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의 움직이는 성, 맨해튼을 걷다! - 애니메이션 속 건축물 현실화 프로젝트
NoMaDoS 지음, 요시카와 나오야 그림, 서희경 옮김 / 소보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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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건축이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다. 인간의 삶이 영위되고, 그 안에서 다채로운 경험이 창출되는 공간 그 자체다. 따라서 기능을 넘어 감성을 담아야 하는 건축물은 필연적으로 복합성과 정교함을 요구한다. 이처럼 다층적 요구에 정밀하게 부응해야 하기에 건축계획, 구조, 시공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도 깊은 검토 과정을 끊임없이 이어가야 한다. 한 사람의 발상이나 감각만으로는 결코 건축물을 완성할 수 없다.               p.98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속 분홍색과 크림색으로 된 호텔, <아가씨>에서 서양식 건물과 일본식 목조건물이 나란히 붙어 있는 구조로 된 대저택, 건축가의 상상력이 곧 세계의 물리법칙으로 구현되는 <인셉션> 등 우리는 종종 스크린 속의 경이로운 풍경들을 만나게 된다. 공간은 이야기의 배경이 되기도 하고, 주제가 되기도 하며, 서사를 진행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단순한 감상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작품의 세계에서는 건축물들에 상상력이 더 극대화된다. 현실로 구현할 수 없어도 된다는 장점이 있으니 말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오는 걸어 다니는 도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주요 배경인 신들이 찾는 온천 여관 등 작품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바로 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건축물들이 있다. 이 책은 그렇게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건물들을 통해 재미있고 놀라운 건축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 책에는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닌텐도 슈퍼 마리오 시리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주술회전>, <원피스>,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 총 13편의 만화, 영화, 게임을 다루고 있다. 흥미로운 요소로 가득한 건축물들을 통해 건축의 진정한 매력을 느껴보면 어떨까. 




마치 생명체처럼 발이 달려 걸어 다니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마법사 하울이 친구인 불의 악마 캘시퍼와 함께 사는 이동식 공유 주택이다. '이곳에서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고 상상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작중에서는 마법으로 움직이는 성이었지만, 건축계에도 한때 하울의 성처럼, 혹은 훨씬 거대한 건축물이 도시 중심부를 활보하는 모습을 구상한 프로젝트가 존재했다. 이러한 발상은 건축의 고정된 형태와 영구성을 해체하려는 급진적인 시도로,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유동적인 도시를 제안했다.               p.180


사실 애니메이션 속 건축물들은 실제가 아니기 때문에 엄청난 상상력으로 구축해낸 그림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그러한 공간 설계 안에, 현실 건축의 영감과 원리가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그냥 단순히 멋진 그림이 아니었던 것이다. 가상의 공간에 숨겨진 실제 건축의 법칙과 아이디어를 풀어 나가는 과정이 아주 재미있었다.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축물들에 대한 이야기지만, 전문적이고 어려운 내용보다는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있고, 다채로운 일러스트와 이미지들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어 이해를 도와준다.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의 카나메 마도카 저택은 모더니즘 건축의 전형적인 저택으로 르 코르뷔지에의 5원칙이 자연스럽게 실현된 것이다. <슈퍼 마리오 시리즈>에서 공주를 구하기 위해 방문하게 되는 쿠파성에 견줄 만큼 독특한 실제 건축물이 일본에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헌터X헌터>에 등장하는 지상 251층짜리 천공투기장으로 고층 건축의 세계를 탐구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건축사에 남을 큰 논쟁을 일으킨 작품 <주술회전>에 나오는 주술 고등전문학교,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요새 건축,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이동식 공유 주택을 참조해 건축계에 전율을 일으킨 언빌트 건축의 사례들을 살펴보는 시간도 흥미진진했다. 


가상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환상적인 공간들이 단순한 허구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과정도 매력적이었다. 이러한 건축물들이 판타지의 영역을 넘어, 미래 건축이 추구해야 할 방향과 가능성을 묻고 있는 거라면, 앞으로 미래에 현실로 구현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첨단 기술과 혁신이 만나 이러한 작품 속에서처럼 독창적이고 견고한 건축물의 시대가 펼쳐질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었다. 건축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술술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익숙한 작품들을 길잡이 삼아 상상의 공간에 숨겨져 있던 현실 건축의 세계를 발견해 나간다면 좋을 것 같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나온 건축물이 실제로 구현 가능한지 궁금했다면, 우리가 사랑했던 세계는 어떻게 설계되었는지 그 과정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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