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이라는 세계 -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양필성 옮김 / 클랩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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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쉬운 책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갈 필요는 없다. 처음부터 어려운 책에 도전해도 전혀 상관없다. '어차피 어려워서 이해 못할 테니 읽어 봤자 시간 낭비다'와 같은 말은 겉으로는 효율을 따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도망치기 위한 핑계에 가깝다. 책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한다면 그 책에 담긴 새로운 생각과 관점에 아예 접근조차 하지 못한다. 어려운 책은 어렵기 때문에 읽을 가치가 있다.               p.65


평생 공부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늙어서도 책을 읽고 사유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공부라는 것이 비단 학창시절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시험대비를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부란 책을 통해서도, 인터넷을 통해서도, 학원이나 모임 등을 통해서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입시와 취업 때문이 아니더라도, 회사 업무에 필요한 서류 작성이나 컴퓨터 기술을 공부한다거나, 정년 후에 새로운 분야에 대해 배우거나, 취미로 미술이나 악기를 배워 본다거나, 재테크를 위해서도, 집을 장만하기 위해서도, 아이를 낳고 육아를 위해서도, 우리는 매번 공부를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본 최고의 지성인으로 꼽히는 철학자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스스로 탐구하는 '독학'을 권한다. AI로부터 쉽게 원하는 대답을 얻을 수 있는 시대일수록, 스스로 우직하게 탐구하고, 시간을 들여 생각하고,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 탐구할 때만 비로소 자신이 되는 것이며, 독학은 바로 그런 자신이 되기 위한 방법이다. 여기서 독학은 배움 Learn이 아니라 '깊이 파고드는 행위'를 뜻하는 스터디 Study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특정한 스승을 두지 않는 대신, 많은 것들을 스승으로 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최고의 '책'을 스승으로 삼는 것이 독학이다. 이 책은 그러한 독학을 하는 자세와 태도, 습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탐독과 사유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 준다. 




책이란, 그 내용이 무엇이든 무조건 믿고 받아들여야 하는 금과옥조가 아니다. 더 깊이 생각하기 위해 존재하는 도구이다. 중요한 건, 옳고 그름이 아니라 하나의 견해로서 그것이 어떻게 성립했는가다. 결론보다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 어떤 사고의 경로를 밟았는지를 읽어 내는 일이 중요하다. 그 과정을 보려고 할 때, 우리의 두뇌는 비로소 움직이며 생각하기 시작한다. 지성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는 타인이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며, 오직 자신의 의지로 이루어지는 독학의 영역이다.                p.180


나는 단테의 <신곡>을 초등학교 6학년 때 읽었다. 어린이용으로 축약된 버전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읽는 일반 고전 문학버전으로 샀기 때문에 책이 꽤나 두터웠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끝까지 완독하지 못했고,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다. 어른이 읽어도 어려운 <신곡>을 초등학생이 제대로 소화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세계 문학과 고전 문학을 시리즈로 파고 들던 시절이었고,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때 그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그 무모한 도전도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처음부터 어려운 책에 도전해도 전혀 상관이 없다고, 어려운 책은 어렵기 때문에 읽을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지 않아도, 어떤 문장으로 쓰였는지, 어떻게 시작해서 끝나는지를 훑어보는 과정만으로도 얻는 것이 있다고 말이다. 저자 역시 열여섯 살 때, 칼 야스퍼스의 <철학적 사유의 작은 학교>를 읽었지만, 거의 이해하지 못했던 경험을 들려 준다.


이 책은 혼자 공부하는 일이 막막한 이들을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과도 같다. 책, 교양, 언어, 질문의 세계로 각각 나누어 어떻게 독학을 해야 하는지, 책을 읽는 독자들이 실전에서 바로 따라해볼 수 있도록 알려 준다. 특히 어려운 책을 정면 돌파하는 쾌감에 대해 알려 준 책의 세계와 외국어로 읽고 쓰고 말하는 감각을 배우는 언어의 세계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무엇이든 읽으면 얻는 것이 있다는 저자의 말이 위로가 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책에 밑줄을 긋는 건 뇌에 밑줄을 긋는 것과 같은 효과라는 것, 한 권에 머무르지 말고 여러 권 읽으면 알게 되는 것이 있다는 점, 그리고 외국어 독학의 세 가지 요령과 외국어의 논리 패턴을 이해하는 방법 등 도움이 되는 내용들도 많았다. 저자는 독학을 계속하면 인생이 바뀐다고 말한다. 지식이 늘고, 그에 따라 사고방식과 관점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사고방식이 달라지면 가치관과 행동도 달라진다. 그러면 주변의 인간관계 역시 변해 가게 마련이고, 그렇게 삶이 달라지는 것이다. 자, 이제부터 오직 나를 위한 공부를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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