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 - 지구, 인간, 문명을 탄생시킨 경이로운 운석의 세계
그레그 브레네카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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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멸종을 초래할 만한 크기가 아니라면, 운석은 우리에게 아주 소중한 보물이 될 수 있다. 먼 옛날에 생긴 이 암석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우주 공간을 떠다녔지만, 먼 과거의 정보를 담고 있으며,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큰 변화를 겪지 않았다. 즉, 수십억 년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놀랍도록 긴 시간이 지나는 동안 공간에서 일어난 사건이 상대적으로 빈약했기 때문에, 운석에는 아주 오래전에 이 암석이 생성될 무렵에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보여주는 스냅 사진이 담겨 있다.              p.18~19


137억 년 전에 빅뱅이 일어났고, 46억 년 전에 태양계가 생성되었으며, 공룡의 시대를 거쳐 그들이 멸종하고, 인류가 나타나기까지 우주의 역사에 대해 읽다 보면 항상 궁금했었다. 그런데 대체 과학자들은 저 먼 과거의 일들에 대해 어떻게 알아낸 걸까. 이 책은 그에 대한 아주 흥미로운 대답을 들려 준다. 주인공은 바로 '우주에서 떨어진 돌, 운석'이다. 영화나 SF 소설에서 지구를 파괴시키는 존재로 종종 등장하곤 하는 운석은 사실 수십억 년 동안 축적된 정보의 타임캡슐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태양계의 탄생부터 우주 전체에 걸친 물리적 환경의 생성과 진화에 대해 알게 해주는 거의 '유일한 창'과도 같다.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우주화학자 그레그 브레네카는 이 책에서 천문학, 화학, 물리학 등의 최신 연구 성과들을 토대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물체인 운석이 지구와 우리의 문화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원전 465년경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 디오게네스가 운석이 우주에서 날아왔음을 타당하게 논증했을 때부터 시작해 허공을 떠돌던 바위나 어딘지 모를 화산에서 튀어나온 돌덩이라는 오해를 벗어나지 못했던 시절을 거쳐 운석이 지구 밖 우주에서 왔다는 주장이 과학이자 정설로 자리잡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근대 과학의 역사를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생명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에서 가장 기본적인 사실 한 가지는, 달을 탄생시킨 충돌 직후 지질학적 시간으로 아주 짧은 기간에 지구는 복잡한 유기 분자가 전무하던 상태에서, 약 40억 년 전의 암석에 잘 보존된 흔적을 남길 만큼 충분히 많은 생명이 넘치는 상태로 변한 것이다. 이러한 도약이 일어나는 데 필요한 유기 화합물 중 일부는 초기 지구의 환경에서 생겨났을 수 있지만, 과연 생명을 시작하게 할 만큼 충분한 양의 유기 물질이 만들어졌을까? 외부의 도움이 없이 그 과정이 충분히 빠르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생명은 우회전성 대신에 좌회전성을 스스로 선택했을까? 아니면 손 방향성은 사용 가능한 구성 물질을 바탕으로 사전에 정해져 있었을까? 그 답에 대한 단서가 운석에 들어 있다.              p.199~200


공룡을 한참 좋아하던 시절에는 왜 공룡이 멸종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 상당히 궁금했었다. 약 1억 7500만 년 동안이나 지구를 지배했던 동물 집단이 어떻게 사라지게 되었는지, 만약 공룡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인류는 존재할 수 있었을지, 영화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보며 공룡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기도 했었고 말이다. 몸무게가 100톤이나 나가는 거대한 동물들이 어슬렁거리며 지구를 돌아다녔는데, 지질학적 시간으로 눈 한 번 깜빡이는 순간이 지나고 나자 단 한 마리도 살아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후대의 과학자들에게나, 일반인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기도 하다. 공룡이 멸종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이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것은 바로 소행성 충돌일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달을 탄생시킨 충돌도, 그리고 공룡을 멸종시키고 포유류가 기회를 포착할 수 있게 만들어 인류를 탄생시킨 것도 모두 '운석' 때문이다. 운석 덕분에 인류가 존재하게 되었다니, 놀랍지 않은가. 


이 책은 그 밖에도 운석에 관한 아주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운석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수많은 과학적 정보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이었지만, 그것 외에 운석이 과학적 연구 대상이 되기까지 겪었던 여정 또한 아주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였다. 왜냐하면 그 이야기의 무대는 인류가 존재한 기간을 거의 다 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운석이 우주에서 날아와 가끔 생명을 죽이는 암석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차츰 깨닫게 된다. 사실 운석에 대해 과학적으로 생각해 보기 전에는, 할리우드 재난영화 속에서 인류를 멸종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존재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운석이 지구, 그리고 인류와 맺는 관계의 방식은 출돌과 대멸종 외에도 너무나 다양하다는 것을 이 책이 보여주고 있다. 49억 년 우주를 품은 운석의 경이로운 세계가 궁금하다면, 지구와 인간, 문명의 기원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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