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생각하고 싶은 너에게 - 나를 깨닫는 일기 쓰기의 힘
고가 후미타케 지음, 나라노 그림, 권영주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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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냐. 의논할 사람이 없거나 누구랑 의논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나 자신과 의논하면 돼."

"스스로랑요?"

"그래, 예를 들어 네가 학교 문제로 고민한다고 치자. 그런 자기 자신을 발견하면 가만히 말을 걸어 줘. '무슨 일 있어? 내가 들어 줄까?' 하고 말이야."

...."자신한테 말을 걸다니, 어떻게요?"

"글을 쓰는 거야... 글을 쓴다는 건 나 자신과 대화를 하는 거란다."                  p.50


문어도리는 공부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며, 말솜씨도 없다. 긴장하면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삶은 문어'라고 불리고, 중학교에 올라온 뒤로 내내 괴롭힘을 당했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언젠가는 끝나게 마련이라고 누군가는 말하지만, 지금 문어도리에게는 이 시간이 영원이나 다름없게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도저히 학교에 가지 못하겠다는 마음이 들어 내리지 못하고 버스의 종점인 '바닷속 시민 공원'까지 와 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곳에서 소라게 아저씨를 만나게 된다. 자신이 땡땡이 치고 학교에 가지 않은 것이 창피했던 문어도리에게 소라게 아저씨는 내일도 내일모레도 학교에 안 가고 싶으면 안 가도 된다고, 괜찮다고 말을 건넨다. 그리고 문어도리를 자신의 껍데기 안으로 초대해, 혼자를 즐기는 방법과 어른의 쓸쓸함에 대해 알려 준다. 


혼자가 될 수 있는 시간으로 글쓰기를 제안하는 소라게 아저씨는, 글을 쓴다는 건 나 자신과 대화를 하는 거라고, '또 하나의 나'를 만날 때까지 딱 열흘만 일기를 써 보라고 제안한다.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좋아할 수 있을 지부터 시작해 표현력을 늘리는 방법, 메모하는 습관과 자신만의 주제 발굴하기, 고민을 둘로 나눠 사고하기, 일인칭을 삼인칭으로 바꿔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등 하나씩 글쓰기를 배워가며 문어도리는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글쓰기와 말하기의 차이점에 대해 알려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생각하는 것과 사고하는 것의 차이에 대해 예를 들어가며 설명해준다. 같은 경험도 생각나는 대로 글로 옮긴 것과 좀 더 정리해서, 사고하면서 쓴 글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어떤 상황이었고, 무슨 일이 있었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사고를 해야 한다고, 사고하는 건 답을 찾으려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을 말이다. 




"어른이 될수록 우리는 상황에 맞춰 각각 다른 얼굴로 살아가게 돼. 딱히 연기하는 건 아니고, 원래 그런 거야."

"벤치에 있던 어른들도요?"

"그래. 회사에 있는 나, 일로 만난 사람과 있는 나, 부모인 나, 남편인 나, 아내인 나. 여러 모습이 있어. 그렇게 살다가 가끔씩 이렇게 공원을 찾아. 사람들한테서 벗어나 혼자만의 장소에서 아무것도 아닌, 다른 사람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자신을 되찾는 거지. 네가 이 공원에 온 것도 같은 이유 아니었을까?"               p.100


학창 시절에는 모두 글쓰기를 숙제로 먼저 접하게 된다. 일기도, 독서 감상문도 모두 그렇다. 그래서 아이들은 글쓰기가 매우 어렵고, 재미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 작품 속 문어도리 역시 일기 정도는 써 본 적이 있지만, 하나도 재미없었고 자신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아무것도 없다는 말을 먼저 한다. 매일 일기를 쓰느니 차라리 글짓기가 낫겠다고 말이다. 매일 특별한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니니 일기는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매일 똑같은 내용을 쓰게 된다는 문어도리의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누구나 날마다 무슨 생각이든 하면서 살아간다. 아주 사소한 일에도 자신한테 질문을 이거 가다 보면 사고가 점점 깊어지고, 일기에 날마다 다른 내용을 쓸 수 있게 된다는 거다. 글쓰기를 통해 혼자가 되는 시간을 갖는 다는 것, 노트를 펼치면 나만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학업에 시달리는 학생에게도, 일상이 지친 직장인들에게도 든든한 위로가 되어줄 것 같다. 


문어도리가 소라게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면서 하나씩 글쓰기에 대해 배워가고, 그 중간 중간 문어도리의 일기가 수록되어 있다. 문어도리의 일기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따라서 읽어가는 과정도 매우 흥미로웠다. 바닷속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우화방식으로 진행되는 글이라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삽화들을 만나는 재미도 있었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틱톡, 페이스북,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 요즘의 청소년들에게는 빠르게 변해가는 SNS 세계가 너무도 익숙할 것이다. 유행만 빠르게 따라가다 보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거나, 깊이 사고할 수 있는 경우가 없게 마련이다. 이 책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단단한 자존감을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외톨이였던 문어도리가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점차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책은 한 편의 동화처럼 읽히지만, 훌륭한 글쓰기 책이기도 하다.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고가 후미타케가 청소년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이야기는 어른들에게도 위로가 되어준다. 진정한 나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만큼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혼자가 될 용기'를 얻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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