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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게 웃으며 말 거는 법 - 냉소와 허무를 뚫고 나가는 유머라는 해독제
크리스 더피 지음, 박재용 옮김 / 어크로스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유머를 찾는다는 건 현실의 불편하거나 웃기지 않은 면을 부정한다는 뜻이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바로 이 점에서 유머는 이른바 해로운 긍정주의와 결정적으로 구분된다. 해로운 긍정주의란 어떤 상황에서도 밝은 얼굴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유머는 구름이 낄 때마다 좋은 면을 찾는 게 아니라 구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유머는 현실을 마주하면서도 그 현실과 맺는 관계를 바꾸는 방식이다. 유머는 절망을 해체해 희망으로 빚어낸다. p.20
진지한 스릴러 작품에서 뜬금없이 터지는 유머는 긴장감을 해소시켜준다. 지루한 고전 문학에서 위트 넘치는 문장은 분위기를 환기시켜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무거운 이야기 속에서도 웃음을 찾아 내는 능력은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는 항상 긴급한 상황에서 웃음을 유발시키는 대사들이 등장하곤 한다. 관객들의 긴장감을 풀어주고, 약간 방심한 상태에서 진짜 중요한 클라이맥스를 펼쳐 보이기 위해서다. 이야기를 만들 때 적절한 유머는 언제나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 물론 일상 속에서도 유머 감각은 우리를 더 나은 삶으로 향하게 한다. 누군가와 처음 만나는 순간에도 유머감각이 있는 상대는 순식간에 호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 잘 웃기는 사람이 보통 인기도 많은 편이다. 왜냐하면 팍팍한 우리 일상 속에서 유머란 정말 귀한 빛을 발하는 재능이니 말이다.
이 책은 ‘좋은 웃음’이 어떻게 우리를 더 나은 삶으로 이끄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유머'란 분위기를 띄우는 요령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세상의 긴장과 무게를 덜어주고, 그 안에서 기쁨과 웃음을 발견하게 만드는 렌즈로서의 유머를 말하는 것이다. 저자인 크리스 더피는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여러 압박과 책임감으로 인해 유머감각을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삶 어디에도 웃음이 끼어들 틈이 없었고, 그럴 만한 여유도 없었고 말이다. 자신에게 웃음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필요하다고 깨달은 어느 날, 그는 삶에 의도적으로 웃음과 코미디를 주입해야겠다고, 유머감각을 길러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렇게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과학자들의 연구, 전문가들과 나눈 인터뷰를 통해 유머와 그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영문학을 전공했고, 교사로 근무했었지만 현재 코미디언이자 TV 방송작가, 라디오 및 팟캐스트로 진행자로 일하며, 다수의 대학교에서 유머에 관한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그의 삶 자체가 유머의 중요성과 그 힘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유머감각이 있다고 해서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유머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하지만 유머감각은 긴장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다. 정의를 구현하는 일이 공포영화라기보다 코미디처럼 느껴지게 만들어준다. 유머는 냉소와 번아웃에 맞서고, 더 나은 세상을 그려내는 강력한 도구다. 사회 변화를 위한 활동으로 기운을 빼앗기는 대신 오히려 힘을 얻을 수 있다. p.261
이 책은 유머가 현실을 마주하면서도 그 현실과 맺는 관계를 바꾸는 방식이라고, '유머는 절망을 해체해 희망으로 빚어낸다'고 말한다. 하지만 냉소와 허무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웃는 법을 점점 더 잃어버리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웃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까. 저자는 유머감각을 되살리고,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꿀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 준다. 더 많이 웃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더 많이 알아차리는 것이다. 우리가 그저 평범한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지나치는 많은 것들이 사실 우리의 유머감각을 자극한 기회들이다. 사소한 순간들과 디테일을 눈여겨보면, 일상에 자연스러운 웃음이 더 많이 생길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유머는 거의 항상 뭔가 어긋나거나, 이상하거나, 기이하거나, 유쾌한 점을 알아차리는 데서 생기는 것이니 말이다. 두 번째 단계는 내 안의 우스꽝스러움과 기이함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스스로를 웃음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우리가 처한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다.
세 번째 단계는 사회적 위험을 감수하고, 온전히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버스에서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어보거나, 자신이 발견한 유머를 친구나 동료에게 나누며 대화를 시작해보고, 얌전히 굴지 말고 더 자유롭게 행동해 보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과 유머러스하게 관계 맺으려는 마음가짐은 웃음을 삶의 여러 맥락 속으로 불러오게 만들어 준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생의 어떤 힘든 상황에도 유머의 가능성은 존재한다는 사실이 조금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유머감각'이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삶에서 웃음을 찾아내고자 하는 태도에 가깝다고 말도 어딘가 희망적으로 느껴졌다. 어떤 사람은 원래 웃기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바쁘게 일상을 쫓아 가다 보면 참 웃을 일이 많지 않다. 웃으면서 즐겁게, 여유롭게 주변을 돌아보며 살고 싶었는데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 깨어 있는 여유, 자신을 잠시 내려놓는 용기, 사회적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에게 진실해지려는 시도들이 조금씩 모여 웃음을 되찾게 되는 거라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이 무거워진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자,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오늘 하루치의 재미부터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