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영화관 - 그들은 어떻게 영화에서 경제를 읽어내는가
박병률 지음 / 한빛비즈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천만 관객 영화가 늘어나고, 영화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영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읽어내려는 시도는 여러번 있어왔다. 영화에 관련된 책만 해도 매달 몇편씩 쏟아져 나오니, 심리학, 광고, 과학, 법학의 관점에서 영화를 읽어내는 책들만도 꽤 있었으니 말이다. 이번에는 경제학의 관점에서 읽어내려는 시도이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수학, 경제학과는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도 꽤 되겠지만, 사실 경제학 용어들은 뉴스에서 매일같이 접하는 분야이다. 우리가 관심이 없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것뿐이다.

 

영화랑 경제학이라, 언뜻 생각했을때 전혀 안어울려보이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생각보다 매우 잘 잘 들어맞는 구석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영화 <이프온리>에 대해서 경제지표를 읽어내는 식이다.

 

오래된 연인과는 경제학적으로 헤어지기 힘들다. 오래 사귄 연인과 헤어지기가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에서는 '손실회피성향'으로 설명한다. 손실회피성향이란 사람들이 새로 얻는 이익보다 갖고 있던 것을 잃는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을 말한다. 대니어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전망이론'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얻는 것보다 잃어버리는 것에 대해 2.5배가량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재미있지 않은가. 사람들은 모두 손해보는 것에 대해 민감하다. 고객센터에서 클레임 회원 대다수는 자신이 무언가 손해를 본다고 느끼는 순간 억지를 쓰는 경우가 많다. 왜 나만 이런 불편을 감수해야지? 왜 내가 손해를 봐야 하는 거야? 이런 심리상태가 비논리적인 의견을 피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경제학적 공식이 연인간의 관계에서도 적용이 된다니 흥미롭다. 남자친구가 내 생일에 10만원짜리 선물을 해주었다면, 나도 그 정도 비용의 선물을 구입해야지 공평한거 같은 기분. 내가 더 비싼 선물을 사려고 하니 어딘지 아까운 기분같은 것 말이다. 물론 서로의 관계에 있어서 계산을 하기 시작하면, 그들의 관계는 이미 끝난것이나 다름없다. 사랑은 계산없이 해야하는 거니까.

 

이안은 사만다가 죽을 거라는 걸 안다. 어떻게든 그녀의 운명을 바꾸고 싶어하는 그에게, 택시기사가 말한다. "그녀를 가진 걸 감사하며 사세요. 계산 없이 사랑하고. 서두르세요. 시간이 별로 없어."라고. 이것이 바로 정답이다. 아무리 미치도록 사랑하는 연인이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란 백년이 채 안되지 않은가. 그러니 하루하루를 오늘처럼 사랑해야한다. 지금 이 순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자, 얘기가 옆길로 빠졌는데, 다시 책으로 돌아가보면 이렇다.


앞서 손실회피성향은 잃는 것이 얻는 것보다 2.5배 정도 더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 가정하에서라면 이안이 사만다와 헤어지겠다고 마음의 결정을 내리려면 이별이 감소시킨 효용(만족감)보다 새로운 효용(만족감)이 2.5배 이상 많아야 한다. 새롭게 얻는 효용은 구속받지 않는 자유일수도 있고 새 연인을 사귀는 설렘일 수도 있다. 어쨌든 새롭게 얻는 효용은 2배 이상 '현저히' 커야 한다. 양다리를 걸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내가 먹기는 싫고 남 주기는 아깝다"다. 이것보다 더 적확하게 손실회피성향을 표현한 문구가 있을까 싶다.


이제는 이 책이 대충 어떻게 진행되는지 감이 올 것이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경제학 용어들을, 우리가 보았던 익숙한 영화를 통해서 너무도 공감이 되도록 비유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꼭 경제학 용어들에 대한 공부(?)하는 개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영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만으로도 이 책은 매우 재미있다. 아, 이런 현상, 이런 장면을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 이렇게도 읽어낼 수 있구나. 싶은 마음이 들어 무릎을 탁 치게 될테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