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이 드는 존재 - 멋진 주름을 만들어 가는 여자들
고금숙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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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은퇴하고 나이 들어가는 것도 그와 비슷한 과정이 아닐까. 유동적인 경계 지대의 시간에서는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엇갈리고 끝과 시작이 교차한다. 이러한 변화의 시간을 잘 통과하는 방법의 하나는 사소하더라도 매일 실천하는 과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일과의 중심이 내게는 숲이지만 어머니에게는 성당에 가는 일이다. 또 어떤 누구에게는 책 읽기, 운동, 그림 그리기나 악기 연주 등 자기만의 일과를 만들어 내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매일의 과제가 거창할 필요도 없다. 좋아하는 일, 반복해도 질리지 않는 일이면 된다. 매일의 시시한 과제, 사소한 습관이 처음으로 늙어 보는 시간을 견디며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아갈 마음의 근육을 키워 준다.            p.86~87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늙음'은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기억력이 감퇴하고, 인지 능력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사람 이름이 잘 생각 안 나고, 피로하고, 주름도 많이 생기고,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병에 잘 걸린다. 우리 몸의 시스템은 40대 이후로 확연하게 달라진다고 하던데, 주위를 둘러보면 40대가 되면서 확실히 체력이며, 건강이 달라진 걸 느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40대가 되면 신체활동량이 줄어들면서 근육 및 근력이 저하되고 생체 효소의 활성도 떨어짐에 따라 다양한 생리적 변화가 일어난다는데.. 이는 50대, 60대가 되어가면서 점점 더 가속화 될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종종 하지만, 그렇게 나이를 먹으면서 좀더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에너지 넘치게 삶을 대하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할까. '나이 드는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이 책은 평범한 우리처럼 '오늘도 하루만큼 늙어 가는' 아홉 명의 작가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나이 듦을 만끽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에세이스트 김하나, 여성학자 정희진, 음악가 송은혜, 예술사회학자 이라영, 논픽션 작가 김희경, 산부인과 전문의 윤정원, 번역가 정수윤, 알맹상점 대표 고금숙, 식물학자 신혜우까지 불혹을 맞이하는 1985년생부터 예순을 앞둔 1967년생까지, 평균 나이 48세의 여성 작가들이 ‘나이 듦’을 주제로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궁금했던 책이다. 완전히 다른 장르에서 활동해온 여성들이고, 성격도, 취향도, 가치관도 달라 노년을 맞이하는 자세랄까, 앞으로를 계획하는 삶의 태도 역시 매우 다채로워서 더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이 세상에는 새로운 것들이 계속 태어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어떤 세계가 꾸준히 사라진다. 쉽게 떠나보내기 싫어서 나는 사라짐의 지도를 그리고 사라짐의 사전을 만든다는 상상을 펼친다. 해야 할 일이 끊임없이 생각난다. 어떻게 사라질지 내가 선택할 수도, 알 수도 없다. 다만 이 세상에 흔적을 새기고 살아가는 동안 안타깝게 사라지는 어떤 세계와 열심히 연결되고 싶을 뿐이며, 사라지기 직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싶을 뿐이다. 인생이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끊기더라도 덜 추해 보이고 싶어서다. 지나간 시간을 뒤지고 다니는 듯한데 희한하게도 나는 계속 새로워지는 기분이다. 몰랐던 시간을 알게 되기 때문에.                 p.202


정수윤 번역가는 매일 아침 수영을 시작한 지 5년쯤 되었다고 한다. 월화수목금 수영 강습을 듣고, 가끔 주말 자유 수영도 간다. 덕분에 허리가 강해지고 허벅지와 팔뚝에 근육이 생겼으며 어깨가 펴졌다. 거북목 증후군이 사라졌고, 군살이 빠졌으며 구부정하던 자세가 곧아졌다. 젊은 시절에는 며칠씩 밤을 새우고, 함부로 먹고, 함부로 마시며 몸에 좋지 않은 것들을 무리하게 밀어붙였었다. 하지만 사십대 중반에 수영을 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몸을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수영은 젊음과 일상을, 그리고 직업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것이기에 잘 나이 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체력'이었기에, 매우 공감하며 읽었다. 매일 조금씩 쉬지 않고 꼬박꼬박 무심하게 앞으로 나가는 힘, 그렇게 자신의 일상을 지켜나가는 방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10년째 자신의 유언장을 쓰며, 새해마다 새롭게 죽을 결심을 하는 이도 있고, 나이 드는 사람에게 우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귀하다는 이도 있으며, 공부(工夫)가 자신의 노후 계획이라고 생각과 읽기가 아니라 쓰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이도 있었다. 다들 어떻게 중년을 거쳐 노년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다면, 이 책에 수록된 아홉 명의 작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이들은 매일 숲을 산책하며 홀로와 함께 사이의 균형을 잡기도 하고, 평범하게 사라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록하기도 하며, 취약한 나를 대면하는 음악 연습으로 매일 새롭게 태어나기도 한다. 각자가 처해진 상황 속에서, 주어진 하루를 가꾸어 나가는 이들의 건강한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 동안 화제가 되었던 것이 바로 '저속 노화'이다. 자극적인 음식 대신 균형 잡힌 음식으로 노화를 늦출 수 있는 이른바 '저속 노화 식단'이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며, 건강하게 나이 드는 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늙는다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즐겁고, 편안하게, 그리고 나답게 늙어 가는 것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는 시점인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나답게' 나이 드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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