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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록 풍선껌 ㅣ 다산어린이문학
이정란 지음, 모루토리 그림 / 다산어린이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루는 2학년 2반에서 햄스터 키우는 모임인 '햄이모'에서 쫓겨나 속상하다. 햄스터 동동이를 이모가 도로 데려간 걸 햄장인 민아가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하루는 집에 가자마자 엄마에게 햄스터를 키우고 싶다고 졸랐지만, 엄마는 안 된다고만 한다. 속상한 마음에 집을 나왔는데 시원한 아이스크림 생각이 나서 편의점에 간다. 그랬던 계산대에 못 보던 할머니가 서 있는게 아닌가. 할머니는 풍선껌 한 통을 계산대에 이거 딱 하나 남았다고 씩 웃으며 말한다.

얼결에 볼록 풍선껌을 사서 나온 하루는 껌을 꺼내 본다. 껌 종이에는 '떡갈나무 벤치 아래에서 말풍선이 팡팡!'이라는 문구가 서 있었다. 지난 봄 소풍 때 했던 보물찾기가 생각난 하루는 사자 분수대 뒥쪽 숲속 산책길로 통하는 오르막길로 향한다. 벤치에 앉아 껌 하나를 꺼내 오물 거리다 입김을 불었더니 풍선이 엄청 크게 부풀어 오르다 팡, 하고 터진다. 그리고 나무 아래에서 온몸이 갈색 털로 뒤덮인 다람쥐가 나타난다. 다람쥐와 함께 풍선껌을 씹었더니 하루의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말이 통하는 마법 풍선껌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하루는 야생 다람쥐 볼록이와 함께 매일같이 신나는 시간을 보낸다.

숲에 사는 다람쥐와 친구가 될 수 있다니, 그것도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니... 너무 귀여운 이야기였다. 풍선껌을 씹었더니 속마음이 팡팡 터진다는 설정도 아주 사랑스러웠다. 아이들은 책임지고 돌보지도 못하면서 그저 귀엽고 예쁘다는 이유로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꼭 집에서 같이 살아야 반려동물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 이야기는 '반려'라는 말에 대한 관점을 살짝 바꿔준다. 그리고 생명을 존중하는 법에 대해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준다.
동물 친구가 등장하는 동화는 기존에도 많이 있었지만, 이 작품은 인간의 품 안으로 동물을 데려와 귀여움을 소비하는 방식이 아닌,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만난 두 존재의 교감을 그려내고 있어 더욱 특별하다.

이야기 속 민아는 햄스터를 네 마리나 키워 '햄이모' 모임의 햄장이 되었는데, 어느 순간 하얀 털이 보송보송한 강아지 비숑에 푹 빠져서 강아지를 살 거라고 말한다. 그럼 키우던 햄스터는 어쩌냐고 묻는 하루에게 민아는 햄스터야 뭐, 사촌 동생들 키우라고 주면 그만이라고 말한다. 사실 민아는 햄스터 키우기 전에 달팽이도 키웠었는데, 결국 그 달팽이도 아파트 화단에 버렸던 적이 있기에 하루는 헛웃음이 나온다.
극단적인 경우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민아처럼 반려동물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예쁘면 갖고 싶고, 지겨워지면 어디론가 치워 버리고, 또 다른 것을 데려오면 된다고 생각하는 마음 말이다. 반려동물은 물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의 의미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통해서 어린이들이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을 넘어서 책임질 수 있는 마음까지 배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