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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오로르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안 스파르 그림,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 엄마 아빠는 내가 소리 내서 말하지 않아도 괜찮대.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은 남다른 사람을 보면 불편하다고 말해. 자기들이 생각하는 '정상'의 개념에 맞지 않는 걸 보는 게 싫은 거야. 그런데 '정상'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 집단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특별해 보이는 걸 억누르려고 '정상'이라는 개념을 스스로한테 강요하는 것뿐이야. 이제 백여 년 전 걸작을 너한테 보여 줄게. 그 당시에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 그림이야." p.47
11살 오로르는 신비한 힘을 가진 아이다. 사람들의 눈을 보면 하고 싶은 말과 생각하는 것을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오로르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자폐아라고 부른다. 오로르는 소리내어 말을 하는 대신 태블릿에 글을 써서 말한다. 학교에 가는 대신 조지안느 선생님과 공부하고, 선생님이 제안한 태블릿으로 말하는 법을 배우는 데 1년도 넘게 걸렸다. 지금은 아빠보다도 빠르게 타자를 칠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의사 소통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오로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을 읽는 힘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사람이 아주 적다. 엄마와 아빠, 세살 많은 언니도 모른다. 조지안느 선생님과 주베 형사님만 알고 있다. 이 특별한 능력 덕분에 오로르는 주베 형사의 부관이 되기로 하는데, 이번 작품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데 아주 큰 활약을 하게 된다.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오로르>에서는 오로르가 드디어 학교에 가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진짜 학교에 다니는 건 처음 경험해 보는 일이라 오로르는 신이 난다. 하지만 친구들은 오로르가 아는 게 많다고 잘난 체 한다고, 왜 그렇게 유별나느냐고 생각한다. 남들과 다르게 세상을 보고, 다른 사람들처럼 입으로 소리 내서 말하지 못하는 것을 아이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로르는 남들과 다른 건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은 슬픈 일도 화낼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 전편에서 루시 언니의 실종 사건을 통해 만난 주베 형사의 부탁으로 오로르는 용의자 심문에 참여하게 된다. 열아홉 살 소녀가 아주 심한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되었는데,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은데 말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로르의 역할은 델핀의 생각을 읽고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을 주는 거였다. 하지만 오로르는 보다 깊숙이 사건 해결에 참여하게 되고, 매우 위험한 상황 처하게 되기도 하지만, 정말 용감하고 씩씩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낸다.

"오로르, 인생은 아주 거대한 이야기야. 우리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렇지만 곧 끝나겠지. 그래서 나는 조금 슬펐다. 물론 나는 선생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이야기는 그 사람의 삶에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모든 게 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이, 모든 모험이, 자기 인생이라는 거대한 이야기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다음 모험으로! p.298
더클라스 케네디는 자폐 스펙트럼 안에 있는 자신의 아들을 생각하며, 이 작품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다섯 살 때 아들은 병원에서 평범한 삶을 살 가능성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성인이 된 지금 런던 대학교 석사 학위를 따고 사진가로 완전히 독립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아들을 보며 다름은 틀린 게 아니라고 생각했고, 덕분에 이렇게 사랑스러운 작품이 만들어졌다. 장애로 규정된 인물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자신의 다름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멋지게 활용할 줄 아는 주인공, 오로르가 탄생한 것이다. 오로르는 세상에 없는, 너무도 용기있고, 긍정적이며, 밝은 햇살처럼 반짝거리는 캐릭터이다.
대다수의 사람들과 다른 사람이 있으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따돌리고 괴롭혀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아주 끔찍한 생각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걸 두려워할 때가 많다.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는 사람의 눈에 자신들이 어떻게 비칠지 두렵기 때문에, 누가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거나 그냥 좀 남다르면, 불편하다고 느낀다. 그런 사람들에게 오로르는 세상 무해한 얼굴로, 진실을 말한다. 우리 각자가 다른 건 당연한 거라고, 그러니 내가 남들과 다른 것도 전혀 이상한 게 아니라고 말이다. 오로르의 주변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상황 속에서 고민과 슬픔을 갖고 있다. 오로르는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생각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을 통해 그들 곁에서 위로가 되어주고, 나서서 문제가 해결되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너무도 순수하고, 현명한 시선으로 말이다. 오로르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이기에 아이들이 읽기에도 좋지만, 사실 동심을 잃어 버린 어른들에게 더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번에 오로르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오로르>가 새 옷을 입고 나왔다. 이 시리즈는 국내에 세 권 출간되었는데,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가 첫 번째, 그리고 <뉴욕의 영웅이 된 오로르>가 세 번째 작품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작품이 예쁜 리커버가 나왔으니, 곧 세 번째 이야기도 새로운 표지로 나올 것 같아 기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