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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어떻게 변화를 거부하는가 - 인류가 나아지지 못하는 7가지 이유와 그럼에도 나아질 수 있는 방법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어크로스 / 2026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텐데도, 우리는 모순이 사라지는 가상의 세계로 도피해버리곤 한다. 자신의 행동이 종종 일관성이 없고, 때로는 스스로의 원칙에 위배되며, 왕왕 불합리하게 보이기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왜 그리 어려울까? 어째서 우리는 자신에게 해가 될 것이 뻔한 결정과 습관을 부여잡고 바꾸지 않는 걸까? 변화를 원한다면 이런 질문에 맞서야 한다.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어디서 연유하는지를 모르는 한, 그것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p.62
우리는 매년 새해가 되면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힘차게 시작한다. 하지만 희망찬 새해의 계획들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간다. 작심삼일이라는 말도 우스울 만큼 거창하게 계획만 세워놓고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그냥 사라져 버리는 것들 투성이다. 사는 게 바쁘다는 이유로 미루기 시작하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쳐 버리고, 늘 제자리에서 맴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 우리는 변화를 원하면서도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일까. 왜 우리는 달라져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달라지지 않는 걸까. 이 책은 변화를 거부하는 인간의 모순된 본성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 준다. 새로운 것들은 잠재적 위협을 의미하고, 누구나 안전을 필요로 하기에 본능적으로 변화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외부 상황이나 환경이 아니라 우리 뇌가 만든 인지 오류, 고정관념, 착각이 변화를 방해하는 거라고 말한다. 재난지역에서 구조된 사람들이 위험한 걸 알면서도 집으로 되돌아가는 이유에서 시작해 유럽에서 산모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의사들의 치명적인 오류와 마야문명과 로마제국의 몰락이 의미하는 것들을 두루 살펴보며 인간의 변화를 가로막는 7가지 착각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지부조화, 확증편향, 손실회피, 비현실적 낙관주의 같은 인지적 오류 등 뇌에 대한 분석을 통해 우리가 변화하지 않는 이유를 정리해준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의 대부분을 이루는 것은 루틴이다. 습관에 따라 행동할 때 의도 같은 것은 없다. 습관은 그냥 그 자체로 실행된다. 루틴은 논리가 아니라 자극을 따르기 때문에, 언제나 좋은 결심은 흐지부지되기 십상이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캠페인은 번번이 실패하는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취향과 습관을 가지려면 이해와 인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옛 습관의 지배를 깨려면 인내심과 더불어, 뇌를 새롭게 만들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긍정적 감정은 기회를 알아차리게 만들지만, 부정적 감정은 위험을 회피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우리는 엇비슷한 이익을 얻을 전망보다 손실을 볼 가능성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 이득을 놓치는 일은 생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위험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치명적인 영향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손실과 이익을 그리도 다르게 평가하고,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를 꼼짝 못 하게 만들기에 선호를 따르는 일이 힘들다. 대신에 우리는 현상 유지를 택한다. p.177
우리는 나이를 먹을수록 위험을 감수하는 걸 싫어하고, 일반적으로 겁이 더 많아진다. 나이든 사람들은 경험에 의존하고, 웬만하면 문제를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으며, 실험해보고자 하는 마음도 줄어든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뿐 아니라 이성도 늙는다는 점은 서글픈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류가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에 나이 드는 사회의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이든 사람의 뇌가 젊은 사람의 뇌보다 능력이 떨어진다거나 열등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다르다는 것이다. 고령층이 지배적인 사회는 도전을 대하는 태도가 젊은 사회와는 다를 수밖에 없고, 새로운 길을 가기보다는 익숙한 길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이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과도하게 보수적인 사회는 몰락할 우려가 있기에, 우리 모두 변화된 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적응해야만 한다. 그래서 이런 책이 꼭 필요한 것이고 말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필요한 변화는 어떻게 이루어낼 수 있을까? 낡은 폐습을 끊어내는 일은 관성의 힘과 상실의 두려움에 맞서 싸워야만 한다. 단순히 습관을 버리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미지의 세계로 걸음을 내딛는 용기가 필요하다. 운동을 더 많이 하고, 술을 덜 마시고,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에 어떤 좋은 점이 있는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다시 예전의 습관으로 돌아가버리곤 한다. 하지만 습관을 바꾸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뇌의 구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해결책을 명쾌하게 제시해주고 있다. 후변화, 인공지능의 범람, 고령화 등 피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한 인류에게 낡은 습관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환대하고 진보로 나아갈 수 있는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통찰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에 소극적인 나를 바꾸고 싶다면, 불확실한 세상에서 필요한 변화를 이뤄내고 싶다면 이번에야말로 낡은 습관에서 벗어날 좋은 기회다. 이 책이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