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과학자의 인문학 필사 노트 - 인문학을 시작하는 모든 이를 위한 80 작품 속 최고의 문장들
이명현 지음 / 땡스B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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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공감이 부족해서 문제라고 한다. 진짜 그럴까? 의심이 해소되지 않아 찜찜해하고 있을 때 이 책을 만났다. 내가 어렴풋이 고민하고 있던 문제를 이 책은 정면으로 다룬다. '공감'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명쾌하게 구분 지어서 이야기한다. 특히 이 문장을 만나면서 내가 찾고 있던 개념이 바로 '인지적 공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복잡하고 다양한 세상에서 두루두루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공감의 반경을 넓혀야만 한다. 나와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p.40



'과학책방 갈다'를 운영하는 천문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명현 박사가 함께 읽고 쓰면 좋을 책 80권을 큐레이팅한 필사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준비하면서 200권에 가까운 책들을 다시 읽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은, 책의 내용을 다르게 기억하거나 두 권의 내용이 뒤섞이기도 했고, 마치 처음 읽어보는 듯 생소했던 책도 많았다는 것이다. 우리의 기억은 그렇게 불완전하고, 필사는 그런 기억을 더 오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필사 책들은 문학 작품을 담고 있다. 이번에 나온 이 책이 기대가 되었던 것은 바로 과학, 인문 도서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거였다. <군주론>, <사피엔스> 빅 히스토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침묵의 봄>, <다윈 지능>, <이기적 유전자>, <우주의 구조>, <종의 기원> 등등 과학 인문서들의 문장들을 직접 써보고, 사유할 수 있는 필사책은 이 책이 거의 유일할 것이다. 파트를 나누어 문학, 에세이도 함께 수록했으니, 그리 어렵게만 여기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논리적 글쓰기와 감성적 글쓰기의 흐름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 필사책의 매력이니 말이다. 또한 제목은 들어봤으나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궁금해하기만 했던 책들의 일부를 엿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만의 특별한 점이다. 





한때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42'라는 숫자가 우주의 팽창 지수를 나타내는 허블상수라는 말이 돌았다. 이 글에서처럼 우리는 종종 원래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다. 어쩌면 거의 모든 일이 그렇지 않을까. 왜 그 일을 시작했는지 잊어버리면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도 모르게 된다. 그러나 원래 그 일을 시작한 이유를 계속 인지하고 있으면 초심을 잃지 않게 된다. 가끔은 우리가 왜 그 일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p.240



필사 열풍이 시작된 이유 또한 매일같이 바쁘게 달려 가느라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자기 자신을 챙길 기력도 없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필사를 하는 동안 오롯하게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어 힐링의 시간이 되어 주기도 하고 말이다.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필사를 시작했다”, "정신없이 일과를 보내다 필사를 하면 시간이 느려지는 것 같아 정서적으로 안정이 된다" 는 등의 필사북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말을 보고 있자면, 지금이 얼마나 각박한 세상인지 새삼 깨닫게 되기도 한다. 덕분에 필사를 다루고 있는 책들은 정말 종류가 많은데, 문학 작품말고 조금 더 진지한 책들을 필사로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길 추천해주고 싶다. 




부드러운 종이의 질감, 딱딱한 펜의 느낌, 글을 써 내려갈 때 사각거리는 소리, 그리고 잉크냄새... 손글씨를 쓰는 일은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휴식과 치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부담없이, 누구나, 손쉽게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책방 과학자 이명현 박사는 단순히 명저들을 소개하고 필사해보는 것이 아니라, '책방 과학자의 생각'이라는 코너를 통해 자신의 시선과 생각을 더했다. 인문, 과학, 문학, 예술.. 어떤 책을 만나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교양 과학서 24종, 인문서 18종, 문학서 19종, 에세이 19종까지 총 80종이다. 필사를 위해 수록된 인용문을 보고 책을 통째로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몰랐던 책이라도 인용문을 통해 상상의 세계에 들어간다면 그걸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인용문을 모은 책은 영원히 미완성'이라고 말한다. 그런 만큼 독자들이 파고들 여백이 넉넉하다는 뜻이다. 여백은 상상의 영역이고, 독자들에게는 자유의 시공간이다. 원작의 텍스트를 필사하고 남은 여백은 자신만의 사유로 채워 넣어갈 수 있다. 필사를 통해 지적인 쾌감을 느껴보고 싶다면, 어렵게 느껴졌던 인문서들과 친해지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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