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무엇으로 회복하는가 - 더 나은 매일을 위한 희망의 철학
라르스 스벤센 지음, 이영래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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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렇다면 희망하지 않는 사람에게 결여된 것은 무엇일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런 사람은 미래를 향하지 않는다. 그들은 현재에 갇혀 있다. 희망이 없는 사람은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과 관계를 맺지 못하는 사람이다. 즉, 가능한 것들 가운데 이것이 아니라 저것을 원함으로써 미래의 가능성과 관계 맺는 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미래의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는 그들의 행동에는 아무 생각과 의도가 없어 보인다.                 p.35


노르웨이의 철학자 라르스 스벤센은 전쟁에서 희망을 잃지 않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보며 '희망에 대한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한다. 전쟁을 겪으며 우크라이나 국민들 사이에는 분노, 절망,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이 존재했지만, 가장 두드러진 감정은 그것을 이겨내고 자유를 지킬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누구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지 못한 수준의 용기와 저항을 낳는다. 인간의 삶에서 희망이란 대체 무엇이길래 이토록 불가능한 것을 이겨내도록 만드는 것일까. 


저자는 희망을 단순한 감정이나 낙관으로 보지 않고, 이성적 판단과 윤리적 선택이 결합된 태도로 정의한다. 희망이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더 나은 가능성을 선택하는 인간의 능력이라는 것은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 준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출발해 신학, 근대 철학, 현대 정치사상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역사 속에서 희망이 어떤 방식으로 사유되고 사용되어 왔는지를 살펴본다. 아리스토텔레스, 비트겐슈타인, 홉스, 스피노자, 칸트, 니체 등 다양한 철학자들이 등장해 희망을 어떻게 철학적으로 탐구했는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인류의 가장 근본적인 관심사는 삶의 본질인 고통을 피하는 것이지만 고통을 막으면 삶은 지루해진다. 지루함을 깨뜨리는 데 성공한다면 고통이 되돌아올 것이다. 이 악순환에서는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가 없으며 희망이라도 갖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다른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고 믿게 만들기 때문에 도리어 파괴적이다. 고통을 막았을 때의 만족이란 일시적인 자유 외에는 없는 것이고 희망은 우리를 혼란과 고통에 몰아넣는다는 쇼펜하우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희망을 품은 한 가지가 있다.               p.178


오직 인간만이 희망을 갖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러니 희망은 인간 고유의 특성이기도 하다. 인간의 정신은 생존하기 위해 희망을 필요로 한다. 현재보다 미래가 나아지리라는 희망, 삶이 어떻게든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없다면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왜 뭔가를 하겠는가. 희망은 우리가 자신보다 대단하다고 믿는 대상이기도 한 셈이다. 그렇게 너무 근본적이기 때문에, 또 우리가 마주하는 거의 모든 것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희망을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쉽게 그것에 대해 잊어 버리곤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우울증과 불안을 겪고 방황을 하며 절망하고 살고 있는 것이다. 평범한 인간의 삶에서 희망은 그렇게 중요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판도라의 상자에 관한 신화를 누구나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뚜껑을 열지 말라는 경고를 어긴 판도라로 인해 인간 세상에 온갖 악이 퍼지게 된다. 자신이 세상에 풀어놓은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 판도라가 서둘러 뚜껑을 닫았지만, 상자에 남은 것은 딱 하나뿐이었으니 그것이 바로 희망이다. 어쩌면 상자 속의 희망은 좋은 것인 척 위장한 악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더 나은 미래를 원하는 마음으로 희망에 이끌리지만 그 희망 속의 악은 대부분 실망으로 이어지곤 하니 말이다. 물론 희망이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와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과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희망이 인간 삶에서 하는 역할을 광범위하게 탐구하는 이런 책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시종일관 '희망'에 대해 사유하는 책은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 희망에는 전염성이 있는 것인지 오래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내일이 보다 긍정적으로 보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이유를, 세계를 보다 희망차게 바라보는 방식을 찾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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