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지브리의 현장 - 애니메이션 만들기의 즐거움
스즈키 도시오 지음, 문혜란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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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연재가 시작되었는데 미야자키 씨는 정말 진지했다. '영화의 원작을 만들어보자'라는 의도로 시작한 것인데 그는 무척이나 고민했다.

이런 말도 했다. "스즈키 씨, 영화 제작을 전제로 만화를 그리는 건 만화에 대한 실례예요. 그런 의도로 그리면 만화로서 실격이고 아무도 안 읽지 않을까요? 나는 만화로서 제대로 그릴 겁니다." 미야자키 씨는 항상 그렇지만 몇 가지 중에서 선택할 때 결국 가장 올바른 방향으로 결단을 내린다.             p.47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노> 등 내놓는 작품마다 히트 행진을 이어가며 '지브리 마니아'들을 열광시키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은 어떻게 만들어 질까. 이 책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프로듀서 스즈키 도시오가 들려주는 제작 현장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그는 중요한 것은 현재 움직이고 있는 이 순간,이라고 말한다. '과거'는 아무래도 좋고, 눈앞에에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와도 30년 동안 거의 매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옛날이야기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언제나 '현재', 지금 해야 하는 것, 그리고 1년 정도 미래의 일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해왔다고 말이다. 


애니메이션 정보지인 <아니메주>를 창간하던 무렵부터 시작해 다카하타 이사오, 미야자키 하야오와의 만남, 그리고 그들과 함께 일을 하기 시작하고, 스튜디오 지브리의 설립까지 과정이 이어진다. 이미지보드, 콘티, 스케줄표 등 당시의 현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자료들도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지브리'라는 이름은 미야자키가 붙였는데, 사하라사막에 부는 열풍을 의미하는 단어라고 한다. '일본 애니메이션계에 선풍을 불러일으키자'라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사하라사막에 부는 'GHIBLI'는 이탈리아어이기 때문에 '지브리'가 아닌 '기블리'로 불러야 맞다는 것. 물론 이제는 너무 유명해져버려서 정정하기엔 너무 늦었지만 말이다. 





기능과 인간이랄까, 재능과 성실함의 균형을 잡는 것은 어렵지만 이 두 가지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성실하지만 아직 실력이 부족한 사람이 있다면 모두가 그 사람을 도우려고 한다. 도우면서 도와주는 사람 자신이 새로운 면을 드러내고 그러면서 성장해나간다. 이런 점이 조직의 장점이다. 단순한 개개인의 집단이라면 그 조직의 능력은 개개인의 능력을 합한 것이 되고,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뺄셈을 하는 꼴이 되고 만다...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를 잘 만들 수 있다면 그 집단의 능력은 개개인의 능력의 몇 배도 될 수 있다.                p.189


지브리의 이름으로 발표된 첫 작품은 1986년에 개봉된 <천공의 성 라퓨타>로 77만 5,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그리고 1988년에 <이웃집 토토로>, <반딧불이의 묘>, 1989년에는 <마녀 배달부 키키>로 이어진다. <마녀 배달부 키키>가 26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성공을 거두자, 스즈키 도시오는 애니메이션 잡지 일을 그만두고 지브리에만 전념하기로 한다.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만 제작하는 스튜디오는 매우 특이한 경우라고 한다. 극장용 작품은 흥행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리스크가 너무 커서 보통 계속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만들면서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의 최전선을 달려왔던 스튜디오 지브리의 이야기들이 전부 흥미진진했지만, 가장 재미있게 읽은 것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제작 방법에 대한 대목이었다. 미야자키의 풍부한 발상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어떻게 창조되는지, 결말은 아직 모르는 상태로 작화에 들어가는 과정과 <토토로>를 둘러싼 에피소드들, 수수께끼를 풀지 않는 이유에 대한 비밀 등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라 인상적이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계속 보아왔다면 이 책이 아주 많은 궁금증들을 해소시켜줄 것 같다. 다카하타 이사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제작방식과 철학, 온갖 우여곡절이 담긴 귀중한 비하인드 스토리, 저자가 다카하타 이사오, 미야자키 하야오와 나눈 작품에 대한 일상적인 이야기들까지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이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친분을 쌓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일을 한다'라고 저자는 자신의 일에 대해 설명한다.  '무엇이 되고 싶다'라고 생각한 적도 없고 유명해지고 싶다고 바란 적도 없었다고. 그저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일을 해왔기 때문에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이다. 지브리의 역사를 돌아보고, 작품에 담긴 비화들을 만나보자. 왜 지브리의 작품들이 그런 재미와 감동을 주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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