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 지친 밤에는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포레스트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스다 미리의 책들을 좋아한다. 몽글몽글 귀여운 캐릭터 일러스트도 사랑스럽고, 소소한 일상 속 이야기들이 가볍게 펼쳐지지만 그 속에 삶에 대한 통찰력이 담겨 있는 것도 참 좋다. 30대 여성들의 현실과 삶을 섬세하게 그려냈던 '수짱' 시리즈에 이어 이번 신작은 50대의 일상과 중년의 삶에 대해 차분하게 그려내는 작품이다. '수짱'시리즈가 탄생한 지 16년이 흘렀으니, 작가도, 독자들도 자연스럽게 쌓인 시간만큼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혼자 위스키 하이볼을 마시는 것이 생각보다 되게 편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젊은 여자가 이러면 사연 있어 보이지만, 중년 여성에겐 그냥 현실감 넘치는 풍경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이볼을 마시며 왠지 중년에 지친 것 같아...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어디선가 내 마음 속 생각과 똑같은 말이 들려온다. 중년에 지쳤다며 대화 중인 두 여성은 마침 나이도 같은 50이다. 만담 콘테스트를 준비하겠다는 두 여성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바로 뒤 자리에서 우연찮게 엿듣게 된 '나'는 그 뒤로 종종 심야에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게 된다. 혹시 오늘도 그들이 와 있으려나 하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그렇게 50살 중년의 웃픈 일상 이야기가 펼쳐진다. 




'중년'이라 하면 청년과 노년 사이의 단계로 보통 40대에서 60대 초반을 의미하는 나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우두둑하면서 푹 자도 찌뿌둥해지는 나이, 티셔츠가 이제 안 어울리는 것 같고, 뭐든 새롭게 잘 어울리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은 나이, 화장도 예전처럼 마음에 들지 않고, 앉았다 일어날 때 영차가 저절로 나오는 그런 나이다. 마스다 미리는 바로 그런 순간들을 포착해 사소하지만 분명한 변화들을 그려낸다. 어쩐지 서글퍼지는 순간도 마스다 미리의 작품 속에는 툭툭 털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적당한 무심함과 무겁지 않은 진지함이 있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늙음'은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 몸의 시스템은 40대 이후로 확연하게 달라진다고 하던데, 주위를 둘러보면 40대가 되면서 확실히 체력이며, 건강이 달라진 걸 느꼈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변화는 50대, 60대가 되어가면서 점점 더 가속화 될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종종 하지만, 그렇게 나이를 먹으면서 좀더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에너지 넘치게 삶을 대하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더 이런 경쾌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그것이 우리에게 마스다 미리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할까. '나이 드는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이 세상에는 새로운 것들이 계속 태어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어떤 세계가 꾸준히 사라진다. 자연의 이치이지만 사실 서글픈 일이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에게 중년이란, 흔히들 느끼는 것과 달리,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그렇게 늦은 때는 아니다. 나이 듦을 마주하는 태도에 대해, 온전히 나를 위해 시간을 들여 고민한 필요에 대해 생각해 볼 지점이다. 


중년에는 지쳤고, 나이 먹는 건 재미없지만, 그럼에도 나이를 먹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다정한 작품이었다. 매번 마스다 미리의 작품을 읽고 나면 특유의 긍정 마인드가 내게도 전염되는 기분도 들어 마음이 따뜻해진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현재에 대한 걱정들이 조금씩 희미해지는 기분이랄까. 오늘이 내 생애 가장 젊은 날이니까, 그 순간을 즐기기 위해 마음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책을 덮으며 앞으로도 여전히 괴로운 일도 슬픈 일도 있을지 모르지만, 항상 소소한 즐거움을 챙기며 살자고 다짐해본다. 찬란한 날들은 이미 다 지나가버린 것 같지만, 나이를 먹어서야 깨닫게 되는 기쁨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