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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의 심리학 - 예술 작품을 볼 때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오성주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첫눈에 반하는 상황은 비단 이성 교제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마트에서 물건을 사거나, 백화점에서 옷을 사거나, 이사할 집을 고를 때 같은 일상생활에서도 일어난다. 미술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모든 그림을 똑같이 충분히 긴 시간 동안 보는 것이 아니라, 처음 보았을 때 매우 짧은 시간 동안 더 볼지 그냥 재빨리 지나칠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미술관에서 그림을 어떻게 관람을 하는지 살펴보자. p.61
에드바르 뭉크, 파블로 피카소, 빈센트 반 고흐, 구스타프 클림트 등 우리는 같은 예술 작품을 볼 때도 각자 다른 느낌을 가진다. 예술은 매우 주관적인 경험이며,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에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 '예술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가 예술을 이해하는 데 많은 통찰을 줄 수 있고, 예술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하는 책이 있다. 객관적인 그림 감상법이 있다면, 그림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서울대에서 약 10년 동안 학부생을 대상으로 예술심리학 강의를 진행한 오성주 교수는 예술심리학의 흥미로운 실험과 결론을 통해 그림 감상에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 준다. ‘예술심리학’이란 예술을 심리학적 분석 대상으로 삼는 학문으로 예술 작품은 창작자의 영감이나 광기, 시대적 우연의 산물이기 때문에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존의 관념을 뒤집는 이야기를 들려줘 매우 흥미로웠다. 특히나 그림을 감상할 때 화가의 심리 상태나 그림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분석이 아니라, 감상자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능동적인 심리적 과정으로 풀어내는 것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어떤 교양미술 책에서도 볼 수 없는 미술 작품 감상법을 제시하고 있으니 말이다.

같은 그림을 보면서 어떤 사람은 깊은 감동을 받고, 어떤 사람은 무심히 지나치기도 한다. 사람은 로봇이 아니다. 각자의 타고난 성격, 삶에서 축적된 고유한 경험, 그리고 그들이 속한 성별, 연령대, 성격,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감상에 영향을 미친다. 그림 감상에서의 개인차를 성격 차이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약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반 대중에게 내놓을 만큼 일관된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그림 감상에 많은 요인들이 복잡하게 관여하기도 하고, 이를 측정하는 것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기도 하다. p.335
그림의 제목과 설명이 그림 감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 연구팀은 그에 대해 추상화와 반추상화 그림 12장을 사용해 제목과 설명의 효과를 검증한 실험을 진행했다. 추상화와 반추상화는 구상화에 비해 불분명하기 때문에 제목과 설명의 효과가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실험은 참여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었고, 아무런 정보 없이 그림만 감상하는 그룹과 제목과 함께 감상하는 그룹, 제목과 50단어 내외의 설명문을 함께 제공하여 감상하는 조건으로 진행했다. 참여자들은 각 그림을 보며 자신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즉 그림을 얼마나 이해하고 그 의미를 파악했는지를 7점 척도로 평가했다. 실험 결과, 참여자들은 제목과 설명이 없는 조건, 제목만 잇는 조건, 제목과 설명이 함께 제시된 조건 순으로 그림을 더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그림에 대한 정보가 풍성할수록 사람들이 그림을 더 의미있다고 느낀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경향은 그림이 추상적일수록, 그리고 제공되는 정보가 작품과 직접적으로 연관될 때 강해졌다.
이렇듯 예술심리학의 실험은 전시 기획자와 큐레이터가 관람객의 그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정보를 제공해야 할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미술관 관람객의 행동을 분석한 심리학 연구들을 통해 미술관에서 어떤 감상 전략을 취해야 할지도 알 수 있다. 예술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는 일반 감상자들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많은 통찰을 줄 수 있고, 예술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심리학에서는 예술 작품을 경험하는 마음은 실재하는 것이고, 심리학에서 널리 개발된 다양한 방법들을 이용해 그 마음을 측정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이 책을 통해 예술 경험에 대한 객관적인 접근방법으로 감상의 요령을 배울 수 있었다. 미술 작품을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막막한 기분이 든 적이 있다면, 미술은 좋지만 감상은 너무 어렵게만 느껴졌다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이 책을 만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