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건 죽음
앤서니 호로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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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앤서니 호로위츠의 전직 형사 호손과 소설가 호로위츠 시리즈 그 두 번째 작품이다. 첫 번째 작품은 <중요한 건 살인>이었고, 두 번째 작품은 <숨겨진 건 죽음>이다. 현지에서는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까지 출간되어 있다. 전편에서 혼자 살던 부유한 노인이 커튼 끈에 목이 졸려 살해당한 사건을 조사했던 두 사람은 이번 작품에서 승승장구하던 이혼 전문 변호사가 와인병에 가격당해 살해되는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들어가면 안 되는 비밀 통로와 공간이라면 나는 예전부터 사족을 못 썼다. 어렸을 때 부모님과 함께 고급 호텔에 가면 직원용 휴게실로 몰래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비싼 카펫과 샹들리에가 갑자기 사라지고 모든 게 지저분하고 실용적인 분위기로 바뀌는 것이 좋았다. 런던 북부의 스탠모어에서는 누이와 함께 울타리 아래로 기어 나가 우리 집 옆에 있던 사무용 단지를 몰래 돌아다녔다. 요즘도 미술관, 백화점, 극장, 전철역에 있으면 잠긴 문 뒤에 뭐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것이 소설 창작의 훌륭한 정의가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잠긴 문을 열고 독자들을 그 너머로 데리고 가는 것.              p.136


소설가인 호로위츠는 TV 드라마를 집필하던 중에 자문 역으로 전직 형사인 호손을 소개받는다. 호손은 런던 경찰청에서 근무했지만 아동 성 착취물을 거래한 용의자를 호송하다 사고가 생겨 경찰청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그는 여느 전직 형사들처럼 보안 업체에 취직하는 대신 범죄 드라마를 제작하는 영화사와 방송국을 돕는 데 자기 재능을 활용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런 경로로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것이다. 


그는 현직 형사는 아니었지만, 처음부터 까다로운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 측에서 자문 역으로 그를 부르곤 했다. 문제는 경찰에서 주는 보수가 그리 많지 않았기에, 그는 호로위츠에게 자신을 주인공으로 책을 쓸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하게 된 것이다. 어쩌다보니 그의 설득에 넘어간 호로위츠는 호손과 함께 수사에 참여하다 살인 사건에 휘말려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하면서 첫 책의 원고를 탈고하고 출간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첫 책이 나오기도 전에 또 다시 살인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나는 이후에 두어 시간 동안 일을 했다. 그리고 산책을 다녀왔다. 호손이 보고 싶어 한 부분의 원고를 휘리릭 썼다. 이런 식으로 나열하면 조금 재미없게 들린다는 건 알지만 작가의 삶이 원래 그렇다. 하루의 절반을 혼자, 정적 속에서 보낸다. 이 원고와 저 원고를 오가며 수천 개의 단어를 처음에는 펜으로, 그다음에는 컴퓨터로 지면에 옮긴다. 내가 <앨릭스 라이더>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직접 모험을 떠날 수는 없더라도 상상이나마 할 수 있으니까. 그에 비하면 호손이 주인공인 원고는 작업이 별로 즐겁지 않았다. 나는 상황의 노예로 전락했다.                 p.207~208


이번 살인 사건에는 명백한 용의자가 있었다. 살해된 이혼 전문 변호사 프라이스는 1천만 파운드가 걸린 엄청난 사건을 맡고 있었다. 그 소송의 상대측이 바로 소설가이자 시인인 안노 아키라였는데, 그녀는 그 소송으로 별로 얻은 게 없었다. 그녀는 손님으로 가득한 식당 한복판에서 프라이스의 머리에 와인을 부었고, 병으로 치겠다는 협박의 말까지 내밷었다. 물론 그 말을 들은 사람도 아주 많았고 말이다. 게다가 사건 현장에 초록색 페인트로 '182'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가 적혀 있었는데, 그녀가 발표했던 시집 속 182번 작품이 하필 살인의 속성에 대한 내용이었다. 과연 그녀가 자신이 협박한 내용 그대로 살인을 저지른 것일까. 




사건을 수사하면서 용의자는 점점 더 늘어난다. 이혼 전문 변호사답게 주변에는 적이 많았고, 그들 모두에게 동기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호손은 호로위츠와 함께 여섯 명의 용의자들을 만나 신문하지만 좀처럼 쉽지가 않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두가 수상쩍인 비밀을 숨긴 채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그들 중 누가 범인일까? 차곡차곡 단서를 쌓아가는 탐정물로서의 재미도 탄탄하지만, 호손과 호로위치의 관계에 대한 부분도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아 흥미진진하다. 


호손은 자기 자신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써달라고 요청했지만, 어째서인지 호로위츠에게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전혀 밝히지 않는다. 호로위츠는 자신이 호손에 대해 알고 있는 단편적인 사실들 모두가 눈속임처럼 느껴졌고, 그의 진면모가 아니라 껍데기라고 생각했다. 그를 주인공으로 책을 세 권 쓸 작정이라면 그에 대해 알아야 했기 때문이고, 주인공을 최대한 호감이 가는 인물로 그리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호손이 자신의 개인적인 정보를 광적으로 감춘다는 거였는데, 과연 호손의 과거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특히나 이번 작품에서는 마이크 칼라일이라는 사람이 호손을 <빌리>라고 부르며 반가워했던 장면이 있었는데, 호손은 자신이 빌리가 아니라고 그를 모른 척 했지만 아무래도 그의 과거와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시리즈의 다음 작품에서는 이 비밀에 대해서 밝혀질지도 매우 궁금하다. 다음 시리즈도 어서 빨리 만나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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