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나들이 어휘력 편 - 신뢰와 호감을 높이는 언어생활을 위한
MBC 아나운서국 엮음 / 창비교육 / 202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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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떤 일을 하다가 제대로 끝나지도 않았는데 중간에 판을 엎을 때가 있죠? 이처럼 일이 잘못되어 흐지부지됐을 때 쓰는 말, 많은 사람들이 '파토'가 났다고 하지만 정확한 표준어는 '파투'입니다. 흔히 화투 놀이에서 장수가 부족하거나 순서가 뒤바뀔 때 그 판을 파한다, 즉 뒤엎는다는 뜻으로 하는 말입니다. 파토가 아니라 파투, 기억하세요.             p.92


'금일'을 금요일로 혼동하고, '사흘'을 4일로 이해하거나, '심심한 사과'를 잘못 받아들여 오해하고, '우천 시 장소 변경'을 '우천 시에 있는 지역'으로 알아듣는 등 문해력 저하가 어느덧 사회적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단어뿐만 아니라, 말의 맥락도 파악을 잘 못하는 것이 요즘 현실인데, 이는 의사소통의 문제를 넘어 학습 부진과 세대 간 갈등이라는 지점까지 연결되기도 한다. 문해력과 맞닿아 있는 어휘력 부족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책이 나왔다. 


1997년부터 30년 가까이 방송되고 있는 <우리말 나들이> 프로그램이 그간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현시대에 유효하고 필요한 내용들을 엄선해 책으로 엮었다. 틀린 우리말을 바로잡고 좋은 우리말을 널리 알리기 위한 프로그램답게, 올바른 맞춤법과 외래어 표기법을 알려주고, 케케묵은 표현이나 낯선 외래어를 다듬어 쓸 수 있는 순화어를 제안하는 등 군더더기 없이 실용적인 팁을 가득 담았다. 특히나 잘못된 발음에서 이어진 틀린 표현들을 짚어 주는 장에는 MBC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정확한 발음을 들을 수 있는 큐알코드를 삽입해 이해도와 활용도를 높였다. 아름다운 순우리말이지만 사용 빈도가 낮은 표현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현시대의 언어에 집중해 실용성을 높인 점도 장점이다. 





한 SNS에 검색해보니 #쑥맥의 해시태그 숫자가 #숙맥의 열 배였는데요. 표준어는 '숙맥'으로, <쑹맥>이 아니라 <숭맥>으로 발음합니다. 한자 콩 숙, 보리 맥을 쓰는 '숙맥'은 콩과 보리를 아울러 이르는 말을 뜻합니다. 또한 '숙맥불변'에서 나온 말로, 사리 분별을 못 하고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SNS에 해시태그를 달 때 지금부터라도 표준어 #숙맥을 쓴다면 비표준어 #쑥맥을 금방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너무 숙맥 같은 생각일까요?                 p.155


표준어보다 비표준어가 온라인에서 더 많이 쓰이는 경우가 있다. 해시태그 #애시당초를 검색하면 5천 개가 넘는 관련어가 나오는데, '애시당초'는 표준어가 아니다. '당초'는 일이 생기기 시작한 처음을 뜻하는 말로, 이를 강조해 이르는 말이 바로 '애당초'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표준어인 '애당초'를 SNS에서 찾아보면 백여 개 정도의 해시태그만 나온다. 정확한 우리말을 써야 하는 뉴스 기사에서도 종종 '애시당초'라는 말을 사용하는 걸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쑥맥'과 '숙맥'도 그렇다. 표준어는 '숙맥'이지만, 실제로 온라인에서 더 많이 사용되는 단어는 '쑥맥'이다. 그외에도 어쭙잖다와 어줍잖다, 엉큼하다와 응큼하다, 여태껏과 여지껏, 옥에 티와 옥의 티, 욱여넣다와 우겨넣다, 원체와 원채, 쩨쩨하다와 째째하다 등 흔히들 잘못 사용하고, 틀리게 알고 있는 우리말이 정말 많다. 


외래어는 표기법이 통일되지 않고 다르게 쓰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더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데이션과 그라데이션, 난센스와 넌센스, 내비게이션과 네비게이션, 라이선스와 라이센스, 레모네이드와 레몬에이드, 루주와 루즈, 셔벗과 샤베트, 소시지와 소세지, 메시지와 메세지, 슈퍼마켓과 수퍼마켓 등 정말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인데 정확한 외래어 표기법이 뭔지에 대해서는 다들 잘 모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통해 올바른 우리말 사용에 대해 한번쯤 짚어본다면 아주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에 대한 정확한 뜻풀이와 다양한 예문, 문제 풀이까지 수록해 제대로 된 언어생활 지침서가 되어준다. 함께 알아두면 좋을 우리말과 속담, 사자성어, 관용구 등도 소개되어 있고, 각 장이 끝나면 공부한 내용들을 점검해 볼 수 있는 문제도 수록되어 있다. 맞춤법 검사기와 사전 없이 글을 쓰기 어려웠거나, 사회생활을 앞둔 취준생들과 문서 작성이 잦은 직장인들에게도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우리말을 제대로 익혀 어휘력을 끌어올리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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