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 야외생물학자의 동물 생활 탐구
이원영 지음 / 글항아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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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기후변화는 어느새 기후위기가 되었고, 이제는 기후슬픔이 세계 각지로 번지고 있다. 인간보다 더 취약한 존재인 동물들은 기후변화가 초래한 삶의 위기를 온몸으로 겪어내는 중이다. 그들의 현재는 언제 우리의 미래가 될지 모르며, 이미 얼마간은 현실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는 야생의 위기, 야생의 슬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p.16~17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한 예측 불가능한 이상기후와 해수면 상승,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기후재난은 지구를 살아가는 인간과 동물의 삶을 바꾸고 있다. 특히나 그 중에서도 극지동물들은 하루하루 기후변화의 최전선에서 그 영향을 가장 먼저, 가장 극심하게 겪어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동물이 살 수 없는 곳에선 인간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동물을 위하고 돌보는 일이 좀더 근본적이고 전체적인 차원에서 우리의 미래를 돌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바로 거기서 시작되었다.


 '펭귄 박사'로 알려진 저자는 야외생물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이다. 극지연구소 선임 연구원으로 남극과 북극을 오가며 동물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연구한다. 이 책은 ‘야생’이란 길들여지지 않은 장소를 현장 삼아 그곳에서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생존하고 번식하는 온갖 동물의 분투기를 담고 있다.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친 골목부터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야생까지, 드넓은 지구에서 동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연구가 지구의 건강을 되돌리는 데, 동물들에게 살만한 야생을 돌려주는 데 어떠한 역할이라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쓰인 책이다. 동물의 생존과 번식, 진화의 과정과 그들의 본성까지 다정한 ‘관찰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과정이 매우 흥미진진했다. 짝짓기, 집단생활, 공생, 인지와 감정, 의사소통, 동물윤리 등 동물 삶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며, 생생한 풀컬러 동물 사진과 구체적인 연구 사례까지 실려 있어 정말 볼거리가 많은, 눈이 즐거운 책이었다. 




팬데믹이 잦아들면서 사람들은 다시 거리를 빼곡하게 채우고, 자동차는 도로를 메웠다. 거리로 나왔던 동물들은 또다시 어디로 자취를 감추었을까? 아마도 어딘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도시가 자신들에게 삶터를 내어줄 날을... 생태계는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다양한 동물이 긴 시간에 걸쳐 관계를 만들어온 복잡한 시스템이다.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진정한 공존은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              p.320


동물의 짝짓기에 관련된 장에서는 펭귄의 이혼율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인간의 눈으로 볼 때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면서 한 짝과 사는 게 자연스럽고 규범적인 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파트너를 바꾸지 않고 일생을 보내는 건 위험한 전략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스스로 고른 짝이 좋은지 나쁜지 함께 지내보기 전엔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펭귄 역시 일부일처제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펭귄목 18종 가운데 평생 같은 짝과 함께하는 종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특히 황제펭귄의 이혼율은 85퍼센트, 임금펭귄의 이혼율은 75퍼센트라고 한다. 게다가 일부일처제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엄격한 의미에서 그것이 잘 지켜지지는 않아서, 약 90퍼센트 이상의 조류종에서 혼외 자식이 태어난다는 보고가 있다고 하니 흥미로웠다. 게다가 이런 걸 다 어떻게 조사한 것인지도 매우 놀라울 따름이다. 동물의 세계에선 이처럼 사회적 일부일처가 유전적 일부일처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인간의 관점이 아닌 동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번식과 생존의 세계가 인상적이었다. 


인간처럼 말을 하진 않지만, 동물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점과 단지 본능이라 생각했던 행동도 복잡한 신호가 오가는 체계를 갖춘 동물들 고유의 언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또한 동물을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누구보다 동물들을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이 크다고 자부하는 저자가 현장에서 관찰한 바에 따르면 펭귄을 포함한 야생동물이 자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고백(?)도 재미있었다. 기후위기로 인해 생존의 조건 자체가 흔들리는 지금, 우리는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 전환기에 내몰리고 있다. 오죽하면 이러한 기후변화를 경험하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심리적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가 생겨나기도 했으니 말이다. 생태슬픔 혹은 기후슬픔이라는 용어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우울로 이어진다. 인간들뿐만 아니라 지구 각지에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주요 동물들도 여러 위기를 겪고 있다. 서식지가 파괴되고, 개체군이 고립되어 사라질 위험에 처하고, 침엽수림 면적이 줄고, 주요 먹이원이 되는 동물의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더욱 생존을 위협받고 있으니 말이다. 도시를 포함한 지구는 모든 동물이 공유하는 삶의 터전이다. 이 책을 읽으며 지금이야말로 동물들을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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