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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에 읽는 호주 범죄 소설사 ㅣ 한숨에 읽는 2
스티븐 나이트 지음, 장영필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6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도시를 배경으로 한 다른 미스터리들처럼, 이 서사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범죄와 그에 따른 결말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일부 경찰의 개입이 있지만, 그들은 사건이 일어날 때만 나타나는 부패한 형사 메들이 이끌고 있다. 이 소설은 매해 가장 큰 경기인 멜버른 컵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클라이맥스를 이루며, 부패한 형사 메들은 지역 인물이 관여하는 큰 사기 사건에 휘말린다. 이것은 이 소설의 또 다른 이야기 줄기로 덥힌다. p.115
'조 올로클린 시리즈'로 국내에도 꽤 많은 작품이 소개되어 있는 마이클 로보텀을 좋아한다. 그는 실제 호주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소재로 작품을 쓰기도 했고, 심리학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리즈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구성, 문장, 복선 등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데다, 매력적인 캐릭터의 독보적인 아우라가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줘 신간이 나올 때마다 챙겨보는 작가이다. 그래서 호주의 범죄 소설하면 마이클 로보텀부터 떠오르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다른 작가들도 있었겠지만, 바로 떠오르는 다른 작가가 없는 것처럼 호주의 범죄 소설이 유독 많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궁금해졌다.
이 책은 1818년부터 2017년까지의 호주 범죄 소설사를 정리한 것이다. 호주 문학계 최초로 200년에 걸친 범죄 소설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탐구한 책이라고 하니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사실 범죄 소설이라는 장르는 영국과 유럽, 미국, 혹은 일본, 중국 쪽이 다 이야기할 거리가 많겠지만 말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차별점은 ‘호주’라는 지역성과 역사성을 중심에 두고 장르를 조망한다는 점이다. 900여 편의 작품을 시대, 주제별로 분류해 소개하고 있는데, 책 좀 꽤나 읽은 독자인 나에게도 낯선 작품들이 훨씬 더 많아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소개되고 있는 다양한 작품들은 문학적 가치와 호주 내 독자들의 반응에 근거해 다루었고, 호주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의미와 영향력을 가진 작품들도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다. 사실 지나치게 정보성 위주로 쓰여 있는 책이라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했다기 보다, 소설사를 시대순으로 정리한 논문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호주 범죄 소설의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작품의 미스터리를 설명하는 이중 구조와 더불어, 이 작품은 이전 작들에 비해 빠르게 전개되지만 일반적인 하디 스토리가 가진 복잡한 모델은 드물다. 주인공의 개인적 생활은 기본적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진다. 그는 이 이야기 속 여인과 더 이상 진전되지 않는 바비의 여아친구와 나누는 허위적 애정 관계 사이에 있다... 즉, 그는 여자들에 빠지지 않고 사건 본질에 충실했다. p.406~407
1788년 호주가 식민지로 정착하게 된 기반이 '범죄'였다고 한다. 영국 정부 입장에서 호주는 한번 보내면 안 보여 좋은 범죄자들을 위한 유배지였기 대문이다. 그렇게 대영제국의 새로운 해외 식민지이면서 죄수들이 넘쳐났던 초기 호주 사회가 호주의 범죄 소설이 출발하게 된 계기가 된다. 호주 범죄 소설의 가장 초기 사례는 강력한 수사력을 필요로 하는 공권력 도는 수사 담당자라는 존재도 없이 범죄 사건들을 다루고, 그 결과들을 기록한 범죄 소설이었으며 문학적으로 자리하지 못한 하위 장르였다. 감옥에서 탈출한 죄수들의 성공신화, 불합리한 수형 제도 아래 부당한 판결을 받은 이들의 사연에서 시작해 이후 부유한 자유 정착민과 무법적으로 금광을 찾는 사람들을 소재로 한 스릴러 소설이 나왔고, 멜버른을 배경으로 한 퍼거스 흄의 베스트셀러인 도시 범죄 소설로 확장된다. 참고로 퍼거스 흄의 작품은 국내에 출간된 크리스마스 앤솔러지인 <화이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호주 범죄 소설의 문학적 가치는 매우 미약했으나, 1980년대부터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범죄 소설 작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 책에서도 1980~1999년대를 다룬 장이 가장 분량이 많다. 사설탐정, 경찰, 범죄 소설, 아마추어 탐정, 사이코스릴러, 원주민 범죄 소설, 역사적 범죄 소설 등으로 카테고리를 나눠 호주만의 독보적 양식에 대해 자세히 알려 준다. 2000~2017년까지를 다루고 있는 장에 이르면 드디어 알고 있는 작가의 이름이 등장한다. 지금은 절판되었지만 <브로큰 쇼어>라는 작품을 쓴 피터 템플이다. 이 작품이 나왔던 영림카디널의 블랙 캣 시리즈에 훌륭한 작품들이 많았는데, 현재는 모두 절판되어 구할 수가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 책은 2017년까지의 작품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 이후로 현재까지의 작품들이 언젠가 추가된다면 조금 더 대중적인 느낌으로 읽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범죄 소설은 당대의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호주 범죄 소설을 단순한 오락물이 아닌, 국가적‧사회적 현실을 비추는 강력한 문학 장치로 진지하게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범죄 소설을 좋아한다면, 호주 범죄 소설의 역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