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클린 익스프레스 - 길고 쓸모 있는 인생의 비밀을 찾아 떠난 여행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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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은 그저 책을 읽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책과 대화를 나눴다. 이 대화는 보통 독자와 저자가 만나는 공간인 책의 여백에서 이루어졌다. 프랭클린은 열심히 밑줄을 치고 메모를 남기는 여백의 거주자였다. 그의 독서는 폭넓고 현명했다. 지혜로 가득한 책을 선택하면서도 자신만의 지혜를 잃지 않았다. 회의적이지만 열린 태도로 책을 읽었다. 어릴 때부터 가능성주의자였던 그는 창조적 재능과 가장 밀접하게 결부되는 성격적 특성, 바로 경험에 대한 개방성을 지니고 있었다. 프랭클린에게는 독서가 곧 경험이었다.            p,52~53


에릭 와이너의 신작 <프랭클린 익스프레스>를 어크로스의 600P 클럽으로 읽었다. 매일 정해진 분량만큼 읽고, 리딩 가이드를 통해 미션과 필사를 하며 차곡차곡 작품 속으로 들어가보는 다채로운 시간이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부터 몽테뉴까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자들을 만나러 떠나는 여행기였다면, 이번 <프랭클린 익스프레스>는 필라델피아부터 파리까지 벤저민 프랭클린의 길고 쓸모 있는 삶의 비밀을 찾아 떠난 여행기를 담고 있다. 


100달러 지폐의 얼굴로 유명한, 시간 관리와 자기 계발의 아이콘으로 알려진 프랭클린에 대해 잘 몰라도 상관없다. 전작이 소크라테스에 관한 책이 아니었듯이, 이 책 역시 벤저빈 프랭클린에 관한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삶을 추구하는 방법, 쓸모 있고 유의미한 삶을 위한 프랭클린의 실용적인 인생 철학은 무엇일지 설레이는 마음으로 만나보았다. 




에릭 와이너는 삶의 중요한 이정표(60세라는 나이)를 앞두고 겁에 질려 있었다.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것, 노년의 문턱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불안과 걱정을 불러오게 마련이다. 그는 바로 그때 벤저민 프랭클린을 만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100달러 지폐 위의 얼굴로만 알고 있던, 시간 관리와 자기 계발의 아이콘으로 알려진 프랭클린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나타난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프랭클린과 그가 살던 시대를 향해, 과거로 여행을 떠난다. 


프랭클린을 대표하는 키워드인 '쓸모'에 대해 생각해 보고, 프랭클린이 말한 오자 개념에 대해 알아보았다. 에릭 와이너와 함께 떠나는 프랭클린의 삶에 대한 여정은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책에 대한 그의 애정이었다. 프랭클린은 책을 읽고 쓰고 사고팔고 빌리고 빌려주고 편집하고 인쇄하고 선물하고 수집하고 사랑했다. 스물다섯 살의 나이에 미국 최초의 관외 대출 도서관을 세웠고, 1790년 세상을 떠날 무렵에는 미국에서 가장 대규모의 개인 장서를 집에 가지고 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구할 수 있는 책이라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읽었던 그는 단순히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책과 대화를 나눴다.




직관에 반하는 터무니없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사람은 자신을 도운 사람을 도와주고 싶지 않나? 꼭 그런 건 아니다. 프랭클린이 발견하고 최근의 다른 연구들이 입증했듯이 오히려 그 반대다.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이다. 왜일까? 인지부조화가 한 원인이다. 모순되는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품기란 어렵다. 그러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우리는 마음을 바꿈으로써 이러한 긴장감을 가라앉힌다... 우리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더 나아가 우리에게 그럴 기회를 주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p.387


이처럼 프랭클린의 길고 쓸모 있는 삶은 책과 밀접하게 얽혀 있었다. 구할 수 있는 책이라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읽었던 어린 시절부터 혼잡한 교차로 근처의 모퉁이에 있는 작고 녹음이 우거진 벤의 묘지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쓸모 있고 유의미한 삶을 위한 프랭클린의 실용적인 인생 철학에 대해 배우게 된다. 이 책을 만나기 전에는 프랭클린에 대해서 100달러 지폐에 얼굴이 새겨져 있고, 시간 관리와 자기 계발의 아이콘이라는 점 외에 아는 게 거의 없었지만, 책을 사랑하는 다독가였다는 점만으로도 어쩐지 친근하게 느껴졌다. 


프랭클린에게 습관은 전기만큼이나 강력한 힘이었다고 한다. 습관은 선한 사람이 선한 행동을 하고 나쁜 사람이 나쁜 행동을 하는 원인이라고 말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선하거나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악한 습관과 선한 습관 모두 오랜 시간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형성된다." 라고. 그는 의도가 아닌 행동을 강조했는데,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의향이 아닌 결과였기 때문이다. 습관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장을 읽다 보니, 왜 프랭클린이 자기계발이 아이콘이 되었는지 너무도 잘 이해가 되었다. 




프랭클린 시대의 청교도인들은 실수와 오자를 '죄'라고 칭했고, 이 죄는 자기 처벌적인 죄책감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하지만 프랭클린에게 오자는 그저 실수일 뿐이었다. 실수는 누구에게나 발생하기 마련이고, 바로잡을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의 삶은 펜이 아닌 연필로 쓰인다"는 문장에 밑줄을 그으면서 프랭클린이 살던 시대를 생각해 보았다. 프랭클린은 습관처럼 책을 읽던 어린 시절부터 습관의 힘에 심취했다고 한다. 그는 매일의 일정을 완벽히 통제했고, 의도가 아닌 행동을 강조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의향이 아닌 결과였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프랭클린은 터무니없는 발상을 하기도 했다. 전 세계의 덕 있는 사람을 환영하는 미덕 연합당을 창립한다던가, 자기만의 열세 가지 미덕 목록을 작성한다던가 하는 식이었는데, 열세 덕목에 대해 오늘 날의 시점으로 점검해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웠다. 


책이 우리를 태우고 수 세기를 넘나드는 타임머신이라면, 책이 가지고 있는 마법 같은 힘이 우리의 인생을 구할 수 있다면, 에릭 와이너와 함께 떠나는 프랭클린의 삶에 대한 여정 또한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자, 복잡하고 미로 같은 세상 속에서, 정답 없는 삶의 문제로 씨름하고 있는 당신에게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조언들을 건네줄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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