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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수학 - 수학자들이 들려주는 생활 속 수학의 아름다움
다케무라 도모코.오야마구치 나쓰미.사카이 유키코 지음, 김소영 옮김 / 미디어숲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름하여 '너만 보인단 말이야! 집착이 심한 술래와의 술래잡기'다. 아이들이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술래는 집착이 심하다. 어느 순간에 목표물 A가 시야에 들어오면 A는 계속 그곳에 있을 거라고 믿고 오로지 그곳만 보며 달려간다. 하지만 보통 술래잡기를 할 때는 다들 여기저기 도망가느라 한곳에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술래가 A를 목격한 장소에 꽂혀 달려가는 동안에 A는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술래가 이 방법을 끝까지 고수해 봤자 아예 처음부터 술래의 눈앞에 A를 대령해 놓는 특수 상황이 아닌 이상 영원히 A를 잡지 못한다. p.90~91
5명으로 이루어진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팬이 랜덤으로 나오는 굿즈를 살 때,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까지 사겠다고 마음먹은 경우, 과연 굿즈를 몇 개까지 구매해야 할까? 5종류의 굿즈가 균등하게 섞여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곳에서 순서대로 사는 경우, 한 번에 최애를 뽑을 확률부터 몇 번만에 최애를 뽑을지의 확률을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 해당 그룹에 최애가 한 명일 때와 두 명일 때가 달라지고, 다섯 명을 전부 다 모으고 싶을 때 구입하는 횟수의 평균도 달라진다. 얼핏 계산하기가 녹록지 않아 보이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배운 확률을 사용하면 계산할 수 있다는 사실! 놀랍지 않은가?

이 책은 이렇게 수학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일상 속에 수학적 원리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길가에 핀 예쁜 꽃잎의 개수, 해바라기씨나 솔방울 비늘의 배열과 앵무조개의 껍데기 속에도 수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아주 작은 수학 지식이 일상생활을 다채롭게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는 세 명의 저자들은 각각 대학의 수학과 준교수로 연구와 교육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은 사람들이 수학을 무겁고 어려운 것으로만 여기지 않도록, 도시락도 색이 다양해야 맛깔나 보이는 것처럼 다양한 색깔과 주제로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수식과 간단한 그림들로 유머스럽고, 재미있게 수학적 개념들을 설명해주고 있다. 수학과 별로 친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누구나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대학생 때 배우는 수학에서는 이렇게 숫자가 아닌 것으로 곱셈을 생각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리고 이 사다리 타기 자체도 '모든 사람의 목적지'에 주목하게 되면, 대학 수학에서 배우는 '치환'이나 '군'이라는 수학적 개념에 깊이 파고들 수 있게 된다. 이들은 DNA의 나선구조, 원자구조 등 특히 대칭성을 기술할 때 도움이 되는 개념이다. 어릴 때부터 자주 쓰던 사다리 타기가 그런 복잡한 과학 세계와 관련이 있다니, 참으로 신비하고 흥미롭다. 수학은 생각보다 훨씬 더 우리 주변에 많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p.229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특히나 팬데믹 이후 온라인 쇼핑의 수요는 엄청나게 급증했다고 하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신용카드 범죄라는 말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어쩐지 인터넷상으로 쇼핑을 할 때 신용카드 정보를 이렇게 입력해도 되나 싶은 불안감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전한 사이트에서는 신용카드 결제를 해도 괜찮다. 우리의 소수가 든든하게 지켜주기 때문이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
요즘은 온라인 쇼핑 말고도 교통카드를 비롯해 다양한 개인 정보가 전자 데이터로 거래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IC 카드가 인증되는 과정은 수학적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새 가방을 살 때 고려하는 조건들에 대해서도 수학적인 사고가 필요하고, 케이크를 정확히 삼등분하는 것과 황금 비율 레시피를 이용해 요리를 할 때도 숫자의 마법이 존재한다니 수학이란 정말 신비로운 학문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소수, 수열, 함수, 삼각비, 무한, 확률, 매듭, 랜덤워크 같은 다양한 수학적 주제를 다루며,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수학적 수수께끼 30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세 명의 저자가 번갈아가면서 토픽을 썼고, 뷔퐁의 바늘, 피보나치 수열, 사면체 타일 정리, 프랙털, 지수함수, 소인수분해,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 힐베르트 호텔, 삼각비 등 수학계에서 유명한 이론들을 아주 간단하고, 직관적으로 설명해준다. 복잡한 수식없이도, 손쉽게 계산하고, 수학적으로 사고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벼운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젊은 수학자들이 이끌어주는 대로 수학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수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덜어내는 데도 이 책이 도움이 되어줄 것 같다.
왜 그렇게 많은 학생이 수학을 끔찍이 싫어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일까. 왜 수학을 포기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 된 것일까. 우리는 학창 시절에 문제 풀이와 공식 암기가 전부인 양 공부해 왔고, 수학에 대한 트라우마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수학을 공부하면서 수학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깊은 질문을 던지고, 수학 과목을 구성하는 다양한 연결을 탐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 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수학이 얼마나 재미있고, 아름다운지, 그리고 우리 일상 속에서 얼마나 가깝게 자리 잡고 있는지 알게 해주니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생활 속 수학의 아름다움과 재미를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