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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모든 두려움
알렉스 핀레이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맷은 전화를 끊었다. 그는 낡은 술집 앞에 있었다. 갈라진 벽 틈으로 노랫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의 생각은 칼라와 조던 필과 나이트 샤말란과 영화 속 인물들의 운명으로 두서없이 흘러갔다. 그러다 불현듯 그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일 것이다. 그래서 그가 살아남은 것이다.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기 위해. p.334
아름다운 십 대 소녀가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죽었다. 그녀는 하우스 파티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후 둔기에 맞은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소녀의 남자 친구 대니가 용의자로 체포되었다. 두 사람이 말다툼을 했다는 목격이 있었고, 범행을 입증할 물리적 증거는 단 하나도 없었음에도 그는 누명을 쓰고 기소되었다. 소도시의 미식축구 스타였던 그를 주인공으로 <폭력에 물든 세상>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졌지만, 진짜 용의자들은 제대로 조사를 받지도 않았다. 그리고 7년 뒤, 그의 가족들이 휴가차 떠난 여행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이 소식을 처음 듣게 된 것은 방학 날짜가 맞지 않아서 함께 가지 못한 동생 맷이었다. 이제 겨우 스물한 살인데, 부모님과 동생들은 다 죽고, 형은 교도소에 가 있고,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까지 혼자 감당해야 하게 된 것이다.
가족의 죽음은 가스 누출 사고로 보였으나, 지역 경찰들은 비협조적이고, 시신도 바로 넘겨주지 않았으며, 현장이 연출되었음을 암시하는 사진까지 발견되면서, 사고가 아니라 범죄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체 누가 그의 가족을 죽이고 싶어 한 것일까. 멕시코 당국에서는 시신을 인계하기 전에 직계 가족이 직접 와서 서류에 서명을 해야 한다는데, 어쩐지 정보 공유에도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고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다. 맷은 어쩔 수 없이 멕시코로 향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의문의 습격을 받거나 납치당할 뻔하는 등 여러 번 위험한 일들을 겪는다. 공항으로 데리러 온다던 영사관 직원은 나오지 않았고, 경찰서에 갔더니 담당자가 없다며 다음 날 다시 오라고 한다. 정말 모든 게 다 엉망진창이었다. 맷은 지금까지 자신에게 벌어진 모든 일들이 다 나뿐 꿈인 것만 같다. 아주 나쁜 꿈. 가족의 죽음이 품은 비밀은 무엇일까. 맷은 무사히 사건의 진상에 도달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내가 집착한다고, 광적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이기적인 바보라고. 하지만 당신 아들이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당신은 어떨 것 같습니까? 그 아들이 남은 평생 교도소에 갇혀 살아야 하고 당신은 아들이 무죄라는 걸 온몸으로 알고 있다면? 그것 때문에 당신 가족이 무너졌다면 어떨까요? 그런 맨 끝에 남은 마지막 두려움까지 직면한다면,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포기하거나, 끝까지 죽도록 싸우거나. p.559
이 작품은 지금 미국에서 가장 핫한 작가 알렉스 핀레이의 데뷔작이다. 현재 법학 교수와 변호사로 일하고 있기에 사법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을 예리하게 짚어내고, 미디어와 대중의 공모를 통해 한 가족의 삶이 ‘콘텐츠’로 소비되는 과정을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장점은 군더더기 없는 속도감이다. 일가족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서두로 이야기의 포문을 열고,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을 교차 진행하며 숨겨진 비밀들을 하나씩 찾아 나간다. 겹겹이 쌓인 복선과 플롯이 정교하게 흘러가며 스릴러라는 장르의 매력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이야기는 홀로 남겨진 맷의 현재 시점과 과거 아들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가족들의 모습을 교차 진행시킨다. 여러 시점을 오가며 전개되는 서사를 통해 감춰졌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는데, 매우 속도감있게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57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라 이야기의 밀도가 굉장히 높다. 차근차근 잘 따라가며 이야기의 호흡을 느끼면 더 스릴 넘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진실을 추적하는 서사가 현재보다 과거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 흥미로웠는데, 맷의 엄마와 아빠, 여동생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스토리가 그들을 단순히 피해자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캐릭터로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할런 코벤의 작품들을 좋아한다면, 이 작품 역시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반전과 캐릭터, 속도감있는 전개와 탄탄한 구성까지 폭발적인 스릴러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니 말이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진짜 재미있는 작품을 찾고 있다면,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