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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필
요한 하리 지음, 이지연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212/pimg_7694311454600660.jpeg)
혈관 속에 신종 비만 치료제가 흐르는 사람들이 내 주위를 오가고 있었다. 불확실성에 가득 찬 내 마음은 그들에 대한 응원과 회의 사이에서 널을 뛰었다. 체중을 확실히 빼고 그대로 유지시켜주는 이런 약을 정말로 우리가 먹기 시작한다면 개인의 삶과 건강 그리고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정말로 이들 약이 구원자가 되어줄까? 그동안 식품업계가 우리를 어떻게 망쳐놓았는지 따져 묻는 일은 그만두어도 되는 걸까? 이제 더 이상 내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는 걸까? p.17
미국 성인의 약 70퍼센트, 유럽 인구의 절반이 과체중 문제를 경험하고 다이어트 시도의 80퍼센트가 실패로 끝나는 오늘날, 6개월 만에 체중의 4분의 1을 감량해주는 신종 비만 치료제가 등장했다. 누구나 큰 노력 없이 날씬한 몸을 갖게 해준다는 이 약은 과연 인류의 오랜 숙원을 풀어줄 마법의 약일까? <도둑맞은 집중력>의 요한 하리는 현대 의학이 만든 기적의 신약을 직접 체험하며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에서 시작해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신약을 개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과학자들을 비롯해 식품 산업의 핵심 관계자 등 100명이 넘는 전문가를 인터뷰해 체중 증가의 진짜 원인과 신약의 잠재적 이점과 위험에 대해 과학적 사실과 사회적인 논쟁까지 폭넓게 살펴본다.
살면서 다이어트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요즘은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모두 체중 감량 강박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정상 체중인데도 다이어트를 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너무 많고, 반복해서 굶고 폭식하며 다이어트와 요요를 오가는 사람들도 많다.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고 생각한다면, 다이어트를 결심해도 돌아서면 자꾸 과식하게 된다면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습관적으로 먹을 거리를 찾거나, 몸무게 숫자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초조해진다면, 살을 빼긴 하지만 다시 요요가 온다면... 요한 하리의 이번 신간을 정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계획하지만 거의 대부분 실패하고 마는 것, 바로 다이어트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는 뭘까. 의지가 부족해서? 방법이 잘못되어서? 요요로 인해 다시 돌아가서? 뭐 사람마다 방법이 다른 것처럼, 상황도 이유도 다를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 날씬해지는 세상이 열린다니, 그야말로 놀라운 일 아닌가.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212/pimg_7694311454600661.jpeg)
신종 비만 치료제의 잠재적 위험 요소와 계속 비만으로 살 경우의 위험성을 비교해보는 내내 나는 이런 질문을 하는 것부터가 내가 바보라는 증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명백히 더 나은 해결책이 있고 나는 그걸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친구와 저녁을 먹고 있었다. 친구는 치킨 슈니첼(커틀릿 종류)을 입에 퍼 넣다가 이렇게 말했다. "이해가 안 가. 왜 정상적으로 살을 빼지 않는 거야? 식단이랑 운동을 하면 되잖아?" 늘 마음 한 쪽에서 내가 고민하고 있던 질문을 친구가 대신 물어주었다. 이렇게 잠재적인 위험성을 가진 약을 왜 사용하려는 거야? 그냥 의지력을 좀 발휘하면 되잖아? p.163
요한 하리는 오젬픽이라는 비만 치료제를 사용하고 6개월 동안 9.5킬로그램이 빠졌다. 체질량지수 그래프에서 비만(주황색)에서 과체중(노란색) 중간 지점까지 옮겨갔으며, 몇 달 후 7킬로그램이 더 빠져 결국 정상 체중(녹색)의 끄트머리에 도착했다. 체지방률은 32퍼센트에서 22퍼센트로 떨어졌다. 그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빠르고 극적인 체중 감소였다. 몸이 가벼워지고 발걸음이 빨라졌으며, 자신감도 올라왔고, 사람들이 그의 몸의 변화에 대해 눈치를 채기 시작했다. 그는 짜릿한 기분이 들었고, 이게 바로 자신이 원했던 것임을 깨닫는다. 그런데 동시에 불안하고 불편한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 원하던 걸 얻었는데, 건강도 좋아지고 자존감도 올라갔는데, 대체 왜 걱정이 깊어지고 긴장이 되는 등의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느꼈던 걸까. 그래서 그는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초에 우리는, 우리 문화는 짧은 기간에 왜 이렇게 엄청나게 뚱뚱해졌을까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이 책은 가공식품과 식습관, 과체중과 다이어트, 비만과 몸, 의지력과 정신 건강에 대해 우리가 놓치고 있던 진실과 마주하게 만든다. 각종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가공식품으로 인해 우리의 식습관이 형편없이 망가졌고, 그것이 우리를 비만과 과체중으로 이끌었다. 신선한 자연식품에 비해 초가공식품들은 우리의 포만감을 훼손시켜 먹을수록 더 먹고 싶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신종 비만 치료제가 바로 그 초가공식품의 원리와 반대로 극도의 포만감을 선물하는 호르몬을 활용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지난 40년간 포만감을 훼손하는 식품 첨가물로 가득한 음식을 먹어왔는데, 이제 반대로 포만감을 되찾아줄 또 다른 화학물질인 약을 먹게 되었으니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요한 하리가 실제 투약한 비만 치료제는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을 자극해 단 며칠 만에 식욕을 80퍼센트 이상 억제하고 체중을 감소시키는 기적을 보여준다. 약간의 메스꺼움과 소소한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고,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투약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놀라운 신약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