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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가와 아리스에게 바치는 일곱 가지 수수께끼
아오사키 유고 외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탐정 역을 맡는 캐릭터도 그래. 직업이나 성격으로 차별화하기는 하지만 수수께끼 풀이 자체는 누가 설명해도 마찬가지인, 개성 없는 장면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애초에 누구나 풀 수 있는 수수께끼가 아니면 본격 미스터리로 성립할 수 없다는 딜레마도 있어. 결국 탐정 캐릭터들도 '모범 답안'을 독자에게 전하기 위한 장치에 지나지 않는 걸지도 몰라."
그렇기에 복각과 재현이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추리소설에서 독창성이란 무엇일까? - 아오사키 유고, 〈끈, 밧줄, 로프〉 중에서, p.36
한 아파트에서 강도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시체는 아파트 근처 바다에 면한 운송 회사 창고에서 일하는 종업원이 산책로 아래에서 발견한다. 여러 정황 증거상 건물 안에 있었던 사람이 아니면 범행을 저지를 수 없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사건이 있었던 날 밤 아파트 안에 있던 사람은 29명이었다. 그 중에서 구속에 사용된 로프 도구에 착안해 아파트 쓰레기 배출 상황을 조사했고, 의심이 가는 인물 세 명이 용의자로 좁혀 진다. 셋 중에 어떤 것이 범행에 사용된 증거품인지 알 수 없어, 후보 세개를 순서대로 끈, 밧줄, 로프라고 정하고 조사가 시작된다. 추리소설가인 아리스와 임상범죄학자인 히무라의 케미와 논리적으로 추리를 해나가나는 과정이 돋보이는 아오사키 유고의 작품이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추리소설 작가를 꿈꾸는 '나'는 사년 만에 대학 시절 미스터리 연구회에서 함께했던 친구 에이지의 연락을 받게 된다. 우연히 헌책방에서 내가 쓴 소설을 발견했다며, 제사가 있어서 도쿄에 가는데 잠깐 보자는 거였다. 대학 시절 에이지는 내향적인 성격이었던터라 먼저 만나자는 약속이 낯설게 느껴졌지만, 잠깐 얼굴을 보기로 한다. 그리고 얼마 뒤, 회사로 경찰 두 명이 찾아온다. 그들은 미우라 해안 별장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며, 에이지를 아느냐고 묻는다. 살해당한 사람은 에이지와 호적상 부자관계로, 재산을 노리고 접근해 에이지의 어머니를 죽게 만든 장본인이었던 거다. 동기는 분명한데, 완벽한 알리바이를 깰 수가 없어서 경찰이 찾아온 거였다. 과연 에이지는 '나'를 자신의 알리바이를 위해 이용한 걸까. 알리바이 트릭을 테마로 한 시라이 도모유키의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수수께끼를 고민하는 과정이나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감정을 누군가와 공유하지 못하면 즐거움이 반감하는 모양이다.
물론 독서는 기본적으로 혼자 하는 행위지만 미스터리는 작가가 곳곳에 설치한 복선을 찾아내거나 논리적 해결을 끌어내기 위해 작품에 설정된 현실성의 수준을 해석하는 등, 그 작품에서는 신이라 할 수 있는 작가와 사고의 캐치볼을 즐기는 측면이 있다. 혼자서 하는 것 같지만 거울 뒤편에 존재하는 작가와 추리의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이다. - 이마무라 마사히로, <시체의 실루엣은 말한다> 중에서, p.418
신본격 미스터리의 대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데뷔 35주년 기념 헌정 작품집에 엄청난 작가들이 모였다. <지뢰 글리코>의 아오사키 유고, <창궐>의 이치호 미치, <기억술사>의 오리가미 교야, <엘리펀트 헤드>의 시라이 도모유키, <방주>의 유키 하루오,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의 아쓰카와 다쓰미, 그리고 <시인장의 살인>을 쓴 이마무라 마사히로까지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 일곱 명이 참여해 그야말로 미친 라인업이 완성되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이 기획 자체나 멤버 이름을 들었을 때보다 더 놀란 것은 완성된 작품을 읽었을 때였습니다.”라며 "기예가 뛰어난 작가들이 작정하고 유희를 즐기면 이런 작품이 나오는구나." 하고 작품에 대한 찬사를 남겼다.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표현해 온 캐릭터나 다양한 설정, 세계관을 사용해 각자의 스타일대로 작품을 만들었는데,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완성도가 매우 뛰어나다. 최근에 읽었던 앤솔러지 중에서 가장 퀄리티가 훌륭한 작품집이었다. 지금의 미스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젊은 작가들이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대작가에게 바치는 헌사로 쓴 작품들이기에 수준 높은 미스터리들이 탄생하게 된 것 같다. '작가 아리스' 시리즈를 소재로 활용한 작품들이 많아서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일상 미스터리, 괴담이라는 불가사의한 수수께끼, 알리바이 트릭, 다잉 메시지의 비밀 등 여러 종류의 미스터리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직접 작품 해설을 썼는데, 원작자의 시점에서 들려주는 감상도 매우 흥미로웠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을 잘 모르더라도 이야기를 즐기는 데 전혀 지장이 없으니, 추리, 미스터리 물을 좋아한다면 이 멋진 기획을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