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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늙을까, 왜 병들까, 왜 죽을까 - 내 안의 세포 37조 개에서 발견한 노화, 질병 그리고 죽음의 비밀 ㅣ 서가명강 시리즈 38
이현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평점 :
세포 주기의 단백질들은 등장할 때와 떠나 없어질 때를 정확히 지킨다. 만일 이 회로를 무시하고 누가 더 나서서 자기 유세를 한다면, 교향악은 듣기 힘든 소리를 내게 될 것이고, 세포에서는 암세포가 되거나 대사 이상을 가진 염증 유발 세포가 되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만일 면역계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이는 병들고 죽는 원인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포의 항상성을 잘 지키는 세포들만 가진 사람이 계속 이 지구상에 사는 것이 인간 종족에게 유리한 게 아닐까? 찰스 다윈은 우리가 나이 들고 죽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말한다. 왜 이렇게 훌륭한 개인조차 사멸되도록 설계되었을까? p.16~17
우리가 태어나서 성장하고 늙고 죽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인간은 애초에 그렇게 설계되었다. 의학은 건강한 노년을 잘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인류의 발견이며, 과학자는 메커니즘을 규명하여 그를 돕는다. 덕분에 인간의 수명은 점점 늘어났지만, 그럼에도 죽음을 결코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무병장수와 영생은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여기 그에 대한 궁금증을 모두 해소시켜 줄 책이 있다.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 서른 여덟 번째 책이다.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각 분야 최고의 서울대 교수진들이 2017년 여름부터 ‘서가명강’이라는 이름으로 매월 다른 주제의 강의를 펼쳤고 그 현장 책으로 옮긴 것이 바로 이 시리즈다. 이번 책은 '차이나는 클라스, 이슈 Pick! 쌤과 함께' 에 출연해 '노화도 치료가 되나요? 라는 질문에 대해 세포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현숙 교수가 쓴 첫 번째 책이다. 이 책은 누구나 극복하고 싶은 '노화'와 '암부터 생체 시계의 비밀이 담긴 '텔로미어 혁명'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속의 비밀들을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우리가 늙고 병드는 이유는 뭘까, 건강하고 오래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이 있다면 아주 흥미로운 책이 될 것 같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늙는다. 늙는다는 건 과연 무엇인가? 늙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기억력이 감퇴하고, 인지 능력이 저하된다. 사람 이름이 잘 생각 안 나고, 피로하고, 주름도 많이 생기고,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병에 잘 걸린다. 키도 작아지고 암 발생률도 증가한다. 이 모든 것을 '노화'라는 하나의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이렇게 별로 상관이 없을 것 같은 현상들을 동시에 일으키는 노화를 과학적으로는 어떻게 설명할까? '늙는 것이 무엇인가?'를 과학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데이터를 살펴보자. 1961년 미국 위스타 연구소 레너드 헤이플릭의 실험이다. p.138
개인적으로는 '인간은 오래 살면 반드시 암에 걸린다'는 다소 충격적인 제목의 두 번째 챕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12년 기준, 전체 사망률의 17%를 차지한 것이 바로 암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폐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이다. 암이란 악성 종양을 이야기하며, 양성 종양은 암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암은 노화와 연관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는 오래 살수록 암에 걸릴 확률은 올라가게 되어 있다는 것과 같다. 물론 이제는 암이랑 것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할 정도로 두려워할 병은 아니다. 일찍 수술할 수 있는 암들은 우리가 다스릴 수 있는 암이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 수술이 답이 될 수 없는 암들에 관해서는 연구해야 할 게 많다. 암의 정체, 암의 발생 원인, 항암제의 원리, 현대 과학이 풀어낸 암의 비밀 등 암에 대해 궁금했던 모든 정보들을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 특히나 '정상 세포가 어떻게 암세포가 되는지', 암세포를 만드는 최초의 사건들에 대한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저자는 이 책에서 모든 생명의 토대인 세포의 탄생부터 소멸에 이르는 여정을 통해 과연 노화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인지, 암은 정복할 수 있는 대상인지,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 준다. 저자의 30여 년간 연구가 집약되어 있지만, 대중의 시선으로 알기 쉽게 들려주고 있어 누구라도 생물학에 대해서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작은 세포 하나에 생로병사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는 것도 감탄스럽고, 그 세포로부터 배우게 되는 생명의 경이로움 또한 놀라웠던 시간이었다. 인간은 왜 늙고, 병들고, 죽어야만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