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콕과 사이코
스티븐 레벨로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2013년 개봉한 앤서니 홉킨스,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영화 〈히치콕〉의 원작이다. 히치콕의 명성이야 다들 알겠지만 그 중에 <사이코〉는 영화사상 최고의 스릴러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이코>에 대한 제작과정이 궁금했다면 매우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다. 다만 히치콕에게도 관심이 없고, 영화 <사이코>도 보지 못했다면, 내용 파악하기가 다소 어려워 보이긴 한다. 하지만 히치콕의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 <사이코>의 제작비화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그리고 이것이 이 책의 전체 내용이다.

 

1957년, 전대미문의 살인마 에드 긴 구속

1959년, 에드 긴 사건을 모티브로 보러트 블록의 소설 <사이코> 출간

1960년, 히치콕,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저예산으로 촬영을 시작하다.

 

 

이 책은 '미치광이 도살자'라는 별명이 붙은 전대미문의 살인마 에드 긴 구속되는 걸로 시작한다. 영화 <사이코>를 본 사람이라면, 주인공이 실제로는 어떤 인물이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물론 영화보다 실제가 훨씬 더 끔찍스럽다. 그리고 얼마 뒤, 마흔 살의 작가 로버트 블록이 에드 긴 사건에 대한 신문 보도를 일게 되고, 날것 그대로의 사실들에 매료된 블록이 소설로 구상하게 된다. 바로 위대한 작품 <사이코>의 탄생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남자주인공의 시점과 여주인공의 시점 모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다른 도시에서 와서 이 모텔에 묵는 여주인공을 만들어 냈습니다. 소설에서는 흔치 않은 방식을 취하고 싶었죠. 여주인공을 설정하고, 문젯거리를 부여하고, 독자들이 그녀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게끔 어느 정도 호감 가는 인물로 만든 다음, 이야기가 3분의 1 정도 진행됐을 때 그녀를 죽여 버리는 겁니다. 그러면 독자들은 이렇게 말하겠죠. '맙소사, 이제 어떻해? 그녀가 죽었잖아."

 

살인 에드 긴에 대해 수집한 몇 안되는 사실을 가지고, 블록은 중심 인물을 구상하기 시작한다. 이상심리를 파헤치기 좋아했던 블록은 엽기적인 주인공의 선정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수단과 동기를 구상한다. 그리고 특히나 블록은 여주인공이 죽는 타이밍뿐만 아니라 방법에까지 훌륭한 솜씨를 발휘하는데, 그게 바로 우리 모두에게 유명한 샤워 살인장면이다. 사람이 샤워할 때만큼 무방비한 상태도 없다는 생각에 그 장면을 구상하게 되었다는 블록. 히치콕이 이 작품을 영화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도 바로 이 샤워실 장면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히치콕이 이 작품을 영화화하는데는 주변의 반대가 심했다. 책의 가치는 인정하지만, '영화로 만들기에는 너무 불쾌하고, 스릴러 팬들에게조차 충격적일만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독창적이라는데는 이견을 달 수 없지만, 영화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당시 영화계의 평가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치콕은 작품의 영화화를 추진했고, 계약, 시나리오부터 제작준비, 촬영, 후반작업과 홍보에 이르기까지 개봉 전 영화의 제작 단계가 모두 이 책의 구성이다. 한 편의 영화가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에 대한 리포트가 될 수도 있겠고, <사이코>가 만들어진 배경에 이런게 있었겠구나. 하는 단순 흥미거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재미있다는 것.

 

"나는 다른 사람과의 갈등을 싫어합니다. "히치콕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내 소신을 굽히고 싶지는 않아요. 나는 일을 할 때 선을 정확히 긋습니다. 전력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은 질색이에요. 그건 사기 행위니까요......난 그런 사람들은 잘라내 버립니다."

 

서스펜스의 거장이라고 칭송되어지만 히치콕 감독의 소신, 작업 스타일을 모두 엿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사이코>에서 샤워 살해장면은 겨우 3분도 채 되지 않지만, 무려 77번의 다른 앵글이 담기고, 이 씬을 찍는데에만 무려 11일이 걸렸다고 한다. 전체 촬영기간이 겨우 82일이라는 걸 본다면 얼마나 이 장면을 중요하게 촬영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장면이 탄생하게 된 걸테고 말이다. 앤서니 홉킨스가 분한 히치콕 감독의 모습이 어떨지 기대가 되는 것 또한 바로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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