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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의 주문 - 일하는 여자들을 지탱하는 언어와 관계, 그리고 마음, 개정증보판
이다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리고 당신도 나이를 먹는다. 어느 순간 꼰대가 된다. 나이를 먹는다고 윗사람이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꼰대가 되는 건 숨만 쉬어도 가능한 일이다.... 나이를 먹고 경력이 쌓이다 보니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나보다 연령이 낮은 사람들을 존중하며 말하는 법에 대해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가능하면 모든 사람에게 존대를 하는 쪽으로 정했다. p.42~43
이다혜 작가의 <출근길의 주문>이 7년 만에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출간 당시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직장생활의 '바이블'이 되어주었었는데, 이번 개정증보판은 초판의 내용 중 시간이 흘러 변화한 부분을 업데이트하고 새로운 글들을 더해 구성을 대폭 개편했다. 스스로에 대해 대인관계는 서투르지만 사회생활용 인격은 잘 사용하는 편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영화 전문지 <씨네21> 편집팀장으로 일하며 쌓아온 시간에 기대어 현실적인 팁들을 들려준다.
사회 초년생부터 연차를 더해가며 후배를 두게 된 선배가 되고, 과연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가득 담겨 있다. 현명한 스몰토크, 어려운 호칭문제, 어휘력을 늘일 수 있는 훈련, 노력과 성과가 비례하지 않은 인간관계에서의 네트워킹, 번아웃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 하루를 버텨내게 하는 출근길의 주문,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방법, 이직에 대한 팁과 휴가 사용법, 프리랜서의 노하우 등 현실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노하우들이 여성 직장인들을 든든하게 응원해준다. 선명하게 긋고 정교하게 매듭짓는 '언어' 사용법, 기울어진 곳에서 서로의 사다리가 되어 주는 '네트워크', 끝까지 달리게 하는 마음의 근육 키우기 '마인드셋', 판을 짜고 보상을 쟁취하는 일잘러 가이드 '커리어'까지 4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부록으로 프리랜서의 각종 노하우를 담았다.

인간관계가 그렇듯 일도 나와 갑자기 가까워지거나 멀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능숙한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재능과 능숙함은 다르고, 후자는 무조건 꾸역꾸역의 나날이 필요하다. 버틴다고 뭐가 되지는 않지만, 그런 보장은 없지만, 재미없는 걸 참아내는 시간 없이는 재미가 오지 않는다.... 프로가 된다는 것은 꾸준히 단련하고 (최악의 상황에서조차) 일정한 아웃풋을 만들 수 있으며 자신과 타인의 실력과 능력치를 가늠해 협업에 용이한 사람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p.224
책을 읽다 보니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4~6개월에 한 번 꼴로 자칭 '사교 주간'이라는 기간을 정해서 사람들을 몰아 만난다는 대목이었다. 사실 나이를 먹을 수록 "언젠가 만나요"라고 해놓고 만나지 않게 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어릴 때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도 어울리고, 필요에 의해 분위기를 맞추기도 하고, 의식적으로 모임에 참가하거나 하는 것들이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몸이 나이 들수록 여유 시간이 되면 쉬고 싶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다혜 작가는 친구가 많지 않고 그나마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잘 만나지 않는 사람의 사회화를 위한 궁여지책으로 이런 방법을 생각해 냈다고 하는데, 너무 좋은 방법 같다. '일부러' '의도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기간을 정해두지 않으면, 바쁘고 귀찮다는 이유로 도무지 만나기 힘든 관계들이 생각보다 꽤 많으니 말이다.
번아웃 예방을 위한 노하우도 아주 공감이 되었다. 번아웃이 오지 않게 하려면 적절한 휴식과 여유가 필요하지만, 사실 연차가 쌓일수록 그럴 시간이 없어진다. 이다혜 작가는 그래서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 시간, 지인과 둘이서 줌으로 선생님에게 배우는 정도라 본격적인 공부라고 할 수는 없다지만 말이다. 스스로를 압박하지 말고, 성과로 측정하지 말고, 내가 못하는 것에서 덜컹거리면서 초심자의 마음을 갖는 일.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는 부끄러움을 견디며 서툰 것을 이어나가는 일이 빡빡한 매일의 나날 속에서 작은 숨구멍을 뚫어준다고 한다. 어떤 것이든 상관없을 것이다. 쓸모하고는 관계없는 것을, 느긋하게 배워보는 것. '그냥'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번아웃 예방책이 아닐까. 이 책을 읽다 보면 '중요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일과 삶의 밸런스를 잘 맞추려 애쓰며 오늘도 고군분투했을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