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과 논쟁을 벌여봅시다 - 12명의 천재 물리학자가 들려주는 물리학 이야기
후위에하이 지음, 이지수 옮김, 천년수 감수 / 미디어숲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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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미시 구조 탐구는 탐정이 범죄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과 비슷하다. 탐정이 먼저 한 용의자를 지목했는데 그 사람은 죄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고, 곧이어 또 다른 의심스러운 용의자를 찾지만 얼마 후 그 사람보다 더 의심스러운 용의자가 나타나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말이다. 현재까지 과학자들은 물질을 이루는 가장 최소 단위의 구성이 무엇인지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톰슨이 아침 식사로 빵을 먹는 장면을 다시 생각해 보자. 얼핏 톰슨이 아주 큰 덩어리의 빵을 먹은 것 같지만 원자 내부의 텅 비어 있는 공간을 제외하면 실제로 먹은 양은 겨우 0.001%밖에 안 된다. 더 미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정도면 생략해도 무방한 양이다. 그렇다면 과연 톰슨은 빵을 먹은 걸까?                  p.28


같은 대학에 다니는 소피아와 톰슨은 친구 사이다. 소피아는 수학과, 톰슨은 물리학과로 두 사람은 2학년 개강 하루 전날 9시 정각에 교문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약속 당일 소피아는 제 시간에 도착했지만, 톰슨은 30분이나 지나서야 어슬렁어슬렁 약속 장소에 나타난다. 화가 잔뜩 난 소피아에게 톰슨은 '기차에서 시간이 느려져서 늦었어.'라고 말한다. 무슨 그런 이상한 핑계를 대느냐는 소피아에게 톰슨은 농담이 아니라 고속으로 움직이는 기차 안에서는 정말 시간이 느려진다고 설명한다. 대체 이게 다 무슨 소리일까? 정말 톰슨의 말처럼 특정 상황에서 시간이 느려진다는 것이 사실일까? 


자, 여기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등장한다. 서양 과학계에서는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누구도 시간과 공간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공간을 말 그대로 비어 있는 곳으로 이해했고, 세상의 각종 물리 현상들이 기량을 뽐내는 거대한 무대 같은 것이라 생각했으며, 시간이란 영원히, 일정한 속도로 흐르는 강물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이처럼 원시적이고 단순한 시공간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특수 상대성 이론을 통해 공간의 길이가 변할 수 있고, 시간 역시 상대적으로 빨라질 수도, 느려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상대성 이론이라고 하니 너무도 어렵게만 느껴지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다. 시간의 흐름은 사람 혹은 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세상에는 절대적인 혹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 공간이나 시간은 없다. 즉,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그래서 톰슨과 소피아의 대화는 어떻게 되었냐고? 정말 소피아의 시간과 톰슨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서 약속 시간에 늦은 거냐고? 궁금하다면 이 책을 직접 읽어 보시라. 




슈퍼마켓에서 카트를 밀 때, 조금만 힘을 주어 밀면 카트는 저절로 앞으로 움직인다. 이것은 손이 카트에 힘을 가하고, 카트는 힘의 영향을 받아 운동 상태의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해하기도 쉽다. 그러나 자연계에서 힘의 작용은 '비접촉성'인 경우가 더 많다. 태양과 지구는 1억 5천만 km나 떨어져 있지만, 지구는 태양 주위를 '착싫' 돌고, 서로 10mm 정도 떨어져 있는 두 개의 자석은 중간에 어떤 연결 고리 없이도 서로를 끌어당기거나 밀어낸다. 또 원자핵 내부의 입자들은 서로 가까이 붙어 있지 않아도 강한 힘에 의해 한데 단단히 묶여 있다. 이처럼 대자연의 힘은 강력하고 신비한 마법처럼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는 물질들도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해준다.                p.253


이 책은 12명의 천재 물리학자들의 물리학 법칙 및 이론에 대해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이제 막 이공계 대학의 신입생이 된 톰슨이 자신의 전공인 물리학을 공부하며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보여주고, 수학과에 다니는 친구 소피아와 함께 토론하며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방식이다. 미시 세계의 문을 활짝 열었다고 평가받는 영국의 물리학자 러더퍼드와 아침을 먹고, 수학자 망델브로와 해안선의 길이를 측정해보며, 아인슈타인과 논쟁을 벌이고, 슈뢰딩거와 그의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저자는 복잡한 수식과 어려운 설명 대신 우리 주변의 사물과 관련된 물리법칙을 통해서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주요 이론들을 풀어내고 있다. 뉴턴의 고전 역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슈뢰딩거의 고양이, 하이젠베르크, 망델브로, 리만, 힉스, 앨런 구스 등 세상을 뒤집은 12명의 거장들을 만날 수 있다. 


그야말로 200년 물리학의 진화를 책 한 권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풍부한 사례와 생생한 묘사를 통해 다양한 시대에 걸쳐 일어난 물리학의 주요 사건들과 인물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과학과 친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지만, 저자의 친숙한 설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더 알고 싶다는 강렬한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는 봤지만 제대로 알지는 못했던 상대성 이론, 양자 역학, 끈 이론 등 유명한 물리학 이론들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 교양 과학서로서도 매우 훌륭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어렵고 복잡한 물리학과 수학의 개념을 이해하기 쉬운 용어와 그림 등을 이용해 설명하고, 과학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다. 그만큼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내용을 다루고 있는 책이라, 누구나 읽다 보면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내용, 더 알고 싶고, 찾아보고 싶은 내용이 생기게 될 것 같다.  12명의 물리학자들과 함께 재미있는 물리학 여정을 따라가보자. 물리학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될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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