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관 TURN 10
유진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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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누가 무슨 기준으로 누구를 살릴지를 결정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야. 나는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공정할 수 없다고 생각해."

주승우의 말에 임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공정은 너무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편하게 사용하는 말이야. 모두가 만족하는 방법은 없는 법이지. 어떤 사람이 제 가족을 살릴 기회를 포기하냐고.               p.57~58


살아 있는 인간의 생명을 희생해 죽은 인간을 부활시키는 형벌이 집행되는 시대이다. '전환형'은 살인자를 희생해 살인 피해자를 부활시키는 것으로 그로 인해 살인 범죄가 80퍼센트 이상 줄었다. 하지만 횟수가 줄어들었을 뿐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경찰로 일했던 주승우는 전환기관의 특수감찰부 소속 요원으로 경찰과 검찰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그 과정을 검증하는 일을 했다. 전환형이란 피해자에게는 부활이지만 살인자에게는 죽음을 의미했기에, 전환형을 잘못 집행했을 경우 돌이킬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 피의자의 80퍼센트가 남성이었고,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이었다. 전환기관에 남자가 들어가 죽고 여자가 살아서 나온다는 뜻이었다. 그러다 보니 전환기관이라는 독재 기관이 매년 남성 수백 명을 살해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생겼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니 이게 현대 사회에서 나올 말이냐고, 한 사람을 희생해서 죽은 사람을 부활시키는 게 말이 되냐고 말이다. 물론 살인자들의 목소리다. 애초에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될 것을, 자신도 죽는다고 생각하니 억울한 거다. 하지만 피해자의 시신 훼손 정도가 심할 경우 전환을 할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전환형 선고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훼손시키는 경우도 생기는 것을 보며 인간의 음습한 악의는 그 끝이 어디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이러한 '전환'이라는 것이 굉장히 비현실적이고, SF적인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현실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들이 많다보니 실제로 이런 법집행이 가능하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제대로 심판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읽는다면 누구나 비슷한 생각이 들 것이다. 




누군가가 부조리한 죽음을 맞이했을 때 살아남은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그들은 죽은 자들을 바라보는 것도 고통스러워 죽은 자를 외면하기에 바빴다. 인간은 그런 부조리함에 해결책을 찾으려 했고, 죄를 심판하는 신과 사후 세계를 만들었다. 주승우는 전환과 전환형도 살아남은 자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완전한 해결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해왔다. 여태껏 진실을 추구함으로써 그것을 더욱 완전하게 만드는 것이 임무라고 여겼다. 그 임무를 위해서 타협하고 공모했다. 이제는 부딪치고 싸울 때였다.              p.269


이 작품은 죽여 마땅한 사람과 살려 마땅한 사람이 제대로 전환될 수 있도록, 정의를 집행하는 한 요원의 사투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피해자가 여러 명일 때 벌어지는 유족 간의 갈등, 전환이라는 부활을 이용하기 위해 계획된 끔찍한 범죄 등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다른 사건이 펼쳐지며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어 주는 작품이었다. 여러 명의 피해자가 발생할 사건의 경우 누구를 전환해 부활시킬지에 관해 명확한 기준을 세울 수가 없다는 점이 여러 갈등을 불러 일으켰다. 재산, 나이, 성별, 가족 등 어떤 것도 기준이 될 수 없었으니 말이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생명은 존귀한 것이니까. 죽은 피해자를 두고 누가 더 가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하다. 공정해야 할 일이지만, 그 공정이라는 것 또한 사람이 정해야 하는 기준이었으니 말이다. 이런 부분들 때문에 소설은 더 재미있어진다. 매우 흡입력 있는 이야기였다. 


가장 새로운 이야기로의 가뿐한 귀환, 턴(TURN) 시리즈 열 번째 작품이다. 한국과학문학상, 문윤성 SF문학상 등을 수상했던 유진상 작가의 <전환기관>은 죽은 인간을 되살릴 수 있다는 기발한 설정을 탄탄한 서사와 스릴 넘치는 구성으로 담아냈다. 무엇보다 군더더기 없이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표지에 그려진 이미지가 전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인데, 두 사람이 양쪽 전환기에 누워 이어진 호스를 통해 물리적으로 연결되고, 점차 생명 활동이 멈춘 전환자의 세포가 재생되는 것이다. 딱딱한 제목과 표지 이미지 덕분에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작품일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막상 페이지를 넘겨 보면 매우 현실감 넘치는 추리 미스터리 물이라 호불호 없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욕망과 거짓의 진창 속에서 진실을 꺼내고 최상의 정의를 집행하는 과정 속에서 매번 고민하게 만드는 삶의 아이러니와 인간의 마음, 그리고 정의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자, 한계 없는 턴의 이야기, 지금 바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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