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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대도둑과 세기의 탈주극
솔레다드 로메로 지음, 훌리오 안토니오 블라스코 그림, 문성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911년 8월 21일, 프랑스의 루브르 미술관에서 <모나리자>가 사라진다. 평범한 이탈리아인 목수였던 빈센조 페루자는 어떻게 대낮에 미술관에서 그림을 빼낼 수 있었을까. 사실 그는 루브르 미술관에 고용되었던 목수였다. 미술관에서는 1910년 도난 우려가 있는 작품을 유리로 보호하기 위해 목수 4명을 고용했었는데, 가구 장인 중 한 명이 바로 페루자였던 것이다.
청소나 복구 작업을 위해 월요일인 미술관의 폐관일이었고, 그날 관내의 미술 작품을 지키는 것은 경비원 10명뿐이었다. 경비가 허술하다는 것을 눈치챈 페루자는 누구의 협력도 없이, 의심받지 않고, 혼자서 <모나리자>를 훔쳐냈다. 미술 역사상 최대의 도난 사건으로 미술계는 대혼란에 빠졌고, 당시 파블로 피카소도 용의자 중 한 명이었다고 하는데... 경찰은 어떻게 <모나지라>를 되찾을 수 있었을까.

이 이야기는 <모나리자의 실종>이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졌었다. 이 책에는 페루자의 범행 과정을 단계별로 분석하고, 경찰이 어떻게 수사에 착수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범인을 검거했는지를 흥미진진한 일러스트와 함께 보여준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기발한 계획과 대담한 도전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전 세계의 대도둑과 탈주극 18가지가 펼쳐진다. 각각의 사건마다 배경, 범행 수법, 도주 경로, 체포 경위 등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는데, 마치 타블로이드 기사처럼 편집이 되어 있어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일러스트들이 수준 높은 그래픽 노블 작품같기도 하고, 신문 기사 속 사진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진짜 리얼한 현실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

탈옥에 성공해 무려 31년간 가족과 함께 도망자로 자유롭게 살았던 악명 높은 도망자 로니 빅스, 비행기를 하이재킹하고 20만 달러를 손에 넣고 낙하산을 이용해 뛰어내린 사상 최악의 강도 사건, 하룻밤 만에 무명 노동자에서 스페인 사상 최고의 벼락부자 도망자가 된 남자, 경찰관으로 변장한 도둑 두 명이 5억 달러 상당의 미술품 13점을 훔쳐간 미국 최대의 미술품 도난 사건, 80M의 지하 터널을 통해 중앙은행을 습격 1억 6400만 헤알을 훔쳐간 브라질 사상 최대의 강도 사건 등 역사에 남은 대사건들이 영화처럼 펼쳐진다.
상상을 초월하는 창의적인 방법들이 총동원된 탈주극과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 사건들이 마치 탐정의 사건 스크랩 파일처럼 정리되어 있어 흥미진진했다. 사건 수사 기록을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으로 읽었다.

<범죄의 재구성>, <도둑들>같은 케이퍼무비를 좋아하는 편인데,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뛰어난 아이디어들과 기발한 계획, 그리고 대담한 범행과정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어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믿을 수 없는 탈출극, 완벽한 강도 계획, 유령처럼 경찰의 손에서 쏙 빠져나가는 범행 과정, 유명한 마술사처럼 사라진 탈출의 명수 등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겨지는 사건들이 실제로 벌어졌다고 생각하니 더욱 놀라웠다. 개성 넘치는 일러스트와 감각적인 편집 구성으로 세기의 범죄들을 하나의 작품처럼 정리한 책이라 소장용으로도 좋을 것 같다. 새로운 소재가 필요한 창작자들에게도, 역사책에 나오지 않는 색다른 사건들이 궁금한 독자들에게도 도파민 넘치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