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리배 - 우리의 긴 이야기
이주희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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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반복되는 하루, 수없이 마주하는 익숙한 풍경 속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유난히 힘들고 지겹게 느껴지는 어느 날, 익숙한 길을 벗어나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본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너'를 만난다. 퇴근하는 버스 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보다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다 같은 풍경을 보고서 말이다. 한강, 오리배 타는 곳에서 그렇게 '나'와 '너'가 마주하게 된다. 


세상에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 중에, 너와 내가 하필 그날 그곳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애초에 누군가 그랬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게 되는 일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이 작품은 바로 그 마법같은 순간을 사랑스럽고, 엉뚱한 상상 속 세계로 펼쳐 보인다.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 서로를 꼭 닮은 캐릭터로 변신해 나란히 오리배에 올라타면, 책 속의 책이 펼쳐진다. 두 사람은 매일매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럼에도 매일 서로를 생각한다. 아침에 머리를 감을 때나, 거리에서 상대가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올 때, 퇴근 길 지하철에서, 잠이 들 때까지 서로를 생각한다. 사랑에 빠지면 모든 순간에서 상대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니 말이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도, 네가 좋아하니까 같이 하고 싶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공감하고 싶어지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물론 매일이 좋기만 할 수는 없다. 다투기도 하고, 서운해하기도 하며, 오해가 쌓이고, 외로워지는 순간도 분명 생긴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조차 차곡차곡 쌓여서 각자의 이야기가 만들어 진다. 재미있는 것은 이 이야기가 꼭 연인들의 사랑에 한정되어 있는 건 아니라는 거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사랑이 될 수도 있고, 친구 사이의 우정이 될 수도 있고, 그 밖에 우리가 사랑을 주는 그 어떤 대상과의 이야기도 될 수 있다. 


책장 가득 놓여진 책들 사이에서 우리의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가 될지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오리의 탄생과 죽음>, <슈퍼히어로 오리봇>, <오리오와 줄리엣> 등 귀여운 제목들도 눈에 띈다. 알을 깨고 나오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기나긴 일대기일수도, 사악한 악당이 등장하는 액션 활극일지도, 혹은 시간이 지나도 영원한 고전소설처럼 자꾸자꾸 읽고 싶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다양한 동화책 속 그림으로 만났던 이주희 작가는 매일을 그림 한 컷으로 남기는 작업을 10년 넘게 계속해 오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차곡차곡 그림으로 완성한 너와 나의 하루가 99장 모였을 때, 이 작품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오랜 시간 쌓아온 진심이 느껴지는 예쁜 작품이 만들어 진 것 같다. 나와 너는 선인장과 외계인이라는 캐릭터로 형상화하고, 둥글고 단단한 오리배는 그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세계의 모습을 상징한다. 사계절을 함께 보내고, 야구장에 가고, 바닷가로 여행을 떠나고, 낚시를 즐기고, 책방에서, 공원에서.. 그렇게 매일을 만난 두 사람. 함께라면 뭐든 될 수 있고, 어디로든 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 시간들이 아기자기하고, 귀엽게 그려져 있다. 이 책을 통해 연인, 가족, 친구, 반려동물 등 곁의 소중한 누군가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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