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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석의 유럽 건축사 수업 - 한 권으로 읽는 유럽 도시의 시공간
양진석 지음 / 와이즈베리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로마 건축은 도시를 개발하면서 시작되었다. 로마는 건축을 도시적인 개념으로 승화시켜 마침내 '정복의 도시'로 진화할 수 있었다. 로마 건축의 발전은 뛰어난 기술력과 탄탄한 도시 인프라로 확인할 수 있다. 로마인들은 건축을 도시 환경에 통합하는 일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로마는 세계의 중심Caput Mundi이라는 의식과 함께 집중화된 도로망을 통해 주변을 정복하고 장악해 나갔다. 그 배경에는 도로와 수로의 개발이 있다. 당시 로마 도로의 교점들은 중요한 의미를 지녔고, 개선문과 출입문을 통해서 그 상징성을 표현했다. p.42
모든 분야에 역사가 있듯이 건축에도 역사가 있다.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현대 건축은 서양 건축으로부터 출발했는데, 그리스, 로마의 고전주의부터 비잔틴과 로마네스크, 고딕과 르네상스를 거쳐 바로크로 이어지는 양식의 변천사는 우리의 일상에도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이 책은 현대 건축의 모든 뿌리인 유럽의 건축사를 살펴본다. TV 프로그램 〈러브 하우스〉로 유명한 양진석 건축가는 수 년 동안 사회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유럽 건축사 강의를 해왔는데, 이 책은 그 내용을 엮은 것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저자의 스케치를 포함,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가들의 걸작까지 유럽의 건축물이 한눈에 담기는 도판 180여 개가 수록되어 유럽 건축사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유럽 건축사를 그리스, 로마의 고전주의에 근거한 '로마 양식'과 로마를 계승함과 동시에 이를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했던 '비로마 양식',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리스, 로마 건축을 시작으로 비잔틴, 로마네스크 건축, 고딕 건축, 르네상스 건축, 바로크, 로코코 건축, 그리고 19세기 전후부터 현재까지의 건축으로 장을 나눠 정리했고, 각 장마다 해당 양식을 엿볼 수 잇는 대표적인 현대 건축물들을 살펴본다.

판테온 돔은 콘크리트를 틀에 찍어 만들었다면 두오모 돔은 벽돌을 지그재그 방식으로 쌓아 올려 결합력을 강화했고, 미세하게 벽돌 벽의 아래가 위쪽보다 좁아지게 쌓아 공중에서도 벽돌이 아래로 추락하지 않도록 했다. 이렇게 쌓은 벽돌만 무려 400만 개라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두오모 돔은 최초의 팔각형 돔으로 그 당시 가장 거대한 돔이었으며, 지금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큰 석재 돔이다. 이렇듯 로마 스타일의 정수인 판테온 신전을 '오마주'하면서도 기술적으로는 발전한 형태의 건축물을 지어 올리는 것. 이것이 르네상스의 건축가들에게 주어진 1차 과제였다. p.170
개인적으로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각 건축 양식에 맞는 키워드를 정리해준 것이다. 그리스, 로마 건축을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로 조화와 비례를 꼽았는데, 조각과 세공 기술의 이면에 철저한 수의 비례로 정의된 미의 세계가 존재했고, 조화롭다는 개념 또한 엄격한 원칙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스 건축을 승계해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킨 것이 로마 건축이라 그리스 건축이 장식적이라면, 로마 건축은 공간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로마의 바실리카를 원형으로 한 성과 요새의 폐쇄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로마네스크 건축은 성과 교회, 수도원 건축이 주류로 육중한 울타리 담장과 수직성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12세기 후반부터 15세기 중엽 중세 말까지 유럽에서 번성한 건축 양식인 고딕 건축은 첨탑, 뾰족한 아치, 플라잉 버트리스, 스테인드글라스가 특징이다. 신학과 문학을 중심으로 한 인문적 세계관의 지평을 확장했고, 20세기 교회와 종합대학 건축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부활 또는 재생의 뜻을 지닌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르네상스는 인간의 가치를 중시하고 예술가들이 이름을 찾은 시대이기도 했다. 르네상스 건축은 질서, 대칭, 비례와 같은 원칙을 중시했고 절대 왕정과 신흥 세력의 등장으로 새로운 도시와 문화를 탄생시켰다. 로마에서 르네상스 말기 매너리즘을 거쳐 비정형적 양식으로 발전한 것이 바로크, 로코코 건축이다. 기하학 대신 타원과 자유 곡선을 활용한 역동적이고 화려한 양식이다. 이후 동인도 무역과 식민지 시대를 통한 건툭의 다양성 시대가 도래해 신고전주의 건축 양식이 발전한다. 세계 3대 근대 건축 거장의 시대로 다양하게 변주되는 현대 건축과 로마와 비로마가 공존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단 한 권으로 3,000년의 유럽 건축사를 만날 수 있어 무척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현대 건축을 읽기 위한 키워드가 궁금하다면, 쉽고 재미있는 유럽 건축사를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