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관찰자를 위한 가이드 - 경이롭고 유쾌한 파동의 과학 관찰자 시리즈
개빈 프레터피니 지음, 홍한결 옮김 / 김영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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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파동 관찰이라는 취미의 핵심이 바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것들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물론 파동관찰자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파도를 바라보는 것에서도 충분히 낙을 찾을 수 있다. 최고의 명상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 넓은 의미의 파동관찰자란 종류가 전혀 다른 파동, 즉 해변의 파도처럼 눈에 잘 보이는 파동과 소리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파동 사이에서 연결고리와 유사성을 찾는 사람이다. 세상의 파동스러운 성질은 워낙 미묘한지라 많은 사람이 전혀 모른 채로 살아가지만, 워낙 근본적이기에 일단 알아차리고 나면 어디에서나 보이기 시작한다.               p.119


<날마다 구름 한 점>, <구름관찰자를 위한 가이드>로 매혹적인 구름의 세계를 안내해주었던 구름감상협회 회장 개빈 프레터피니가 이번에는 파도관찰자가 되어 돌아왔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던 어느 날, 대서양의 수평선을 바라보다가 자연스레 물의 움직임으로 시선이 따라갔다고 한다. 합쳐졌다 갈라지고,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물의 움직임을 넋 놓고 바라보다 의문이 생긴 것이다. 파도는 왜 생기지? 어디서 오는 거야? 왜 저렇게 물을 튀겨? 그렇게 구름 관찰은 자연스럽게 파도 관찰로 이어졌다. 수평선 위의 바다와 수평선 아래의 바다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게 파도에 대해 탐구하던 그는 파도의 정체가 파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세상 속 파동에 대해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심장 박동과 뇌파와 같은 몸속의 파동부터 우리 귀에 들리는 각종 소리를 전달하는 음향파, 전자기파와 마이크로파 등 정보화 시대의 기반이 되는 파동과 경기장의 파도타기와 꼬리를 무는 교통체증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세상의 모든 파동에 대해 집요하게 연구한다. 작은 과학적 호기심에서 시작된 것이 우리의 삶과 세상 전체를 살펴보는 놀라운 모험이 된 것이다. 그는 파동 현상을 관찰하기 위해 수많은 현장을 찾고, 전문가를 직접 인터뷰했다. 그리고 문학작품과 악기, 과학 이론 등 세기를 넘나들고 장르를 불문해 파동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낸다. 책의 후반부에는 ‘파도관찰자를 위한 A-Z 가이드’도 추가했으니, 그야말로 파도와 파동에 관한 백과사전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리학적으로 보면 파도타기 응원은 매질을 통한 에너지의 이동이 아니라, 매질이 에너지를 사용해 어떤 규칙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현상이므로 '진짜' 파동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눈에는 파동으로 보이기 때문에 진정한 파동으로 칠 이유가 충분히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식으로 유쾌하고, 위트있게 이야기들을 풀어 나가기 때문에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질서 정연하게 일렁이던 수면이, 이내 공기를 머금은 물, 물을 머금은 공기가 뒤섞인 혼돈의 소용돌이로 변한다. 질서에서 혼돈으로의 추락이 이토록 우아하게 끊임없이 펼쳐지는 광경을 또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선형 파동이 비선형 파동으로 바뀌는 과정이라고 하면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겠지만, 그 말만으로는 이 장관을 담아내지 못한다. 파도의 부서짐은 곧 파도의 죽음이다. 아니, 물로서의 수명을 다하는 순간이고, 그 에너지는 다른 형태로 계속 이어진다. 파도는 충격파가 됨으로써 그 마지막 생명의 힘을 공기와 해변에 바친다.               p.251


바다에 여행을 갔을 때 해안으로 밀려드는 파도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치 음악처럼 들린다. 쏴아쏴아 소리가 바다의 지휘에 맞춰 단조롭게, 때로는 거칠게, 잔잔하게, 그리고 드라마틱하게 부서지고, 부딪혀 깨지는 소리의 합창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파도가 만들어 낸 두 줄의 규칙적인 하얀 선이 바다의 윤곽을 그리고, 주변에 사람이 없다면 그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오직 각각의 파도 소리만 서로를 부르는 것처럼 들린다.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만으로 온갖 스트레스가 다 날라가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영국의 남쪽 끝 콘월 바닷가에서 세 살배기 딸과 놀던 개빈 프레터피니도 그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그런 상황 속에서 파도의 생성 원리가 궁금해진다. 평소 자연현상을 관찰하고 그 원리를 이해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그가 '구름감상협회'를 만들어 세계 각지에서 5만 명의 회원들이 모여들게 만들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파도에 '진심'이다. 


이 책은 생생한 시각 자료와 파도(파동) 관찰자들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삶 곳곳을 비추는 과학 이야기 우리의 관심사를 확대한다. 내용 자체는 굉장히 과학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도 다양한 에피소드를 버무려 쉽게 풀어내고 있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사진과 그래프 등 100여 가지 시각 자료들이 수록되어 있어 이해를 도와준다. 저자는 파도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고 결국 하와이에 가서 서핑 배우기에 도전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는 그가 '연구 출장'이라는 명목으로 오아후섬에 도착해 겪게 되는 경험이 수록되어 있다. 바다에 나가 서퍼들을 보고, 실제로 전문가에게 서핑을 배우는 과정을 보며 정말 못말리는 열정이다 싶었다. 어떤 장르든 이렇게 사랑한다면 그 애정만큼은 인정해줘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 무한한 열정과 에너지가 부럽기도 했다. 자, 무더운 여름, 시원한 바다에서 이 책과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 끊임없이 솟아오르고 가라앉는 파도의 움직임 속에서 삶의 굴곡과 순환을 떠올리게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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