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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재미있지 않나요? - 기묘한 지구, 뒤틀린 우주, 과학의 수상한 사건들
강성주(항성)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과학자들은 계속 연구합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예상 못한 것을 발견하거든요. 우주 엘리베이터를 만들려다 새로운 재료를 개발할 수도 있고, 전혀 다른 방식의 우주 운송 수단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만약 끊어진다면?' 이 질문은 사실 이런 뜻입니다. '어떻게 하면 끊어지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 위험을 먼저 상상하는 것이 더 안전한 설계로 이어지니까요. 언젠가 정말로 우주 엘리베이터를 타게 될까요? ... 하지만 그 가능성을 진지하게 따져보는 건, 충분히 재미있지 않나요? p.91
블랙홀로 타임머신을 만든다면 시간여행이 가능할까, 지구에 토성 같은 고리가 생긴다면 어떨까, 우주로 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끊어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소행성 하나를 지구로 가져올 수 있을까, 빛과 똑같은 속도로 달린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 황당한 가정들을 진지하게 따져가다 보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이 이어지는 동안, 현실의 그 어떤 과학보다 과학적인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이번에 만난 것은 유튜브 〈안될과학〉을 통해 137만 구독자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과학을 알려주는 과학커뮤니케이터 '항성'의 첫 책이다. 황당한 질문과 진지한 과학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멀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 책은 호기심으로 시작해 과학적 사고와 추론, 계산을 거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한번 생긴 궁금증을 집요하게 놓지 않는 과학자의 생각법을 따라가다 보면 '쓸모없는 답이라고 해도, 알면 재미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세상에 쓸모없는 일이 뭐가 있겠냐만은 말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지구 반대편까지 터널을 이용해 이동한다는 상상이었다. 한낮에 서울 한복판에서 시작해 드릴을 꽂아 지구 중심을 그대로 내려가면, 이론상 아르헨티나 동쪽 대서양 어딘가로 나오게 된다. 물론 발아래로는 지각과 맨틀, 그리고 섭씨 6,000도에 달하는 핵이 차례로 놓여 있다. 이 터널에 몸을 맡기면 중력이 끌어당기고, 연료도 엔진도 없이 지구 반대편까지 도달할 수 있다니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언젠가 미래에 진짜 누가 이런 터널 개발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며 흥미롭게 읽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천재가 답을 찾았다는 과학사가 아닙니다. 어떤 발견은 누군가에게 도달합니다. 하지만 언제 도달하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티코의 기록과 케플러의 판단이 같은 시기에 만났기 때문에, 행성의 움직임은 그때 비로소 새롭게 설명될 수 있었던 것이지요. 과학의 돌파는 진실만으로 오지 않습니다. 그 진실을 보여주는 데이터와 그것을 읽어낼 사람과, 그것이 만나는 시기가 함께 와야 합니다. 알면 재미있지 않나요? p.330
왜 하루는 24시간밖에 안 되는지, 늘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이들에게 '하루가 두 배가 된다면'이라는 상상은 정말 꿈같은 일이다. 수면 시간을 줄여 보기도 하고, 새벽 기상에,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어 계획을 세워보기도 했지만, 늘 일상에 쫓기며 살고 있는 나에게도 말이다. 그래서 '하루가 48시간이라면' 문구를 보자마자 이건 진짜 궁금하다고 생각하며 읽어 보았다. 만약 하루가 48시간이라면 잠도 더 자고, 일도 더 하고, 쉬는 시간도 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누구나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얼핏 단순하게 들리는 이 상상을 과학적으로 검증해보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하루가 48시간이 된다는 것은 시간이 더 생긴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구가 지금보다 훨씬 천천히 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금 지구는 약 24시간을 주기로 한 바퀴씩 돌고 있다. 그 속도가 절반이 되면 해가 뜨고 지는 속도가 달라지고, 낮과 밤이 길어지고, 바람이 도는 방식이 달라지는 등 지구 자체가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이 책 속 호기심들은 그저 재미를 넘어서 과학적인 정확성을 통해 풀어내고 있어 좋았다.
또한 각각의 에피소드가 끝나면 저자의 머릿속에서 탄생한 특별하고 독특한 우주를 일러스트로 수록했다. 상상력을 고스란히 펼쳐놓은 일러스트라 내용 이해는 물론 과학을 더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과학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기발한 과학 문답을 통해 보여준다는 점이다. 과학에서 중요한 건 이미 알려진 것들을 '아는' 게 아니라, 왜 그런지 끝까지 '묻는' 태도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 기발하고 정교한 과학의 세계를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