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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없다
리사 주얼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26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타인의 특별한 삶을 생각하다 보니 조시의 발걸음은 어느새 무의식적으로 공원을 돌아 알릭스의 집으로 향한다.
조시는 섣불리 알릭스의 집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다. 일요일 오후 레깅스에 청재킷, 이렇게 너저분한 차림으로 그 집 주변을 어슬렁대다 알릭스 눈에라도 띈다면 그야말로 굴욕이다. 조시에게 필요한 건 알릭스라는 존재가 주는 약간의 반짝임, 딱 그거면 된다. 그러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 길고 긴 일요일 저녁을 보낼 수 있다. p.87
조시는 자신의 마흔 다섯 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세련된 가스트로펍에 남편 조시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일 파티를 하고 있는 한 무리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화려한 파티의 주인공 알릭스 역시 자신과 나이가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과 같은 날 태어난 거니 쌍둥이나 다름없는 건가 싶은 마음에 자신의 '버스데이 트윈'을 지켜보는 조시는 어쩐지 쓸쓸함이 몰려 온다. 화장실에서 알릭스와 잠시 나눈 대화를 통해 그녀와 자신이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 사실이 조시를 사로잡는다.
알고보니 알릭스는 성공한 여성들을 인터뷰하는 유명한 팟캐스트 진행자이자 언론인이었다. 조시는 알릭스의 팟캐스트들을 찾아 들으며 생각한다. 태어난 날도 같고, 태어난 병원도 같으며, 마흔다섯 생일을 기념한 장소도 같고, 사는 곳도 가까우며, 아이들도 같은 학교를 다닌다는 사실에는 분명 어떤 의미가 있을 거라고 말이다. 마침 알릭스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찾고 있는 중이었고, 조시의 제안으로 '버스데이 트윈'이라는 제목의 팟캐스트를 하기로 한다. 그렇게 조시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하고, 알릭스는 그녀의 삶이 어딘가 이상하고, 불안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들려주는 놀라운 이야기때문에 팟캐스트를 이어가고 싶은 유혹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다.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이 위험한 인터뷰는 과연 어떤 진실을 들려줄 것인가.

"솔직하게 말하면, 일상이 지루했던 것 같아요. 지루하기도 했고, 남편과의 문제가 해결이 안 된 상태에서 속으로 계속 화가 나 있던 참인데 그때 마침 조시가 나타나서 그런 심각한 이야기들을 하니까 지금 남편과의 문제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지고, 그러니까 더 깊이 고민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내 문제를 덮어둘 수 있다는 것, 그냥 그 이유였어요. 직감적으로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는데도 의식적으로 무시했어요...." p.369
<엿보는 마을>, <다크 플레이스의 비밀> 등의 작품으로 만나온 리사 주얼의 신작이다. 차곡차곡 비밀을 쌓아 올려 결국 터지게 만드는 서사로 서스펜스를 만들고,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으로 미스터리가 줄 수 있는 극강의 재미를 주는 작품들이었다. 그래서 굉장히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진실은 없다> 역시도 한번 읽기 시작하면 도저히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작품이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총 4부로 구성된 이야기의 중반을 넘어설 때까지 좀처럼 진상 파악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저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느껴질 뿐, 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며, 사건의 진실이 어느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페이지를 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리사 주얼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속도감 있는 전개, 현실감 있는 캐릭터, 일상 속에서 언제라도 벌어질 것만 같은 섬세한 묘사와 강렬한 충격을 남겨주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스릴러가 갖추어야 할 모든 조건들을 기대 이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특히나 여성 캐릭터들이 돋보이는데,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든 굉장히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항상 가족을 소재로 서사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그 보편성이 더욱 마음을 사로잡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알릭스는 처음부터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직감을 따르지 않았을 때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했던 거다. 굽이진 길을 운전하면서 혹시 여기서 눈을 감으면 어떻게 될까, 조금 무모한 행동을 했을 때 그게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그리고 그 호기심의 결과는 무시무시한 대가를 불러 온다. 이 작품은 2024 올해의 범죄소설 선정작이며, 아마존, 굿리즈 리뷰 6,000건 이상, 그리고 넷플릭스 영화화도 확정되었다고 한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 만드는 극강의 재미와 몰입감이 뛰어난 페이지 터너를 찾고 있다면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