같은 것을 봤다고 한 적이 있다. 이어 13년 전에는 사요촌의 미즈시 신사의 신관 후계자인 류이치가 제의 중에 공포에 질린 얼굴로 죽은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13년 만에 다시 기우제가 열리고, 그 과정에 우리의 주인공 도조 겐야가 참석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이번 작품의 주요 스토리이다. 수십 년 전에 벌어진 불가해한 사건은 다시 반복되고, 기우제 의식 중에 신남이 사체로 발견되고 만다. 엄청난 공포와 마주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뜬 채 사체로 발견된 신남, 그는 대체 물 속에서 무얼 본 것일까? 물의 정령으로 알려진 미즈치란 뱀 비슷한 생물인데 네 발이 있고 입에서 독기를 뿜어내 인간한테 해를 미치는 것이라 한다. 승천에서 용이 되기 전에 물 속에 사는 것이 바로 미즈치라는 존재라는데, 실제 그 누구도 명확하게 모습을 그려낼 수는 없을 만큼 그 존재에 대해서 압도적인 공포가 세월의 두께만큼이나 더해졌을 것이다.

 

웃는 것 같기도, 우는 것 같기도, 신음하는 것 같기도, 소리 지르는 것 같기도 한 기묘한 목소리였다. 아아…… 히이이…….

너무나도 섬뜩한 소리에 순식간에 쇼이치의 목덜미에 소름이 좍 돋았다.

이어서 오한이 등골을 훑었다. 그는 몸을 돌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도망쳤다.

 

사건은 그걸로 끝이 아니라, 연쇄적으로 일어나 신남 연쇄살인으로 발전하기에 이른다. 도조 겐야는 사건의 해석을 시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각 마을의 신관을 비롯하여 여러 인물들이 엮이고 섞여 다양한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모두가 지켜보고 있던 호수 위 배 위에서 어떻게 살해당한 건지에 대한 밀실 트릭은 어떻게 해결이 될 것인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속도를 더해가는 스토리는 한 시도 페이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렇게 미스터리 고유의 수수께끼 풀이라는 것도 재미있지만, 특히나 돋보이는 것은 바로 장면마다 배어있는 으스스한 분위기와 공포라는 감정이다. 왜 절대 밤에는 읽지 말아야 하는지 공감이 될 수 밖에 없는 그런 분위기 말이다. 피가 난무하고, 끔찍한 것이 등장해서 무서운 게 아니라 조용하지만, 어디선가 스멀스멀 피어나오는 분위기로 말미암아 소름 끼치는 그런 공포이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방에, 시계 초침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밤에 읽으면 아마도 작품에의 몰입도가 배는 될 것 같은 그런 작품이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흉조처럼 피하는 것, 밀실처럼 갇히는 것, 생령처럼 겹쳐지는 것, 유녀처럼 원망하는 것

 

도조 겐야 시리즈의 빠뜨릴 수 없는 매력 포인트로 표지에 대한 것을 빼놓을 수 없겠다. 표지 일러스트는 미쓰다 신조와 오랜 시간 함께 일해온 일러스트레이터 무라타 오사무의 그림이라고 한다. 아직 출간되지 않는 네 작품의 표지 이미지이다. 기존 국내에 출간된 것도 그렇지만, 모두 너무 아름다운데 밤에 보기에는 무서운, 오싹한 표지들로 작품의 분위기를 더할 나위 없이 잘 표현해주는 멋진 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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